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비망록]

지겹다. “지난 2일 낮12시 미우관에서 연세춘추 김지수 기자가 정신착란 현상을 보여 병원으로 급히 실려 가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두 학기 동안 내가 쓴 기사들의 거의 50%는 모두 ‘지난’ 이라는 말로 시작한다. 지겹다.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기자라는 직업을 동경했다. 항상 사건의 현장에 서있는 기자가 멋있어 보였다. 하지만 내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기자는 혼자 사건의 현장을 보는 사람이 아니라 남들에게 사건을 전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남들에게 사건을 전하는 도구가 하필 ‘글’이었다.

글과 관련해 일종의 정신적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나는 「연세춘추」기자가 되고나서 항상 힘들었다. 취재한 결과를 글로 정리해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일은 내게 고역이었다. 그러다보니 글이 정형화 됐다. 매번 같은 문장으로 기사를 시작했다.

그래도 지난 2009학년도 2학기까지는 사건의 현장에 서있는 즐거움을 만끽하며 참았다. 하지만 이젠 취재도 지겹다. 우리대학교에는 매번 새로운 일이 벌어졌지만 매번 벌어지는 사건들은 기저에 같은 원인을 두고 생겨난 것들이었고, 그것이 보이기 시작하자 지겨워졌다.

힘들다. 지겨운 일을 매주 반복해야하니 지쳤다. 매주 일어나는 사건의 현장에 가서 뻔한 멘트를 들었다. 비난받을 일을 한 취재원들은 자신의 잘못을 극구 부인했고, 자신의 공적을 드높이고 싶어 하는 취재원들은 자기 자랑을 늘어놨다.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두 취재원이 싸울 때 마다 약간의 희열을 느꼈지만, 그뿐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들이 한 말을 지면에 그대로 옮기는 일 밖에 없었다. 취재원들의 말을 듣고 난 뒤에는 금요일 밤마다 같은 구성의 기사를 썼다.

내 노력이 부족한 탓이리라. 같은 사건도 여러 가지 시각에서 바라봐야하는 사람이 기자다. 모든 사건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기자는 사건의 모든 측면을 담아야한다. 항상 여러 측면에서 사건을 바라본다면 취재가 지겨울리 없고, 정형화된 기사도 나올리 없다.

이번에도 결론은 ‘내가 부족하다’로 나버렸고, 뻔한 결론이라 또 지겹다. 이번 2010학년도 1학기에는 제발 좀 지겹지 않게 기사를 써 보련다.

김지수 기자 idesire@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