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손담비가 ‘토요일 밤에’라는 신곡을 내면서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의상을 입고 등장하더니 이후 드라마 ‘스타일’의 김혜수, ‘아가씨를 부탁해’의 윤은혜가 이런 의상을 입고 브라운관에 등장하고 있다. 이것은 바로 80년대 유행했으며 09년의 패션 트렌드 핫 아이템인 파워숄더 자켓이다. 80년대 유행 아이템들은 파워 숄더 자켓 외에도 스노우 워싱진, 배기펜츠 등이 있지만 시각적으로 파워숄더 자켓이 가장 눈에 들어온다.

금융위기 잊으려 패션에 심취

그렇다면 우리는 왜 80년대 패션에 열광하는 것일까? 패션 전문가들은 “경기와 패션은 반대의 길을 걷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트렌드 정보회사인 도네거 그룹(The Doneger Group)의 데이비드 울프 대표는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돈에 대해 걱정하는 것에 이젠 지쳤기 때문”이라며 “경제 상황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사람들은 점차 화려하고 즐거운 것에 취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디자이너 ‘릭 오웬스’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80년대를 떠올리면 현란한 색상과 자유로움이 생각나기에 이를 즐기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사람들은 80년대 패션을 통해 작년 9월부터 시작된 금융위기를 잠시나마 잊으려는 것이다.

‘엣지있게’ 취업하던 80년대

80년대 리트로 패션 아이템인 파워숄더 자켓처럼 요새 유행어가 하나 있다. ‘엣지있게’가 바로 그것이다. 한국 패션업계에서 몇 년 전부터 유행하던 용어였지만 최근 드라마 ‘스타일’의 ‘박기자’(김혜수)가 대중에게 널리 전파했다. 엣지(edge)는 [날카롭게 하다(sharpen)의 뜻을 포함] 다른 것과 차별화된 개성있고 멋진 것을 볼 때 쓰는 말이다. 요새 어깨의 각을 세운 파워숄더 자켓을 입은 젊은 여성들은 ‘엣지있네’라는 말을 몇 번 들어봤을 것이다. 80년대 학번의 교수님들은 ‘우리가 대학 다닐 때 요즘 학생들처럼 공부하면 별종으로 취급을 받았는데 요즘 학생들은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하는 것 같아’라는 말씀을 하신다. 우리나라가 아시아의 4마리 용으로 불릴만큼 경이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던 80년대의 대학생은 적어도 취업에 있어서 쉽고 선택의 폭도 넓었기 때문에 요즘 대학생들처럼 불안해하지 않고 자신감이 넘쳤다.

 대학시절의 낭만은 어디에

 반면 요즘 대학생들은 취업을 위해 공부만 한다. 심지어 필자가 이 글을 쓰고 있는 9월 11일은 연고전이 진행되고 있는 날이지만, 주위의 08학번 친구들과 선배들은 연고전과는 상관없이 스펙을 올리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요즘 대학생들은 10대보다도 정치나 시사에 관심이 없으며 취업을 위해 높은 토익 점수, 공모전, 인턴과 같은 스펙을 하나라도 더 올리기 위해 목숨을 건다. 80년대 학번의 선배님들처럼 대학 특유의 낭만을 찾는 것은 이제 힘든 것일 지도 모른다.

자신감 결여된 우리세대

 ‘엣지있게’를 매회 4~5번 이상 외치는 드라마 ‘스타일’의 박기자(김혜수), “난 강혜나니까!”를 강조하는 ‘아가씨를 부탁해’ 강혜나(윤은혜)의 공통점이 있다. 파워숄더 자켓을 자주 입으며 어떠한 위기의 상황이 오더라도 자신감이 넘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80년대 학번에 비해 ‘88만원세대’, ’‘삼일절’(31세 이전에 직업을 구하지 못하면 끝)로 설명되는 소심하고 자신감이 결여된 요즘 대학생과 드라마의 두 주인공은 차이점이 있는 듯하다.

우리도 ‘엣지있게’

 브라운관에서 많은 패션 피플들이 파워숄더 자켓의 어깨 실루엣처럼 각을 잡고 당당하게 행동하는 것처럼 우리 연대생들도 움추린 어깨를 활짝 펴고 힘든 상황을 극복하는 자신감 있는 대학생활을 하길 바란다.

이준호(의류·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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