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과 사회의 소통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미실은 말한다. “백성은 진실을 부담스러워하고 희망을 버거워하며 소통을 귀찮아하고 자유를 주면 망설입니다.”

1천년 전 신라가 아니라 오늘날 미실이 살아 있었어도 비슷한 말을 했을 것이다. ‘백성’ 대신 ‘대학생’, ‘망설입니다’ 대신 ‘영어공부를 합니다’로 바꾸면 완벽하다. “대학생은 진실을 부담스러워하고 희망을 버거워하며 소통을 귀찮아하고 자유를 주면 영어공부를 합니다.”

그런데 이런 대학생 중에도 영어공부 대신 ‘귀찮은 소통’을 선택한 사람들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정당을 통해 사회와 소통하려는 이들이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정당에 가입한 대학생들로 구성된 학생위원회를 운영한다. 민주당 학생위원회 ‘가온’(아래 가온)은 전국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단체로 우리대학교 학생들 7명이 소속돼 있다. 학생위원장 장경태(정치학·석사2학기)씨는 가온을 “민주당을 비판적으로 지지하는 대학생 위원회”라고 소개한다. 이들은 ‘정치는 사소한 일상에서 매일 찾을 수 있는 것’이라는 의식을 심어주기 위한 ‘참정치 아카데미’, 학생들이 직접 정책을 구상해 볼 수 있는 ‘정책 선거 디자이너’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또한 우리대학교 지부를 가지고 있는 민주노동당 학생 위원회도 있다. 여기에는 민주노동당을 지지해 자발적으로 정당에 가입한 50명 가량의 우리대학교 학생들이 모여 있다. 우리대학교지부 민주노동당 학생위원장 이호연(행정·05)씨는 “학생위원회 구성원들이 모두 공감하는 등록금, 학업문제 등에 대해 각자 공간에서 생활하며 고민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한다.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는 일 년에 두 번 총회를 갖고 주요한 사안이 생기면 함께 활동 한다.

이외에도 정당을 통하지 않고 사회에 자신의 목소리를 외치는 학생들도 있다. 우리대학교 비정규직 문제를 고민하는 학생들의 모임 ‘살맛’이 대표적이다. 살맛은 지역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활동해왔으며, 우리대학교 비정규 조합원과 함께 투쟁하고 명지대 비정규직 투쟁에 연대하기도 했다. 살맛에서 활동 중인 김세현(사회·05)씨는 “처음에는 연세대 비정규 노동자들과의 연대를 위해 소규모 프로젝트 팀으로 시작했던 것”이라며 “차츰 사람들이 모이고 관심을 확장시키며 지금까지 왔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사회와 소통하고자 하는 이들은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까? 정말 뭔가 ‘다른’ 생활을 하고 있는 것 일까?

강희웅(신학/정외·04)씨는 작년 11월부터 가온 활동을 해왔다. 강씨는 “모두에게 가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고민을 시작하며 당에 가입했다”고 한다. 그는 가온 활동을 통해 “여러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대학생들의 고민주제에 대해 토론할 수 있으며, 대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정치활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올해는 4대강, 미디어법 개정, 두 전직대통령 서거 등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안이 많아 더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고 보람도 컸다고 말했다.

이렇게 여러 단체가 있고 참여도 어렵지 않지만 “사회·정치 사안에 참여하는 학생들을 보면 뭔가 나와는 다른 사람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이수민(교육·08)씨처럼 대부분의 학생들은 사회문제나 정치적 사안에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강씨는 이 같은 활동이 “정당소속으로 정치적 사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지만 일정 후 뒷풀이를 하고 엠티를 가는 등 일반적인 동아리활동과 많이 다르지 않다”며 ‘다른’ 생활을 할 것이라는 예상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캠퍼스 헤럴드」가 올해 대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이 같은 경향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설문 응답자의 81%가 현재 ‘대학생의 정치참여 정도는 낮다’고 대답했다. 자신의 정치참여 정도를 묻는 질문에서도 60%의 응답자가 ‘낮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대학생의 정치참여 필요를 묻는 질문에서는 65%의 응답자가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앞선 결과에서 보듯 사회적으로 대학생들의 정치참여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돼있다. 그러나 정작 주체인 대학생들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박종태(정보산업·07)씨는 “사회적 사안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학업생활이 바쁘다는 핑계도 있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목소리를 냈다간 불이익을 받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한 박태윤(이학계열·09)씨는 “사회참여는 개인의 자유라고 생각한다”며 “물론 참여하지 않아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결정된 결과물에 대해 불평, 불만할 권리는 없겠지만 사회적 참여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비판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한혜정 교수(사과대·문화생태)는 이 같은 모순적인 현상이 “초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대학생들이 신자유주의의 무한경쟁에 휘둘리며 정치참여는 사치라고 느낀다는 것이다.

정당이나 단체에 가입해 활동하는 것만이 사회 참여라고 할 수는 없다. 또한 필요하다고 해서 개인에게 참여를 강요할 수도 없다. 그러나 대학생들도 엄연히 사회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쟁점이 되는 사안에 관심을 가지고 소통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진실을 부담스러워하고 희망을 버거워하며 소통을 귀찮아하고 자유를 주면 망설이는’ 백성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새주 미실의 부당한 횡포뿐이었다.

김혜진 기자 2every1@yonsei.ac.kr
그림 김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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