[십계명]

언론은 세상을 보는 눈이다. 언론은 사회의 다양한 사건들을 객관적으로, 정확히 보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런데 요즘, 언론이라는 눈이 제 구실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9년 국경없는 기자회(Reporters sans fronti?res, 아래 RSF)가 선정한 ‘세계 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은 총 175개국 가운데 69위였다. 전년도 39위에 비해 22위나 추락한 수치다. 

RSF는 우리나라의 언론탄압 사례로 피디수첩의 PD 기소, 미네르바 기소 등을 들었다. 생각하는 기준에 따라 이 사건들에 대한 평가는 갈릴 수 있다. 하지만 시사적인 문제 말고도 언론이 특정 세력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는 것을 일상의 사례를 통해 여실히 느꼈다.

2009년 10월 경 버스에서 교대에 다니는 친구를 우연히 만났다. 꾀 피곤해 보이던 그는 전국 교대 학생들과 함께 며칠째 집회 중이라고 했다. 그 당시 전국 교대는 정부의 교육 정책에 반발해 비정규직 교원양성·교육예산 삭감 중단 등을 주장하고 있었다.

구체적인 내용보다도 충격적이었던 건 전국적인 규모의 움직임이었음에도 매체에서 이 소식을 거의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는 “시위 때문에 피곤하지만 언론이 관심을 갖지 않을 뿐 아니라 뉴스에 나오더라도 집회장면만 보여주며 ‘교원 밥통 지키기’정도로만 해석해 더 힘들다”고 말했다. 정부는 언론을 도구로 삼아 특정 사안만을 ‘줌 인’하고 불편한 것들은 ‘줌 아웃’해버리고 있었다.

지난 11일 RSF는 한국을 ‘인터넷의 적(敵)’전 단계인 ‘감시 대상’이라고 발표했다. 익명성을 위협하고 자기검열을 부추기는 엄격한 규제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 화제가 된 유인촌 장관의 네티즌 기소가 대표적이다. 김연아 선수가 공항에서 유 장관에게 꽃다발을 받고 그의 포옹을 피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른바 ‘회피 연아’ 동영상과 관련된 사건이다. 유 장관은 이 영상에 ‘성추행’이라고 댓글 달은 네티즌들을 명예훼손이라며 고발했다.

정부 검열의 대상은 눈에서 입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젠 풍자조차 하지 못하는 것인가? 눈을 가로막더니, 입까지 틀어막는다. 참 막막한 정부다. 자유로운 흐름을 계속 막다보면 언젠간 곪거나 터진다는 사실을 되새겨야할 시점이다.

양준영 문화부장 stellar@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