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후 처음으로 춘추의 모든 기사를 정독해보았다. 1면부터 학과제, 기부금 문제, 정기 확운위 등… 나로서는 잘 와닿지 않는다.

2면엔 학점 부풀리기에 대한 기사가 있다. 학생들이 높은 학점을 위해 절대평가를 요구하는 바람에  학점이 진짜 실력을 반영하지 못해 취업과정에서 변별력이 없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A의 비율이 높다고 진정한 실력을 보지 않는다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다. 어차피 절대평가 과목은 전체 과목중 일부에 불과하고 절대평가에서 A를 받는 학생이 아무리 많아도 원칙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다. 학생들이 아무리 요구해도 수업 개설에 반영해주지 않는 학교가 왜 이런 문제에서는 학생 탓을 하는 것일까? 한편 실력이 있어도 상위 35%에 들지 못하면 A를 받지 못하는 상대평가의 명백한 부당함은 어떤가? 진정한 실력을 쌓는 것을 외면하는 학생이 많다고 하는데, 기사에서 말하는 ‘진짜 실력’은 결국 기업에서 원하는 스펙이 아닌가. 학력 인플레는 학생이 원한 것이 아니라 사회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7면에는 기륭전자 사태에 희망을 말한다는 기사가 있었다. 희망을 말하기는 하는데 보이지는 않았다. 친기업적인 현정부와 대답없는 회사에 투쟁하는 기륭전자 노조원들의 막연한 희망과 기자의 작은 소망이 있을 뿐이었다.

10면에는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라는 칼럼이 실렸다. 현정부가 비판을 받긴 했지만 최근의 코스피 지수와 환율을 보면 경제가 호황이니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기다리자는 내용이었다. 기륭전자 노조원들 중 주가지수나 환율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기륭전자 사태는 산에 살던 사람들의 슬픈 투쟁이다. 누가 요즘 산을 그냥 옮기기만 해도 환호하는가? 어리석은 영감(님)이 산을 옮기려 하면 비극이 일어난다. 소수에 대한 약간의 진정성마저 짓밟는 모순된 칼럼 배치는 노조원들을 두번 죽일 뿐이다. 그들에게 희망이 어디에 있다는 말인지, 예의상 하는 말은 아니었는지 의문이다.

길휘현 (신방·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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