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대학 선거철이다. 총학생회, 총여학생회 정·부회장 입후보자들은 후보자 등록을 완료하고 12일부터정식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뿐만 아니라 각 단위별 정·부회장 후보자들 역시 등록과 선거운동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미 절기상 입동을 넘긴 초겨울의 문턱에 들어섰지만 대학 곳곳은 선거와 관련된 여러 움직임 때문인지 열기로 가득 차 있는 듯하다. 단정한 복장으로 갖춰 입은 후보자들은 학생들이 모여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 나름의 비전과 고유에 기치를 내걸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그들을 지원하는 선거캠프에서는 색색이 통일된 옷을 맞춰 입고 대학 정문에서부터 강의실까지 구호를 외치며 후보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덕분에 유권자인 학생들은 매년 대학 선거철이면 볼거리의 홍수를 경험하고 있다. 학생들의 왕래가 많은 곳은 물론 발걸음을 옮기는 곳마다 볼 수 있는 후보자 팸플릿과 각 후보 진영별 독특한 유세구호는 오가는 이의 이목을 주목시키기에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대학 구성원의 일원으로써 선거기간 후보자와 유권자 각각에게 요구되는 요소들은 무엇인지 지적해 보고자 한다. 먼저 각 단위 선거에 입후보한 후보자들은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공약만 제시해야 한다. 현명한 후보자라면 이에 그치지 않고 같은 맥락에서 당선 이후 공약 이행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 또한 함께 내놓아야 할 것이다. 대학 제반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실현 불가능한 공약은 언급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며, 다소 모험적일 수 있는 공약일 경우 그 근거를 명확하게 밝히는 지혜가 필요하겠다. 아울러 인기영합식의 허무맹랑한 공약이 되지 않기 위해서 후보자들은 자신이 입후보한 단위에 학생들의 기대와 요구의 핵심이 무엇인지 정확히 분석해내고 문제의 본질에 대한 진정성 있는 다각적 접근을 시도해야 하겠다. 특히 유세기간 동안 후보자 홍보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유세기간 만큼 학생들의 선호가 무엇인지 잘 파악할 수 있는 기회도 드물다고 여겨지는데, 후보자들은 이 절호의 기회를 십분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천편일률적인 공약에서 벗어나는 가장 지름길은 학생들과의 직접 만남을 통한 소통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전반적으로 선거 공약과 관련된 바람을 후보자와 연결하여 간략하게 거론했는데, 후보자들은 모든 공약에 최우선 전제가 공약의 준수와 이행에 있다는 것을 잊지 않길 바란다. 공약은 후보자를 외적으로 드러내는 요소인 동시에 유권자의 선호가 반영되는 교차점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반면 유권자인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관심과 참여일 것이다. 관심은 민주적 자질을 구비하고 있는 구성원에게 요구되는 덕목이고, 참여는 유권자의 권리인 투표권의 행사를 의미한다. 최근 기성 정치권에 대한 포괄적 실망과 좌절감의 연장선상에서 대학 선거를 바라보는 이들이 왕왕 있다. 기성 정치와 대학사회 선거를 동일시 한다는 것이 논란거리이기도 하지만 여기서 파생된 심각한 문제는 대학 선거에 대해 무관심해지는 경향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 전체의 의견과 바람을 대변하는 막중한 임무를 지닌 대표자를 선발하는 대학 선거에 관심이 없다는 것은 우려스러운 현상임에 틀림없다. 무관심에 극단적 표출이 투표 거부나 포기로 이어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여러 가지 이유와 사정으로 투표를 포기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은데 이는 가장 경계해야 할 우리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아닐까 한다. 무엇보다도 투표는 대학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주체적인 구성원에게 주어지는 고유의 권한이자 권리임을 유권자 스스로 자각 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무책임하게 또는 무의식적으로 투표를 포기하는 양상이 이번 선거기간에는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물론 투표를 하지 않는 행위 또한 의사표현에 일부로 존중되어야 하겠지만, 희망컨대 이유 없이 투표 행위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들의 대표를 선출하는데 주어진 3일 간에 투표기간을 통해 가급적 모든 학생들이 소속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으면 한다. 2010년을 준비하는 후보자들의 열정이 초심과 같기를, 아울러 학생들에게는 이번 선거가 진정한 소통의 장으로 인식되는 계기가 되길 기원하며 글을 줄인다.

배재윤(사회·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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