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선진국을 위해서 보다 구체적인 고민이 우선돼야

서울시가 지하철에 자전거 전용 칸을 만든다고 발표했다. 오는 10월부터는 지하철 맨 앞뒤 칸에 의자대신 자전거 고정용 거치대가 설치될 예정이다. 이는 미국이나 유럽 등 자전거를 많이 이용하는 선진국들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자전거’에 대한 국내의 관심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정부도 ‘저탄소 녹색성장의 동반자’로 자전거를 선택한 후, 자전거도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한강과 한강지천에 자전거도로를 추가하고, 오는 2014년까지 도심과 남산, 한강을 연결하는 88km의 순환형 자전거도로를 만들겠다고 했다. 자전거로 도심전역을 누빌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조성된 자전거도로도 인기가 많다. 한강의 물줄기를 따라 양 옆에 길게 늘어선 한강변 자전거도로는 주말에는 물론 평일 저녁에도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로 붐빈다. 일주일에 2~3번씩 한강변 자전거도로에서 자전거를 탄다는 김희선(50)씨는 “아직 군데군데 공사를 하고 있어 조금 불편하지만 곧 완공된다고 하니 기대된다”며 “회사 내의 자전거동호회 사람들과 운동 삼아 자전거를 타러 나온다”고 말했다.

환경파괴의 주범이 된 자전거도로

하지만 모든 자전거도로가 긍정적인 평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친환경 녹색성장’의 일부로 자전거도로 건설이 계획됐지만 오히려 자전거도로를 만드는 과정에서 환경파괴가 이뤄지기도 한다. 현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에는 제방 등을 활용해 하구부터 상류까지 총 1천728km의 자전거길을 만들겠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하지만 강 주변의 자연이 파괴돼 오히려 반환경적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자전거도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경상북도 상주시 경천대 근처는 파괴정도가 심각하다. 우거진 숲의 나무를 베고 포클레인으로 산허리를 잘라 길을 낸 후 시멘트로 포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낙동강 투어로드 공사담당자 손성호씨는 “공사를 하기 때문에 *절성토가 이뤄지는 것은 맞지만 이런 것까지 환경파괴라 하면 개발을 할 수 없다”며 “자연파괴를 최소화하고 싶지만 도로를 내다 보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운동가로 활동 중인 최병성씨는 “도심 밖의 보존지역에 자전거도로를 놓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얼굴을 들지 못할, 생태계를 망가트리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최씨는 이 공사가 산을 깎고 시멘트를 까는 과정에서 많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저탄소 녹색성장’이 아닌 ‘고탄소 환경파괴’에 불과하다며 “강 근처에 숲이 있어야만 이물질이 강에 유입돼 강물이 오염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전거를 탈 수 없는 자전거도로

자전거도로를 만들었으나 이용이 불편해 유명무실한 경우도 있다. 지난 7월 1일 한강다리 최초로 자전거도로가 생긴 광진교는 많은 시민들의 관심을 받았다. 4차로인 도로를 2차로로 줄이고 한쪽에는 보행로를, 다른 한쪽에는 자전거도로를 만들어 자전거로도 한강을 건널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폭이 10m인 보행로에 비해 자전거도로는 2.5m밖에 되지 않아 자전거를 타기에는 좁다. 신상문(61)씨는 “한강변에 비해 광진교 자전거도로는 너무 좁아서 불편하다”며 “홍보를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해 실망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상·하행을 합쳐 2.5m인 자전거도로가 너무 좁아 대부분의 시민들은 보행로에서 자전거를 탄다. 그러다보니 보행하는 사람과 부딪치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광진교 남단의 자전거도로는 불법 주·정차된 차들로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도로 양쪽에 공구상가가 조성돼있어 항상 상인들의 차가 늘어서 있다. 주민들은 사고위험을 감수하며 인도나 차도에서 자전거를 탈 수밖에 없다. 유아무개씨는 “자전거도로인지 주차장인지 모르겠다”며 “자전거타기를 장려하기에 앞서 이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글을 강동구청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처럼 불편을 토로하는 민원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지만 구청 측은 이렇다 할 해결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강동구청 교통지도과 양순복씨는 “공구를 사러오는 차들이 자전거도로에 불법주차를 해 민원이 들어온다”며 “근절까지는 어렵더라도 CCTV를 통한 관리와 주기적인 단속을 통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전거 선진국을 향한 첫 걸음

여러 도시들이 앞 다투어 자전거도로를 만들고 있어 곧 자전거만으로 전국방방곳곳을 돌아다닐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전에 ‘친환경’을 목적으로 계획된 자전거도로가 환경파괴의 주범은 아닌지, 세금을 들여 어렵게 만든 자전거도로가 있으나마나한 것이 되지는 않았는지 구체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유럽이나 미국이 20년만에 이룩한 자전거산업을 5년 안에 따라잡겠다는 원대한 꿈이 꿈으로만 그치지 않도록 천천히, 꾸준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절성토: 평지나 경사면을 만들기 위해 흙을 깎거나 쌓는 일 

글 유수진 기자 ussu@yonsei.ac.kr
사진 추유진 기자 babyazaz@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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