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상상력으로 태어난 아이디어 상품을 만나다

상상씨는 친구와 한 방을 쓰는 자취생이다. 어느 밤늦은 시각, 상상씨의 친구가 너무 피곤하다며 불을 끄고 자려고 한다. 하지만 상상씨는 내일까지 마저 읽고 서평을 써야하는 책이 있다. 친구에게 불편을 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책을 읽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 상상씨는 문득 “책장만 밝힐 수 있는 전등이 있다면 어떨까”하는 상상을 해본다.

우리는 이처럼 일상 속에서 불편함을 겪으며 “이런 게 있다면 참 편할텐데”라는 생각을 떠올릴 때가 있다. 만일 그 불편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인터넷 검색창을 한 번 두드려보라. 우리가 원하는 물건을 만들어 팔고 있는 곳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다지 공감하지 않을 것 같은 특이한 상황의 불편함이라면 어떨까. 가령, ‘어두운 곳에서 불을 켜지 않고 책을 읽어야하는’ 사람을 위한 물건도 있을까? 찾기는 조금 어려울지 몰라도, ‘아이디어 상품’이라는 이름으로 통용되는 제품들이 있다. 생각지도 못했던 용도와 원리로 만들어진 기발한 제품들이다.

지난 2000년 11월 문을 연 ‘펀샵(http://www.funshop.co.kr)’이나 2005년 말부터 운영된 ‘펀앤라이프(http://www.funnlife.com)’ 등은 이미 많은 마니아를 갖춘 아이디어 상품 쇼핑몰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아이디어 상품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비슷한 콘셉트의 쇼핑몰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쇼핑몰들에서는 아이디어 상품이나 디자인 소품 등 독특한 제품들을 주로 소개하고 판매한다.

위 사례의 주인공에게는 ‘리딩 라이트’라는 제품이 적합하다. 책장 크기의 투명한 판에서 빛이 나와 따로 조명을 켜지 않고도 어두운 곳에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만든 장치다. 오지를 여행하는 배낭여행자에게 유용한 ‘워터 필터 테크놀로지 보틀’이라는 제품도 있다. 입구에 정수 필터가 장착돼 오염된 물도 안전한 식수로 걸러주는 물통이다. ‘투웨이 스테이플러’는 스테이플러의 철심 수납부가 직각으로 회전해 세로 방향으로도 찍을 수 있도록 개량된 제품이다. 천장을 보고 누워 TV를 시청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누워서 TV보는 안경’도 독특하다.

아이디어 상품들은 분명한 용도가 있기에 만들어져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제대로 쓸 기회조차 별로 없어 보인다. 더구나 쓸모에 비해 가격이 싼 편도 아니다. 그런데도 새로운 제품이 진열되면 어김없이 사람들의 평가와 사용기가 줄줄이 달린다. 10만원이 훌쩍 넘는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물량이 없어 제품을 살래야 살 수 없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이런 아이디어 상품을 즐겨 소비하는 사람들은 일반 대중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얼리 어답터’라고 할 수 있다. 얼리 어답터란, 혁신적인 새로운 제품이 시장에 등장하면 가장 먼저 제품을 구입해 사용해보는 소수의 소비자군을 일컫는다. 이들은 주로 변화에 민감하고 구매력이 높은 20~30대 직장인들로 형성돼 있다. 시장에 막 선보인 ‘혁신 제품’은 가격이 비싼데다 효용성도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리 어답터들은 ‘신기한 최신제품’이라는 점에 매력을 느끼고 기꺼이 값을 치르는 것이다. 이들이 주목하는 혁신 제품은 보통 첨단기술이 집약된 전자제품을 말하지만, 넓은 의미로 보면 아이디어 상품 역시 혁신 제품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의 눈에는 이같은 아이디어 상품이 우습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물건들을 단지 ‘값비싼 장난감’으로만 여길 수는 없다. 이들은 아직 초기시장의 단계에 머무르고 있을 뿐, 언제든 폭발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지닌 잠재산업이기 때문이다.

김서홍 기자 leh@yonsei.ac.kr

일러스트레이션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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