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감되는 그 사람, 동혁이형을 만나다

“이건 왜 한번 올라가면 내려 올 줄 몰라~ 아니 등록금이 무슨 우리 아빠 혈압이야? 등록금 인상, 등록금 대출 이런 말 하지 말고 그냥 쿨하게 등록금을 깎아주란 말이야~ 형이 누구라고? 그래~ 동혁이형이야!”

매주 거침없고 통쾌한 입담으로 우리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동혁이형. 그가 주말 저녁에 외친 ‘샤우팅’은 매번 이슈가 돼 그날이 채 가기도 전에 기사화된다. 게다가 그의 기사에는 많은 사람들이 댓글을 다는데, 보통 이런 댓글이 많다. ‘동혁이형 조심하세요’ ‘속 시원하긴 한데 걱정돼요!’ ‘공감. 근데 위험할 거 같음’
우리의 동혁이형, 과연 무사한 걸까.

KBS 개그콘서트 <봉숭아학당>에서 '동혁이형' 캐릭터로 인기몰이 중인 개그맨 장동혁씨.

시청자들, 일단 안심해도 좋을 듯하다. KBS 개그콘서트 대기실에서 만난 장동혁씨는 그런 걱정을 듣는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밝은 표정이었다. 바쁜 일정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는 그의 얼굴이 피곤해 보였지만, 최근의 인기를 실감한다며 시종일관 쾌활한 목소리로 인터뷰에 임했다.

요즘 ‘대박’을 터뜨린 개그콘서트 <봉숭아학당>의 ‘동혁이형’ 캐릭터에 대해 그는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별 볼일 없는 형’이라고 소개했다. “왜 있잖아. 사회 돌아가는 실정만 훤히 꿰고 있는 껄렁껄렁한 날라리 옆집 형. 무식한데 만날 투덜거리는...”

통편집 되기 싫다면 통(通)하라

그의 설명에 의하면 동혁이형은 전혀 특별하지 않다. 오히려 별 볼일 없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런 동혁이형이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그의 말 하나하나에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를 한다. 그 이유가 뭘까? 그는 “사실 이렇게 대박이 날 줄은 몰랐다”며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따끈따끈한 공감대인 것 같다”고 말했다. 기존의 시사개그는 보통 딱딱한 경향이 있고 개그콘서트는 애들이 보는 가벼운 코미디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신선하고 파격적인 동혁이형이라는 캐릭터가 ‘먹힌것’ 같다는 것이다.

동혁이형이 요즘 잘 ‘먹히’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 심지어 더욱 예민한 곳을 긁어주길 내심 기대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동시에 동혁이형의 안위를 걱정하는 시청자들도 하나 둘씩 늘어났다.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소셜테이너*들이 잇달아 각종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는 까닭에 동혁이형도 행여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염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개그는 개그일 뿐”이라며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단지 “사람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며 공감을 이끌어내려는 것”이라며 “어떤 메시지를 담거나 색깔을 입히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걱정을 하는 시청자들에게 그는 말한다. “형이 스턴트맨이니? 위험하긴 뭐가 위험해~”

그는 시청자와의 '공감'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동혁이형 특유의 샤우팅이 원래 자신의 화법이라고 말했다. 짜증이 섞여있지만 쿨한 그 화법에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얽혀있다. “군대에서 완전무장해서 훈련하러 갈 때 있잖아. 그럴 때 신병이 안 싸도 되는 짐을 잔뜩 싼다고. 그런 애들한테 ‘배낭여행가? 갔다가 안올꺼야? 2주훈련 끝나면 서울로 전역해?’라면서 놀렸거든. 평상시에 쓰는 말이라 웃기다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사람들이 재밌어하더라고.” 툭툭 내뱉는 말투가 이미 동혁이형이다. 그의 현실과 개그사이에는 별 차이가 없어보였다.

자신의 언변이 매주 이슈화되는 상황에서 다음 주 개그소재에 대한 부담감이 크지 않을까? 그는 ‘이번 주에 웃겼으니 다음 주엔 더 웃겨야지’ 하는 부담감은 없다고 답했지만 개그 소재에 대한 사실 확인은 많이 부담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대중들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고 정확하게 긁어주기 위해 확실한 자료를 찾는데 시간을 많이 들인다고. 그는 이런 조사를 ‘공부한다’고 표현했다. “내 일이 아니면 신경을 잘 안 쓰는 게 사실이잖아. 남들의 불편함을 직접 겪진 않아 모르지만, 이해하기 위해 공부해야지. 다른 사람들을 많이 관찰하기도 하고...” 그는 개그를 위해 사회를 공부하고 있었다.

구겨진 종이가 멀리 날아간다.

그는 “개그맨이 꼭 하고 싶진 않았는데 기질이 있었던 것 같다”며 유년시절을 회상했다. “대부분의 개그맨들처럼 어렸을 때부터 장난 많이 치고, 체육대회 때 단상에서 마이크 잡는 그런 애였어. 사람들이 웃어주니까 그게 좋아서.” 어린시절을 떠올리는 그의 얼굴엔 개구진 미소가 번졌다.

그가 개그맨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을 하게 된 것은 군대에서였다. “군대에서 개콘보면서 ‘저 사람들보다 내가 더 웃길 수 있을텐데’라는 생각을 했지. 겁도 없이.” 제대 후 지원한 공채시험에서 그는 최종면접까지 올라갔다가 아쉽게 떨어졌다. 하지만 그 이후 그는 개그맨의 꿈을 더욱 불태우며 오기를 품었다. 그러나 두 번째 시험에서는 2차에서 떨어졌다. “3~4번쯤 떨어지고 나니까 친구들한테도 말 못하겠더라. 어린나이가 아니니까 다른 길을 찾아야지 하다가도 TV 자막에 공채모집 공지가 지나가면 가슴이 끓는거야. 그러다 보면 개그맨 시험장에 가 있더라고.”

5번 찍어 안넘어가던 나무는 6번째 도끼질에 결국 넘어갔다. 지난 2003년 그는 KBS 공채개그맨 18기로 당당하게 입사하게 됐다. 그것도 1위로 대상을 받으며. 그러나 탄탄대로일 것만 같았던 그의 개그맨으로서의 첫해는 암울했다. “1년 동안 방송 대신 남의 주차권 끊어주고 동료 옷 챙겨주고 그랬지.” 대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입사한 개그맨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전개였다. “들어와 보니 내가 너무 하찮은 인간인거야. 내가 제일 웃기다고 생각했는데 나보다 잘난 사람이 너무 많고... 위축되다보니 일이 잘 안풀렸어.” 힘들었던 과거를 담담하게 말하는 그의 표정은 그 때의 아픔을 이미 다 잊은 듯 평온했다.

더 멀리 날아가기 위해

꿈을 실현하자마자 찾아온 슬럼프를 그는 “독기를 품고 헤쳐나왔다”고 회상한다. 슬럼프를 빠져나올 수 있었던 키워드는 다름 아닌 ‘목표’였다. “목표가 딱 거기까지였잖아. 개그맨. 근데 개그맨이 됐고 그 이상이 없으니까 힘들었어.” 독기를 품고 새로운 목표, 발전을 꿈꾸던 그는 지금까지 ‘노마진’, ‘그려 안그려’, ‘그냥 내비둬’, ‘동혁이형’등의 코너와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앞으로도 매번 새로운 목표를 가지고 발전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내줬다.

그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롤모델은 누구일까? 예상외로 “모든 개그계 선배들에게 배울 점이 있기 때문에 특정한 롤모델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몇 일전 타계하신 고 배삼룡 선생님처럼 일평생을 개그에, 웃음에 종사하고 싶어”라며 소박하지만 큰 꿈을 밝혔다.

“웃기는 사람이 되고 싶지 우스운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계속해서 노력하다보면 내가 존경하는 선배님들의 근처에는 갈 수 있지 않을까”라며 미소 짓는 장동혁씨. 자신의 한계를 스스로 깨닫고 이겨낸 그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었다.

 “형이 누구라고? 그래~ 동혁이형이야!”

 

*소셜테이너: social과 entertainer의 합성어로 사회참여 연예인을 칭한다.

 

 김혜진기자 2every1@yonsei.ac.kr
 사진 정석현기자 remiju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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