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8일에 전국의 네 개 시/도에 산재한 다섯 개 지역구에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치러졌다. 이번 역시 여·야당의 지도부와 소속의원들이 대거 투입되는 등 선거가 사실상 총력전의 양상을 띠었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에 있어서는 정몽준 대표가 당권을 맡아서 처음 치르는 선거인만큼 그 결과가 향후의 대권구도와 직결된 민감한 선거였고, 야당인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정당지지율이 뒤쳐진 가운데 자당이 배출한 두 전직 대통령의 잇따른 서거 후에 민심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선거이기도 했다.

 이번 재·보궐선거는 현 정부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간 일방적으로 추진해온 4대강사업, 세종시 원안수정과 미디어법 강행통과 등 여러 굵직한 정치적 현안들이 불거진 가운데 치러졌기 때문에 그 결과가 남기는 함의가 더욱 남다르다. 선거결과는 여당이 비록 텃밭으로 불리는 강릉과 양산 두 지역구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수도권 두 곳과 충북에서 참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가 끝난 뒤에 이명박 대통령과 정몽준 당대표가 청와대에서 회동하여 금번 선거결과가 2:3이고 전체득표수는 여당이 앞섰으니 나름대로 선전한 것으로 결론짓고 자위했다는 후문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이른바 ‘중도실용정책’을 표방하는 가운데 비록 대통령에 대한 최근 지지율이 50%를 넘나들고 있기는 하지만 국정운영을 책임진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대표로서 대단히 무책임하고 심지어 민망한 상황인식이다.

이번 선거결과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일방적인 국정운영 그리고 의회다수를 책임진 거대여당이 의회가 가지는 본래의 대정부통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국민이 보내는 준엄한 경고의 의미가 담겨있다. 야당인 민주당 또한 금번 선거결과를 가지고서 희희낙락해할 일만은 아니다. 즉 야당이 잘해서라기보다 대통령과 거대여당을 견제하기 위해 다수 국민들이 힘을 보태어 준 것으로 여기고 보다 겸허하고 진지하게 현재 주어진 야당으로서의 제 역할과 소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선거라는 것이 형식적으로는 대의기관의 담당자 내지 구성원을 선출하는 제도에 불과하지만, 오늘날의 정당제민주주의에서 선거는 무엇보다 집권정치세력의 권력행사에 대한 국민의 정치적 심판의 의미를 강하게 함의한다. 지난 두 차례의 선거를 통한 평화적 정권교체가 이를 반증한다. 특히 대통령제정부형태를 취하는 우리의 경우에 대통령의 재임기간 중에 치러지는 여러 선거는 사실상 대통령의 정책수행에 대한 정치적 평가의 의미를 지닌 중간선거로 기능해왔다. 모쪼록 대통령과 여·야당 모두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깊이 헤아려 정치적 책임을 자각하고서 온 국민이 호혜공영하는 헌법정신을 실현하는 정치에 매진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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