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4일 헌재가 야간옥외집회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집시법 규정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원칙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집회의 자유를 경찰의 재량에 의해 예외적으로만 보장하는 위헌상태가 해소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그러나 헌재가 법적 공백을 이유로 헌법불합치가 인정된 문제의 조항이 2010년 6월 30일까지는 계속 적용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여 혼란이 초래되고 있다. 이번 불합치결정의 원인이 된 사건뿐만 아니라 그동안 재판절차가 중지되었던 많은 사건들에서 유죄와 무죄의 결정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어떤 재판부는 헌재의 잠정적용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여 헌법불합치된 법률조항에 근거하여 유죄를 선고하고 있다. 반면 또 다른 재판부는 위헌법률조항을 근거로 유죄를 선고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와 형벌불소급의 원칙에 반한다는 이유 등으로 무죄를 선고하고 있다.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를 통해 법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할 헌재의 위헌결정이 오히려 사법질서의 혼란을 초래한 셈이다.

동일한 법률을 적용하여 유무죄의 차이가 발생하는 법질서의 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헌법과 법률이 허용하는 모든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 각 개별재판부는 재판의 독립을 헌법에 의하여 보장받으나 이를 빌미로 위헌인 형벌조항을 적용하여 헌법이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도 이 혼란을 조기에 근원적으로 종식시킬 가장 큰 책임은 위헌적 법률을 제정한 국회에 있다. 국회는 헌재의 개정시한을 기다릴 것 없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불합치결정의 취지에 따라 야간집회금지규정을 삭제하는 방향으로 집시법을 개정하여 법적 혼란을 해소하여야 한다.

한편 국회의 집시법 개정은 이번에 헌법불합치된 법률조항에만 국한되어서는 안된다. 이번 기회에 위헌결정의 정신을 살려 집회의 자유를 억압해 왔던 여러 독소조항들도 아울러 개정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불합치 결정의 효력범위를 야간옥외집회에 국한된 것으로 이해하고 야간시위에 대해서는 그대로 금지되는 것으로 이해하는 움직임이 있는데 이런 혼선을 입법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 또한 경찰이 자의적으로 집회규제의 수단으로 악용하여 왔던 동일장소 중복집회 금지규정이나 잔여집회 금지규정, 집회신고의무 위반행위에 대한 형사처벌규정 등도 개정되어야 할 대표적인 조항이다.

집회의 자유는 민주사회에서 소홀하기 쉬운 소수자의 정치사회적 지위를 보장하는 최소한의 장치이다. 소수자의 집회의 자유가 다수자의 불편이나 불이익을 이유로 원칙적으로 부인될 때 우리 사회는 전체국가와 다를 바 없게 된다. 야간옥외집회금지규정에 대한 헌재의 헌법불합치결정을 계기로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 되어왔던 집시법을 합리화하는 용단을 국회가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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