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등록금 인상과 관련해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서로 다른 통계를 내세우며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선다. 우리나라 대학의 등록금이 OECD국가 중 두 번째라는 통계를 내세워 동결이나 인하를 주장하는가 하면 외국 대학들의 경우 학생 부담률이 10% 내외로 적은 대신 정부 부담이나 기부금 등의 수입 비중이 큰 반면 우리나라 대학들은 그렇지 못하여 사립대학의 경우는 등록금 의존율이 75%선에 이른다는 통계를 내세우고 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언급되는 사항은 대학의 적립금과 기부금 수입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기부금과 적립금은 어디다 쓰고 등록금만 올리느냐는 비판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적립금과 기부금에 관한 언급들을 보면서 아쉬운 점은 정도(正道)로 처리하기 보다는 여론몰이나 정책적 몰아세우기의 성격이 강해 보인다는 점이다. 등록금 수입이나 기타 수입에서 적립금을 천문학적 액수로 쌓아나가는 것이라면 왜 그런 것이 법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실제로 그렇게 쌓아서 정말로 재단의 배를 불리기만 하는 것인지 등 손가락질만 할 것이 아니라 정당한 절차를 밝아 제도적으로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에 대한 총체적이고 치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일방적으로 기부금을 늘리라고 하는 주장은 재정구조의 건전화를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지만 우리사회의 정서가 자연스럽게 기부금을 내어 놓는 방향으로 변화되어야 함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는 한 대학 재정의 안정화를 꾀할 만큼의 기부금을 늘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게 보인다.

단기적으로 등록금을 인상했다고 대학의 운영을 파헤치겠다는 전근대적인 통제의 시각이 이 시대의 단적인 모습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국고 재정지원에도 불구하고 사립대학의 운영에 우리나라만큼 정부가 많이 간여하는 나라도 없다고 한다. 2013년부터 대학자율화를 천명한 이번 정부의 시책이 실효가 있는지 의심스럽고 대입자율화를 통한 다양화, 신뢰성 확보 등에 관한 시책들이 정말로 실행이 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교육재정의 영세는 교육의 질적 여건을 부실하게 한다. 특히 등록금 의존율이 높은 대학재정의 구조적 모순과 대학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인 재정지원 등을 의식하면 대학의 질적 변화는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세계의 대학들과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작금의 현실을 의식하면 교육재정의 확보는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이번 등록금 인상과 관련하여 협력하여 선을 이루는 모습을 보여준 총학생회와 이번 대학본부의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각자의 입장에서 이해관계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대학으로의 발전이라는 대의명분하에서 현 제도의 허점과 그 부분을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지 사학의 명문인 우리 대학 구성원들이 지혜를 모아 새롭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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