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양로]

지난 3월 1일 온 국민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17일간의 벤쿠버 동계 올림픽이 폐막식을 갖고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올림픽 시작 전부터 언론에서는 김연아, 이정수, 성시백 선수 등 많은 우리나라 선수들의 금메달 가능성을 점쳤고 우리나라 선수단도 금메달 5개 이상 종합 성적 10위권 이내를 목표로 벤쿠버에 입성하였다. 그러나 올림픽이 시작한 후 우리나라는 이승훈 선수의 은메달을 필두로 이정수, 모태범, 이상화 선수의 금메달 등 많은 메달을 획득하였고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라는 놀라운 성적으로 종합 순위 5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뤄냈다. 쇼트트랙에서만 다수의 메달을 획득 했었던 지난 동계 올림픽 들과는 달리 스피드스케이팅 남, 녀 500m 최초로 모태범, 이상화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하는 등 여러 경기에서 메달을 획득하였다. 그리고 김연아 선수의 피겨스케이팅 경기는 국민의 가장 큰 관심사였고 경기 내내 국민에게 행복 바이러스를 퍼뜨렸으며 감동의 금메달을 선사했다. 이번 벤쿠버 동계 올림픽 기간 동안 우리나라의 온 국민이 하나가 되었으며 함께 웃고 울었던 어느 해 보다도 따뜻했던 2월이었다.

  얼지 않았던 열정, 녹지 않는 추억의 벤쿠버 올림픽을 되돌아보며 아름다웠던 추억 뒤켠에 씁쓸한 점들이 몇 가지 있었다.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점은 국가별 순위 집계 방식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스포츠에 의한 인간의 완성과 경기를 통한 국제평화의 증진이라는 올림픽 정신에 입각해 올림픽이 모두 끝난 뒤 국가별 순위를 공식 발표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러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세계 각국에서는 금메달 순위, 또는 메달 순위 등으로 국가별 순위를 매긴다. 우리나라의 언론, 인터넷 포털 사이트는 국가별 순위를 금메달을 기준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다른 나라들은 금, 은, 동메달을 합산해서 순위를 정하고 있으며, 벤쿠버 올림픽 공식 사이트에도 금메달 순위가 아닌 total 개수로 등수를 매기고 있다. 물론 어느 쪽도 완벽한 방식일 수는 없다. 전자의 경우는 은메달 20개가 금메달 1개를 이길 수 없고, 후자의 경우는 금메달 19개가 동메달 20개를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후자의 방식이 글로벌스탠다드인것은 분명하지만 합리적이지 않은 것은 매일반이므로 모든 나라가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식을 모색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이에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금메달 3점, 은메달 2점, 동메달 1점 이와 같은 점수제로 최종 순위를 정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국가별 순위를 아예 안매기는게 올림픽 정신에 부합되는 것이긴 하지만 어차피 매길 거면 합리적인 방식으로 정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화려한 올림픽의 이면에는 2주반의 경기를 위해 4년을 고생한 수많은 선수들이 있다. 우리나라 선수단은 선수, 임원직을 포함해 총 83명이고 그 중 46명이 출전 선수들이다. 이들 중 메달을 딴 선수들은 이정수, 모태범, 이승훈, 김연아, 이상화, 생시백 등 11명이고 그 중에서도 금메달을 딴 선수들은 5명 밖에 없다. 이들은 올림픽 폐막 후 국가적 영웅이 되어 금의환향하고 귀국하자마자 수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음과 동시에 온 국민으로부터 부러움, 존경을 받는다. 물론, 이 선수들의 그 동안의 피나는 노력과 고생 끝에 얻은 금메달의 영광과 명예는 합당하다. 그렇지만, 봅슬레이, 스키점프 등 재정적 지원을 많이 받지 못하는 비인기 종목들의 선수들과 경기에서 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선수들은 국민들의 관심의 대상에서 저만치 멀어졌다. 금메달을 획득하는 것이 올림픽 출전의 목적이고 그들은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더욱이 아예 메달 자체를 획득하지 못한 나머지 많은 선수들의 4년간의 노력이 결과에 의해서는 평가된다는 것에서 우리 사회의 씁쓸한 일면이 보인다. 그들도 메달리스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열심히 노력했으나, 여러 가지의 내, 외적 요인에 의해 0.01초의 경쟁에서 아쉽게 탈락했다. 메달을 딴 선수보다 못 딴 선수가 많고 금메달을 딴 선수들 보다 그러지 못한 선수들은 더더욱 많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금메달 리스트만을 우러러보며 존경한다. 이에 생각한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금메달만 기억하는 더러운 올림픽...

임우섭(교육·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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