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제복에 열광하는 것일까?

소녀시대는 ‘소원을 말해봐’라는 다소 고압적인 가사와 군복을 입고 나와 귀여운 퍼포먼스를 보여주면서 기자 뿐만 아니라 많은 남성들을 열광하게끔 한다. 그들의 노래를 들어보면 정말로 그들이 ‘소원’을 이뤄줄 것만 같은 행복한 상상이 든다. 그들이 이번 앨범의 컨셉으로 들고 나온 것은 ‘밀리터리 룩’, 바로 제복이다. 사람마다 제복에서 떠올리는 것이 다 다르겠지만 아홉 명의 소녀와 그들의 매력을 가장 잘 발산하도록 개조된 제복, 그리고 ‘너의 판타지를 말해보라’는 가사는 어딘지 묘하다.

 



페티시즘 안의 주류 세력, 제복 페티시즘
이 묘한 느낌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것이 바로 제복 페티시즘이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페티시즘의 개념을 정리해 보자. 페티시즘은 인격체가 아닌 물건이나 특정 신체 부위 등에서 성적 만족감을 얻으려는 경향을 말한다. 또한 자신이 느끼는 사회적 공허감을 어떤 대상을 통해 충족하려는 태도를 이른다. 페티시즘은 대략 세 가지 갈래로 나뉘는데, 하나는 이성이 착용하는 물건에, 또 하나는 특정 신체 부위에, 마지막은 마조히즘 같은 가학적 성향에 쓰이는 물건에 페티시를 느낀다.

페티시즘 중 현재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제복 페티시즘’이다. 제복 페티시즘이 사회적으로 급속하게 퍼진 원인은 집단을 대표하는 물건인 제복에 있다. 보통 여러 집단들은 제복을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밝히려 한다. 자연스럽게 그 안에서 집단성이 확보되기도 했다. 그 집단성이 사람들에게 심리적 안정(보호 받을 수 있다는 안도감)을 주게되고 집단 외부에 있는 사람들은 그들에게 동경의 감정을 갖는다. 이를 통해 성적 매력을 느껴 페티시즘을 갖게 되는 것이다.

제복 페티시즘이 사회에 급격히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로 ‘대중문화’를 꼽을 수 있다. 20세기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사회 전반에서는 저항과 반항의 문화가 지배적이었다. 이 때문에 절대적인 질서가 깨지면서 사람들 사이에서는 심리적 공허감이 팽배했다. 따라서 인간들은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있는 또 다른 권력을 찾고 의지하기를 원했다. 이 때 그 새로운 집단성의 형성을 도운 것이 대중문화로 인한 제복 페티시즘이다. 대중문화는 제복이 가진 의미마저 변화시켰다. 기존 제복의 이미지는 힘과 권력을 상징하는 비교적 딱딱한 것이었다. 그러나 텔레비전이나 대중 매체를 통해 나이 어린 아이돌이 제복을 입고 귀여운 안무를 보여줌으로써 제복의 이미지를 친밀한 소재로 만들어 친밀감을 높였다. 숙명여대 의사소통센터 한금윤 교수는 “현재 가요 프로그램들을 보면 사회적으로 변화된 제복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며 “아이돌이 입은 제복을 통해 정서적 안정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된 제복의 모습이 제복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라고 여겨진다.


교복과 간호사복, 스튜어디스복이 가장 대표적인 제복 페티시즘을 느끼는 소재로 꼽힌다. 교복은 이를 입는 여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순수함을 통해 자신들의 공허함을 채우려는 것이다. 그리고 간호사복이나 스튜어디스복은 이들 직업에서 느낄 수 있는 ‘돌봄’이라는 것에 성적 매력을 느끼기 때문에 제복 페티시즘의 대표적인 예로 꼽히고 있다.

 

제복 페티시즘, 누가 만드는 것인가
위에서 제시한 소녀시대 뿐 아니라 제복 페티시즘이라는 것을 이용해 자신들의 컨텐츠를 홍보하려고 했던 예는 많다. 몇 년전 상영된 ‘방과후 옥상’이란 영화에서도 여자 주인공이 여러 제복을 입고 등장하면서 남 주인공의 페티시를 자극했다. 그리고 최근 모 가수는 앨범 자켓에 간호사 복을 입은 사진을 포함시켰다가 여론의 비난이 거세지자, 앨범 자켓에서 그 사진을 제외시켰다. 이런 상황의 이면에는 ‘배후 조종자’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즉, 이런 제복 페티시즘적인 성향이 대중에게 어필한다는 점을 이용해 상업적인 이익을 취하려는 이들이 있는 것이다. 앞선 예에서는 영화 기획자나 연예인 기획사가 그 주체가 된다. 대중가수의 경우 노래 선정부터 의상, 안무까지 기획사의 주도하에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기획사는 대중들의 기호를 파악해 그 안에서 상업적 이익을 최대로 해야 하기 때문에 제복 페티시즘처럼 소비자에게 ‘꽂히는’ 코드는 당연히 환영 받을 수 밖에 없다.

소원을 말해봐!
자신이 대중의 어떤 기호를 자극하는 줄을 아는지 모르는지, 천사같은 모습으로 춤을 추는 ‘소녀’들은 어딘가 애처롭다. 상업주의가 팽배하는 사회에서 기획자들은 어쨌든 돈을 벌어야 하고, 돈을 위해 이런 코드를 계속해서 사용할 것이다. 이를 근본적으로 막는 것은 어렵겠지만, 그래도 ‘소원을 말해봐’라는 그녀들에게 한 가지 소원 정도는 빌어보자!


“난 너의 코디가 되고 싶어~”

이종호 기자 phillies@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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