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기업화에 대해 다룬 ‘우리대학교에서 가장 좋은 건물은?’, 캠퍼스 내 상업시설을 다룬 ‘별다방과 생협의 줄다리기’, 민자사업에 관한 내용의 ‘국제학사는 공사중’. 이 기사들은 내가 평소에 관심 있던 ‘자본과 대학의 관계’에 관한 주제라 적극적으로 쓰겠다고 말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기사를 쓸 때마다 돈에 관련된 민감한 문제인 만큼 취재가 잘 되지 않아 패닉상태에 빠질 때가 많았다. 취재원이 아예 전화를 받지 않기도 하고, 전화는 받지만 무턱대고 취재거부를 하는가 하면 모두 자기 책임이 아니라고 다른 사람에게 인터뷰를 떠넘겨 버린다. 심할 땐 다짜고짜 싫은 소리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힘든 것은 무관심한 학생들을 인터뷰할 때다. 그 사안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람들은 그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나름의 고민을 가지고 있지만, 학생들은 대학 내 상업화에 대한 문제의식은커녕, 이에 대해 잘 모르고 아예 관심조차 없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별다방과 생협의 줄다리기’를 취재할 때의 일이다. ‘우리대학교에 스타벅스가 들어오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대해 게릴라 인터뷰를 했을 때 거의 모든 학생들이 “잘 모르겠다”거나 “별로 상관 없다”고 답했다. 오히려 “빨리 들어왔으면 좋겠다”며 언제 들어오냐고 기자에게 되묻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렵사리 얻은 답변은 “대학에 대한 지원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선 기업으로부터 돈을 빌려서라도 시설을 확충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었다. 나도 이에 어느 정도 공감했기에 기사에서 추상적 대안을 제시하기보단 학생들에게 문제제기를 하는 식의 마무리를 지었다. 그러자 기사 밑에는 학생들이 공감하고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댓글들이 달렸다. 그 댓글 중에는 ‘그래서 기사에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나는 이조차도 반가웠다. 내 기사로 인해 학생들이 한번이라도 더 생각해볼 기회를 가진다면 나는 싫은 소리, 더 정도가 심한 악플이라도 언제나 쌍수 들고 환영이다.

웹미디어부 김방현 기자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