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기획르포 우리대학교 기숙사 실태를 점검한다-②원주캠

‘RC(Residential College)’는 신입생 전원이 교수들과 함께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콜로키아 수업 △체육·봉사 활동 등의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제도다. 각 학사에 배정된 마스터 교수와 학생인 RA(Residetial Advisor)가 신입생들의 학교 생활 적응을 돕는다. RA는 자신이 맡은 분반 학생들을 통솔하며, 마스터 교수는 매주 RA모임, 면담 등을 통해 분반 학생들을 관리한다.

RC도입 당시 학교 측은 마스터 교수가 학생들과 상담을 통해 부모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이번 학기에 마스터 교수와 만난 적은 전체모임 뿐이었다”는 이예다운(사회과학부·09)씨처럼 마스터 교수와 학생과의 면담은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학생들을 관리하는 마스터 교수 수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2009년 1학기 각 학사 당 학생 수는 △매지 1학사 269명 △청연 2학사 399명 등이다. 이에 비해 각 학사의 마스터 교수는 단 1명 뿐이다. 때문에 마스터 교수의 학생 관리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세연 1학사 담당 정찬문 교수(과기대·고분자화학)는 “상담이 이뤄지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겠지만 모든 학생을 면담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학사별

RA참여학생 수

마스터교수

RA조교

매지 1학사

269

1

21

매지 2학사

244

1

13

매지 3학사

11

0

0

세연 1, 2 학사

348

1

19

세연 3학사

2

0

0

청연1학사

223

1

12

청연 2학사

399

1

22

이에 교무처 RC담당 홍혜련 과장은 “현재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콜로키아 교수에게도 학생들의 상담을 권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콜로키아는 1학점짜리 과목으로 모든 전공분야에서 분반을 구성해 수업하고 있다. 학생들은 원하는 콜로키아 과목을 수강 신청 기간에 신청해야 한다. 하지만 콜로키아 수업을 담당하는 교수가 학생들의 면담을 병행하기는 무리다. 교수들의 업무가 과중되기 때문이다. ‘기업가 정신’ 과목을 맡고 있는 이주헌 교수(정경대·창업학)는 “콜로키아 수업을 학생들과 면담하는 시간으로 바꾸지 않는 이상 문제점을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2009학년도 1학기부터 평가방식이 바뀐 ‘체육활동’은 학생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전에는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체육활동을 한 뒤 기초상담일지를 작성해 RA와 마스터 교수에게 보고했다. 때문에 체육활동을 하지 않고 기초상담일지를 허위로 작성 하더라도 이를 가려낼 뾰족한 방안이 없었다.

이번 학기부터 마련된 △스포츠댄스 △필라테스 △족구 등 체육활동은 RA가 학생들의 출결을 관리한다. 이에 학생들의 참여율도 높아졌다. 김기찬(정경경영·09)씨는 “학생 참여가 증가해 각 학사 사생들의 교류도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침에 시작되는 각 체육과목은 출석률이 저조해 문제로 지적된다. 각 과목은 △아침7시~8시 △저녁8시~밤9시 △밤9시~10시에 진행된다. 아침시간에는 학생의 결석이 밤 시간보다 상대적으로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 출석을 확인하는 RA는 결석한 학생들에게 따로 연락 할 수도 없다. RA는 자신이 속한 학사 학생들의 연락처만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아침시간 족구를 담당하는 주홍(인예영문·08)씨는 “20명 정도의 학생 중 3~4명 밖에 안나올 때가 있다”며 “출석을 열심히 하는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RC에 참여하는 신입생들은 한 학기마다 개인 당 16시간 이상의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은 학교에서 지정한 아동·치매노인을 돌보는 병원 등이다. 지정된 기관에서 봉사한 기록은 RA를 통해 마스터 교수에게 전달된다. 이 기록은 2학점 짜리 리더십 실습 과목을 평가하는데 쓰인다. 지난 학기까지 학생들은 개별적으로 봉사활동을 했다. 그러나 이번 학기부터는 RA를 동반해 단체봉사활동을 가야한다. 이에 학생들은 개인적인 시간을 단체봉사활동에 맞춰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이지현(사회과학부·09)씨는 “봉사활동을 갈 때 분반단체로 가게된다”며 “시간을 맞추지 못할 때는 개인적으로 가고 싶지만 그럴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른 RA분반이 봉사활동을 갈 때 참여할 수도 있지만 RA끼리 따로 연락을 취해야 해 역시 쉽지 않은 실정이다.

국내 최초로 도입된 후 3년 째 시행 중인 RC는 과도기 상태다. 단순한 생활공간인 기숙사가 교수와 함께하는 교육의 장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미흡한 부분의 보완이 요구된다.

이건주 기자 naldo7@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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