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인의 일과 법공부’를 주제로 강연해 열정적 참여 속에 질문공세 이어져

“대법관이 되니 월급도 오르고 비서도 생겨 좋았습니다.” 대법관 생활에 대해 묻자 강연자의 꾸밈없는 답변이 돌아왔다. 국제회의장을 가득 메운 학생들은 이내 긴장을 풀고 웃음을 터뜨렸다.

지난 5일 광복관 별관 국제회의장에 양창수 대법관의 묵직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이번 법학전문대학원 특강의 주제는 ‘법률인의 일과 법 공부’로, 다소 딱딱한 주제임에도 양 대법관은 다양한 예와 유머를 섞어 강연을 매끄럽게 진행했다.

그는 대법관이 된 후 달라진 대우를 예로 들며 “여러분이 법률가가 돼 밥벌이가 쉬워지더라도 보람을 추구하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법률가를 ‘법 전문가’로 정의한 양 대법관은 “전문가라면 윤리 기준을 갖고 비전문가로부터 위임받은 일을 성실히 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실의 핵심요소인 솔직함을 좋은 법률가의 자질로 꼽으며 “우리 사회는 겸양이라며 위선적인 말을 강조하지만 법률가는 솔직해야 한다”는 자신의 신념을 드러냈다.

이어 ‘공부의 첫 단계는 낙타가 사막 건너는 단계와 같다’는 니체의 말을 인용하며 목표를 위한 절제와 노력을 강조했다. 법률가가 다루는 법에 대해서는 “법률가는 법이 실현하는 가치에 대해 긍정적인 확신을 가져야 한다”며 “법의 가치는 개인의 권리를 실현함으로써 개인의 존엄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강 후 이어진 질문시간은 강연자와 학생의 열정적인 참여로 1시간이 넘도록 계속됐다.

이창준(법학전문대학원·09)씨는 “법률가는 입법자가 아닌 만큼 법의 해석만을 담당하는데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는가”라며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이에 양 대법관은 “법에는 불확정 개념들과 의도적인 공백이 존재한다”며 “살아있는 사람을 만나 법을 적용하는 것은 창조적인 작업이며 법의 해석과 공백의 채움이 바로 법률가의 몫이고 보람이다”고 밝혔다.

김동현 기자 dh7000cc@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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