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기획르포 우리대학교 기숙사 실태를 점검한다-①신촌캠

1교시 수업이 있어 바쁜 아침, 한 학생이 수업자료를 인쇄하기 위해 무악2학사에 위치한 컴퓨터실에 들린다. 하지만 인쇄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컴퓨터실은 이미 만원이다.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학생들은 초조한 마음에 계속해서 시계를 바라본다. “인쇄 가능한 컴퓨터가 한 대 뿐이라 인쇄하려면 일찍부터 서둘러야 한다”고 말하는 김민지(화공생명공학부·09)씨의 얼굴엔 불만 섞인 표정이 역력하다. 초조한 마음에 발을 동동 구르던 학생은 인쇄를 포기하고 수업을 가기 위해 허겁지겁 뛰어간다.

아침 8시 44분. 강의실에 때맞춰 도착하려면 45분에 출발하는 셔틀버스를 꼭 타야만 한다. 테니스장 옆 정류장으로 달려가지만 셔틀버스는 이미 출발해버린 후다. 셔틀버스를 놓친 학생들은 허탈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지각을 각오하고 걸어가는 학생들도 있는 반면, 몇몇 학생들은 북문으로 향한다.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학생들을 붙잡고 어디로 가는지 묻자 학생들은 “택시 잡으러 가요”라며 황급히 뛰기 시작했다. 북문에 도착한 학생들은 택시를 잡으려 하지만 이미 학생을 태운 택시는 이들을 지나쳐 버린다. 신학계열 재학생 A씨는 “기숙사와 학교간의 교통편이 그리 많지 않아 불편하다”며 “아침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위해 오전시간 대의 셔틀버스가 9시나 10시까지 연장 운행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긴 채 걸음을 재촉했다. 

“셔틀버스 운영시간 확장해 줬으면”

중앙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낸 후 한밤중이 돼서야 기숙사로 향하는 학생들을 따라가 봤다. 밤 11시 10분의 마지막 셔틀버스를 타지 못해 기숙사로 걸어가는 학생들의 표정이 어둡다. 걸어가기에 은근히 먼 거리일 뿐더러 기숙사로 가는 길이 어둡기 때문이다.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가로등의 불빛이 희미해 사람들의 얼굴조차 제대로 알아보기 힘들다. 기숙사에 거주한다는 박아무개씨는 기숙사 방향과 정반대인 정문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기숙사 가는 길이 어둡고 인적이 드물어 밤에 걸어가기 무섭다”는 박씨는 기숙사까지 한 번도 혼자서 밤중에 걸어간 적이 없다. 걸어가더라도 친구와 함께 가거나 친구에게 마중을 부탁하기 때문이다. “마을버스를 타면 기숙사까지 사람들과 함께 걸을 수 있고 주택가여서 위험한 상황이 닥쳤을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다”던 박씨는 학교 정문 앞에서 기숙사로 가는 마을버스를 기다렸다. 정혜진(상경계열·09)씨 또한 “밤에 기숙사까지 걸어가는 것이 너무 무섭다”며 “밤 시간대의 셔틀버스 운행시간이 연장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중단되는 온수공급, 유료화된 세탁시설

한가한 주말, 기숙사 사생들의 생활을 살펴봤다. 빡빡했던 일정을 마치고 피곤해진 탓에 사생들은 느지막하게 일어나 주말을 시작한다. 부스스한 머리를 한 채 목욕 바구니를 들고 샤워실에 들어선 사생은 수도꼭지를 틀더니 이내 다시 방으로 들어간다. 수도꼭지를 틀어보니 차가운 물밖에 나오지 않는다. 낮 12시부터 5시까지는 온수공급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이에 기숙사 자치회 회장 조선호(경제·08)씨는 “주말만이라도 낮 12시~ 5시 사이에 온수공급이 중단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답변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제대로 씻지도 못한 사생이 밀린 빨래감을 잔뜩 들고 지하 1층에 위치한 세탁실로 향한다. 한 대 뿐인 무료 세탁기는 이미 사용중이라 할 수 없이 동전을 꺼내 남아있는 유료 세탁기에 넣는다. 미처 동전을 챙겨오지 못한 최정원(신방·08)씨는 “매번 세탁할 때마다 동전을 챙겨가야 해 번거롭다”며 “무료로 세탁을 하고 싶지만  한 대 뿐인 무료 세탁기를 사용하기가 힘들다”며 세탁기에 넣을 동전을 마련하기 위해 매점으로 향했다.

식사시간이 되자 사생들이 우르르 2학사로 향한다. 급식 메뉴를 보고는 발걸음을 다시 돌리는 사생들이 눈에 띈다. 이유를 묻자 기숙사 식당 밥을 먹기보다 외부로 나가서 먹거나 시켜먹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불평을 늘어놓는다. 김동하(영문·07)씨는 “기숙사 식당의 밥이 입맛에 맞지 않아 학생들에게 별로 호응도가 없는 것 같다”며 “식비를 조금만 올리더라도 맛의 질을 높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긴 채 식당을 나섰다. 심지어 생활관 홈페이지에는 ‘군대 짬밥보다 못한 식당밥’이라는 제목의 글과 같이 기숙사 식당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글이 게시돼 있다.

‘소통’이 필요한 기숙사 자치회

1층 로비로 올라가자 여러 사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사생 한 명이 각 학사에 배치돼 있는 게시판에 메모지를 남기고 있다. 그가 남기고 간 메모지엔 ‘왜 자치회는 사생들이 이곳에 의견을 적어 놓으면 개선사항에 대한 피드백이 없나요?’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 게시판은 기숙사 자치회에서 사생들과 보다 가깝게 소통하고자 마련해둔 것이다. 게시판에는 ‘온수 좀 틀어달라’, ‘프린트 관리 잘해달라’등 사생들의 불만 섞인 건의사항이 적힌 포스트잇이 가득 붙여져 있다. 하지만 이런 사생들의 의견에 답변을 달아놓은 쪽지는 발견할 수 없었다. 이에 자치회장 조씨는 “사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피드백을 해주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앞으로 사생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서 더 나은 기숙사 생활 환경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타지에서 생활하는 사생들을 도와주기 위해 힘써야 하는 기숙사. 그러나 기본적인 생활시설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사생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높다. 기숙사와 사생간에 원만한 소통이 필요하다.

권소영 기자 serendipity@yonsei.ac.kr 

사진 구민정 기자 so_cool@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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