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래가 없을 정도로 팽팽했던 2009 마구마구 한국시리즈가 막을 내렸다. 10월 16부터 24일까지 9일간 지속된 이번 야구축제에는 총 70억에 육박하는 입장 수익료를 기록하는 등 많은 야구팬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언론과 팬들의 지대한 관심 속에서 이번 시리즈는 유난히 팬들간의 감정싸움으로 성한 날이 없었다. 플레이오프인 두산과 SK전부터 계속돼온 각 팀들간의 갈등은 한국시리즈를 맞으며 그 절정에 달했다. 벤치 클리어링도 일어났으며, 5차전에서는 한쪽 팀의 감독이 퇴장당하는 불상사까지 일어나고 말았다.

온라인상에서는 이른바 ‘악플 테러’가 줄기차게 일어나고 있었다. 경기에서 거친 플레이를 한 선수의 개인 미니홈피는 그날 이후 문을 닫기 일쑤였다. 또한 관련 기사의 댓글에는 서로의 팀을 비하하는 댓글로 가득 차 있었다. “XX 선수를 퇴출하라” “XX 팀 약오르지” 등 서로의 팀을 약올리는 댓글에서부터 입에 담지 못할 비속어까지, 9일간 우리나라 스포츠 포탈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런데 7차전 경기가 끝난 24일. 온라인상에서는 미묘한 변화가 있었다. KIA의 극적인 승리로 끝난 이날 온라인상에서 이상하게도 패배자는 없었다. KIA의 팬들은 SK의 끈기에 대한 감탄을, SK의 팬들은 KIA의 승리에 대한 축하를 하는 댓글이 지배적이었다. 물론 그 중에서도 서로를 비하하는 댓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이날 하루만큼은, 서로에 대한 칭찬으로 훈훈한 온라인 문화를 보여줬다.

한 사람의 댓글이 기억에 남는다. ‘이렇게 결국은 서로 야구를 좋아하는 하나의 야구팬으로 뭉쳐질 것을, 1년 내내 왜 그렇게 상대를 욕하지 못해 안달이었나’. 지난 WBC를 생각해 보자. ‘우리의 국가대표 1번타자 이용규(KIA)’를 외치던 SK팬들, 일본전 동점타를 친 정근우(SK)선수의 이름을 연호했던 KIA팬들. 서로를 욕하던 사람들도 결국은 ‘야구’라는 이름하에 뭉치는, 단지 ‘야구’를 좋아하는 순수한 야구팬일 뿐이었다.

장기원 사회부장 iamhungr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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