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 콜트콜텍 등에서 문화예술인들의 활동 이어져, 이에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시각도 함께 극복하길 기대

지난 4월 29일은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째 되는 날이었다. 서울역 광장에서는 범국민 추모제가 열렸다. 용산참사로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음에도 정부는 뒷짐만 진 채 입을 다물었고, 결국 의혹은 풀리지 않았다.

 그보다 앞선 4월 23~24일에는 용산참사 유가족을 돕기 위한 ‘라이브에이드:희망’ 콘서트가 문화연대의 주관으로 추계콘서트홀에서 열렸다. 콘서트가 열린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일부 팬들은 가수들을 걱정했다. 얼마 전 윤도현밴드가 KBS 출연 불가 통보를 받은 것처럼 행여 콘서트에 참여한 가수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갈까 염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콘서트엔 많은 가수들이 참여했다. 이승환과 윈디시티, 브로콜리너마저 등 9팀은 세 시간 가까이 그들의 음악을 들려줬다. 그들은 콘서트 중간 중간 사회를 향해 하고 싶은 말도 거침없이 쏟아냈다. 윈디시티의 김반장은 “한국사회는 극심한 정보화 사회라 쓸데없는 정보들이 너무 많다”며 “그런 정보들이 잊지 말아야 할 진실을 가리고 있다”고 말했다.

 아들과 함께 공연을 보러온 최인기(43)씨는 “용산참사 유가족을 돕는다는 공연 취지에 동참하고 싶어 오게 됐다”며 “많은 가수들이 경쾌한 음악을 선보이는 동시에 사회문제에 대한 자신의 목소리를 내 매우 의미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가수들이 자신들의 사회적 시선을 피력하기 시작한 것이 용산참사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8년 3월에 열린, 티벳의 독립과 평화를 기원한 ‘티벳평화콘서트’에서도 여러 가수들이 무상으로 무대에 올랐다. 그 중 오지은씨는 티벳사태가 벌어졌을 때 만들었다는 ‘작은 자유’라는 노래를 불러 더욱 뜻 깊은 시간을 만들었다.

 가수들 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아래 문화인)들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콜트콜텍’이다. 콜트콜텍은 기타를 만드는 회사의 이름인데 사장인 박영호씨가 인건비를 줄이고자 인도네시아와 중국에 공장을 세우고 지난 2007년에는 국내공장을 위장 파업했다. 그 과정에서 두 차례에 걸쳐 120여명의 콜트콜텍 노동자(아래 노동자)가 정리해고를 당했고, 부당해고에 맞서 지금까지 투쟁하고 있다.

 투쟁이 시작된 다음 해 12월 9일부터 14일까지 홍대 클럽 ‘빵’에서는 ‘콜트콜텍 노동자를 위한 후원 콘서트’가 열렸다. 공연에는 뮤지션 30여개의 팀이 참가해 악기를 연주하고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기타를 연주하는 사람들이 기타를 만들던 노동자들을 위해 준비한 공연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었다. 일주일간 공연을 보러 온 1천여 명의 관객들은 공연료로 만원의 후원금을 냈고, 모아진 후원금은 거리와 철탑 위에서 복직을 위한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돌아갔다. 또한 이 과정에서 콜트콜텍의 비상식적이고 비윤리적인 노동 탄압이 널리 알려졌다. 지난 2월부터는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마다 ‘빵’에서는 노동자들을 위한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지난 29일에는 ‘빵’에서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네트워크 모임이 있었다. 이 자리엔 밴드 ‘아침’과 콜트콜텍 노동자들, 문화예술인, 일반 관객들이 참석했다. 관심 있는 사람이면 누구든 환영이었다. 밴드 아침이 공연을 선보이자 노동자들은 박수와 환호로 보답했다.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는 권선욱씨는 “이 행사에 참여해 많은 것을 알게 됐다”며 “다치지 않도록 비폭력적으로 투쟁하셔서 하루빨리 복직하셨으면 좋겠다”고 공연 후 소감을 밝혔다.

 이에 모임에 참석한 이현례(52)씨는 “우릴 위해 공연을 해주니 너무 좋고 감사하다”며 “투쟁에서 이길 때까지 함께 해줬으면 좋겠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행사에 참석한 노보람(국문·07)씨는 “기존의 노동자 집회와는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며 “문화인들이 관심을 가져줘 더욱 공감을 이뤄낼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화인들은 콘서트 외에도 ‘릴레이 문화예술행동’으로 노동자들을 응원하고 있다. 지난 3월 11일 밴드 ‘킹스톤루디스카’의 최철욱씨를 시작으로 매주 수요일마다 인사동 남인사마당에선 문화인들의 1인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그들은 콜트콜텍 노동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작품을 만들어오거나 직접 예술 활동을 펼쳐 시민들에게 콜트콜텍 투쟁을 알리고 있다.

 판화가 이윤엽씨는 용산참사 때 직접 만든 판화를 판매해 유가족에게 수익금을 전달했고, 지난 22일엔 노동자를 위해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는  “다양한 경험을 거쳐 예술가가 됐고 여전히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이라며 “문화인이라서가 아니라 스스로 공감하기 때문에 현장 속에 있게 됐다”고 참여계기를 설명했다.

 문화인이 자유롭게 자신의 사회적 견해를 밝히는 해외 여러 나라들과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문화인이 사회적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쉽지 않다. 사회적으로 문화인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피력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 한국의 현실을 감안할 때 이런 움직임 하나하나는 매우 가치가 있다. 이런 작은 움직임들이 점차 다방면으로 퍼져나가면 사회에 엄청난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진원지’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이런 문화적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져, 대중들도 ‘연대’에 한걸음 더 가까워질 날을 기대해본다.

유수진기자 ussu@yonsei.ac.kr\
사진 구민정 기자 so_cool@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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