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무의미한 소음으로 남으려 하지마. 알지도 못하고 신경도 안 쓰다가 막상 네가 없어지면 불평이나 해대겠지. 네가 필요해질 때가 올 거야 네겐 힘이 있다고. 네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어, 라디오’

이 노래는 지난 1984년 발매된 퀸(Queen)의 싱글 ‘라디오 가가(Radio Ga Ga)’다. 라디오 가가는 TV에 가려 이제는 잊혀가는 라디오에게 바치는 노래라고 볼 수 있다. 분명 ‘라디오 만세!’는 힘을 주는 말이지만 그 가사가 슬프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가 이미 라디오의 시대는 갔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시간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고 계속 흐른다. 그래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마치 라디오처럼 점점 사라져가는 것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제는 무언가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라지는 것에 익숙해질 법도 한데, 아직도 그것은 힘들기만 하다.

오는 2009년에 학부제가 학과제로 전환되면서 내가 ‘마음의 고향’이라고 지칭하던, 나의 반이 사라진다.  이미 사라지는 것이 확정이 된 상황에서 울고불고 할 것도 없지만, 다만 아쉬운 점은 이렇게 허무하게 반이 없어지는 것이 나의 의지도, 우리의 의지도 아니라는 것이다.

적성에 따른 학과 선택권을 준다는 취지와 달리, 학부제는 일부 인기학과에 진입하려는 학생들 사이에 경쟁을 불러오는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다시 학과제로 돌아가는 것이다. 분명 학과제에서 학부제로 전환하려 했을 때는 학과제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학부제에 문제가 있어 다시 학과제로 돌아가는 것은 교육제도 자체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점을 반증한다. 또한 제도의 변화를 직접 겪을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보지 않은 채 일방적인 변화를 꾀한다면 의미없는 제도변화만 또 다시 반복될 것이다.

반이 사라지는 것은 이제 돌이킬 수없는 일이 돼버렸다. 하지만 앞으로는 무의미한 ‘학부제-학과제’ 전환의 반복으로 나, 그리고 우리와 같은 희생자가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오지은 취재1부장
jumpup@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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