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장도 하나 없는, 등록 선수라고는 5명밖에 안되는, 게다가 국제 대회에 사비 털어 출전하는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을 소재로 한 「국가대표」라는 영화가 7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중이다. 덕분에 국민들이 스포츠를 보는 눈도 높아지고, 엘리트 운동선수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도 늘어났다. 스키점프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대표 선수들에 대한 기대도 많이 높아졌다. 그야말로 국가대표라는 이름의 황금기를 맞이한 셈이다. 각각의 개성을 가진 4천만 국민들을 하나로 모으는 스포츠의 긍정적인 힘을 또 한 번 느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세상 밖으로 알려졌다. 바로 ‘배구 국가대표 박철우 선수 구타사건’이다. 박철우 선수는 프로 배구단 현대 캐피탈의 간판 공격수이며, 국가대표 중에서도 내로라하는 대한민국 대표 공격수이자 배구계의 차세대 아이콘이다. 이런 선수가 왜 얼굴에 빨간 상처를 가진 채 기자들 앞에 나섰을까? 사건은 이러했다. 오는 26일부터 열리는 아시아 선수권 대회를 앞두고 태릉에 소집되었던 배구 대표팀, 훈련 종료 후에 국가대표 배구팀의 이상렬 코치가 평소 훈련 태도와 생활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다른 선수들이 보는 앞에서 박철우 선수의 얼굴과 복부를 수차례 구타한 것이다. 참다못한 박철우 선수의 그의 부모가 이 사실을 세상에 알리고자 기자회견을 열었고, 엘리트 체육은 또 한 번 그 구조와 운영에 대해 심판대에 오르게 되었다.

구타. 우리 체육계의 고질적 문제

국가대표는 모든 엘리트 운동선수들의 꿈이다.  그런 국가대표가 대중 앞에서 구타를 당했다는 것은 조금 과장하자면 모든 엘리트 운동선수들의 꿈이 무너진것이나 마찬가지다. 왜 맞아야 했을까? 아니 왜 때려야만 했을까? 이 사건이 시간이 지나가면 잊혀지는, 가해자의 자격정지 몇 년으로 덮어지는 사건이 돼서는 안 된다. 운동선수로서 정점에 있는 국가대표 선수가 구타당했다는 것은 우리나라 엘리트 체육 전체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충분히 시사하고 있으며, 우리는 이를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선수의 성장을 위한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엄연한 폭행 행위가 정당화 돼서는 안 된다.

실제로 농구선수의 꿈을 안고, 초등학교 농구부의 문을 두드린 적이 있다. 하지만 농구부에 들어간지 3일 만에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부모님께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꿈과 현실은 천지차이였다. 코트를 누비며 멋지게 슛을 날리는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고, 3일 동안 경험했던 농구선수의 길은 구타의 연속이었다. 뺨과 뒤통수는 물론이고, 쇠파이프까지 동원된 구타도 있었다. 한 번은 선수가 도망가지 못하게 코치가 선수의 발을 꾹 밟은채 뺨을 때리는 모습도 봤다.

얼마 전 시사기획 ‘쌈’에서 방영된 여자 농구부 구타 장면이 낯설지 않은 이유였다. 그것은 지옥이었다. 그렇게 운동해서 어떻게 창조적인 플레이어가 되고 어떻게 세계를 뛰어넘겠는가?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우리나라 스포츠이다. 맞고 자란 운동선수들, 결국엔 그들만의 리그다. 나아가 그들은 분명 은퇴 후에 후배 양성을 위해 지도자의 자리에 나설 것이다. 변화가 없는 한, 구타 문화는  대물림되고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지지 않을것이다.    

구타와 폭력보다는 칭찬과 격려를

이제는 바꿔야 한다. 우리들 세대에서 변화될 구조에 입김을 불어넣어야한다. 미국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을것이다. 선수들은 모든 권리를 인정받고, 그들도 그들의 의무를 다해가며 최고의 자리를 꿈꾼다. 구타보다는 격려가, 온갖 폭언보다는 칭찬이 제2의 박지성, 제2의 박찬호 뿐만 아닌 제1의 누군가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선수들도 선수이기 이전에 사람이라는 점을 꼭 명심해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지도자들도 청출어람 할 수 있는 후배 양성을 위해 구타의 대물림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자 변화해야 한다. 88올림픽과 2002 월드컵의 성공, IMF 시대에서 빛난 박찬호의 활약, 그리고 WBC의 감동. 대한민국은 스포츠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나라이다. 이런 우리 나라에서 더 이상 스포츠가 구타로 멍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명환 (스포츠레저·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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