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내가 입고 있는 옷이 뭐로 보이나?” 전통주 전문가인 박록담씨를 인터뷰하는 중에 그가 나에게 던진 질문이다. 박씨는 개량한복을 입고 있기에 나는 보이는 대로 답했다. “개량 한복이요… , 선생님”
박 선생님은 나의 대답을 고쳐 말했다. 이것은 ‘개량 한복’이 아니라 ‘한복’이고, 또 ‘한복’이 아니라 하나의 ‘옷’일 뿐이라고. 그는 우리 전통복식이 서양복식에 밀려 ‘한복’이라고 따로 분류돼 일컬어지는 현실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그는 20여 년간 전국을 직접 돌아다니며 수백 가지 전통주 비법을 찾고 재현해낸 장인이다. 나는 약간 당황했지만, 전통문화를 소중하게 지키려는 취재원의 철학에 따끔한 자극을 받았다.

문화부 기자인 나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취재원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사회부나 기획취재부처럼 문제의식을 가지고 관계자의 문제점을 파헤치는 취재가 아니라 주로 문화예술계의 전문가와 인터뷰하는 형식의 취재를 하게 된다. 인터뷰를 하며 취재원과 깊은 대화를 나누다보면 자기 분야에 대한 취재원의 열정과 전문성을 느낄 수 있어 항상 새로운 에너지를 받는다.

취재원의 이야기에 몰입하는 것이 취재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지난 학기 공연시설에 대한 기사를 쓰기 위해 여러 곳의 시설관계자와 인터뷰를 했다. 하지만 몇몇 취재원은 내가 무슨 질문을 하든지 결국에는 홍보에 관련된 답만 했다. 나중에는 내가 그 홍보성 멘트에 세뇌돼 기사를 쓰는 과정에서 갈피를 못 잡을 뻔도 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취재원들은 만날 때마다 자기의 분야에 대한 열정을 통해 내게 무언가를 가르쳐준다. 물론, 취재원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그들의 모든 이야기에 나의 기사방향이 좌지우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취재원의 이야기를 온몸으로 느끼려 하되 여기에 나의 취재의도가 흐려지지 않도록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는 것. 이것이 내가 지키려는 취재원과 나와의 관계다.

문화부 양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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