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카드 납부, 마냥 편리한 줄 알았는데…우리 낚였나요


이글을 읽는 당신. 이번학기 등록금 어떻게 납부했나요.

이번 학기부터 우리대학교 학생들은 등록금을 카드로 납부할 수 있게 됐다. 목돈 마련이 어려운 학부모, 학생들의 부담을 덜고 ‘납부방법의 다양화’를 통해 등록금 납부의 편리성을 확대한다는 취지다. 김한중 총장이 재무처에, 재무처가 우리은행에 제의를 해 지난 1월20일부터 등록기간인 2월 말까지 연세대 지점 전산담당자 20여 명이 ‘며칠 밤을 꼬박 새가며 작업해서 시행한’제도란다. 전교생에게 문자와 홍보전단지를 발송하는 등 대대적으로 홍보해 이번학기 신촌캠 약 1700여 명, 원주캠 약 220여 명이 카드로 등록금을 납부했다.

총장이 제의했기에 망정이지, 일반적으로 대학들은 등록금 카드결제를 그리 반기지 않는다. 카드로 등록금을 받을 경우 결제액의 1.5~3%가량을 가맹점 수수료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재 전국 400여개 대학 중 등록금을 카드로 낼 수 있는 곳은 4년제 대학은 24개, 전문대학 18개, 원격대학 17개로 60여 곳에 불과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학이 높은 할부이자 때문에 학생들의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성균관대 재학생 이아무개씨는 “카드 납부가 되지 않아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지만 그런 문제의식을 적극적으로 표출하지는 않는 편”이라며 아쉬워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우리대학교가 이번에 등록금 카드 납부제를 도입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게다가 우리대학교의 사례를 필두로 다른 국·공립대학들도 신용카드 납부 확대를 검토할 예정이라니 이는 긍정적 흐름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학기부터 적용되는 카드납부 제도까지 합하면 연세대학교 학생들은 △일반 계좌이체 일시불 △일반 계좌이체 분납(2회) △정부보증 학자금대출 △신용카드 일시불 △신용카드 할부 등 총 다섯 가지 방법으로 학교에 등록금을 낼 수 있다. 나름대로 납부 방식이 늘어난 셈이다.

은행직원조차 잘 몰라…학생들 혼란 가중

반면 이러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몇몇 절차상의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이번학기 등록금을 카드 일시불로 납부한 조대희(국제관계·03)씨는 “홈페이지에서 카드납부가 가능하다는 공지를 읽고는 편리할 거란 생각에 카드로 납부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계속 오류가 났고, 우리은행에 전화해보니 “카드 한도가 100만원이라 결제가 안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한도를 일시적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특별한도승인’신청을 해야 하는데, 이는 ‘카드사용실적’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사용실적이 낮은 학생은 신청조차 할 수 없다. 전화를 받은 우리은행 직원 역시 제도를 잘 모른다며 처음 시작하는 단계라 전산상의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할 뿐이었다. 조씨는 “편리하긴 커녕 제도상의 준비가 부족해 괜한 시간을 낭비했다”며 은행직원조차 제도를 잘 몰라 답답했다고 말했다.


공지에는 절차 설명은 잘 안 돼있고 카드발급신청 절차만 아주 친절하게 나와 있다. 또 ‘우리V세이브카드’를 사용할 경우 50만원을 깎아주는 것처럼 써 있어 학생들을 혹하게 한다. 하지만 실상 이는 포인트 적립으로 매꿔가는 것이며, 50만원에 대한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기 위해서는 3년간 무려 5,638만원을 결제해야 한다. 이에 대해 우리대학교 재무부 박경숙 부장은 “급하게 결정된 사항이라 빠르고 효과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방책으로 (50만원 할인을) 부각시켰다”고 말했다.

최고 19.5%의 할부수수료…학생들 상대로 사채놀이하나

절차상의 문제 외에 터무니없이 높은 할부이자 수수료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현재 카드 할부로 납부할 경우 신용등급에 따라 최고 19.5%까지 수수료가 부과된다. 이 경우 전체 납부 방식 중 카드할부로 계산했을 때 오히려 가장 비싼 등록금을 내는 셈이다.


연세교육공동행동 ‘2만 연세인 마침내 일어나다(아래 2만마일)’ 학생집행위원장 이호연(행정)씨는 “이는 오히려 학생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기만적 행위”라며 “학자금대출 이자(7.3%)의 2배가 넘는 높은 수수료를 받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우리은행 연세대점 부지점장 양일동씨는 “학생들에게 이자율이 높다는 사실은 인정한다”며 “학교에서 해달라는 대로 해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우리대학교 재무부 박경숙 부장은 “계속해서 은행에 수수료 인하를 요구중이며 지속적인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학교는 ‘은행에 할부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고, 우리은행은 ‘학교에서 해달라는 대로 해 줄 생각’이라니, 거짓말이 아니라면 곧 낮춰지겠지.


한편 현행법 대학수업료 및 입학금에 관한규칙 4조 3항과 5조 1항에 따르면 등록금 분할 납부(아래 분납) 횟수는 최대 6회까지 가능한데, 현재 우리대학교는 2회 분납까지만 허용하고 있다. 6회 분납이 가능해지면 학생들은 등록금을 학원비처럼 매 달 나눠서 낼 수 있게 되고, 비싼 수수료 내면서 할부로 납부할 것 없이 분납을 하면 될 것이다. 이씨는 “분납 횟수 확대는 당연히 돼야 하는 일”이라며 “학교는 법에 보장돼 있는 학생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독점’은 아니지만…

우리은행이 등록금 카드납부제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씨는 “우리은행이 240억 원 상당의 기금을 학교에 기부한다는데, 어떤 보상금 형식이 아닌지 의심된다”며 학교와 우리은행의 ‘밀애 관계’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경숙 재무부장은 “기부금 형식은 아니지만 얼마간 받기로 약정한 것은 맞다”며 “그러나 타학교와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에 액수를 명확히 언급하기는 곤란하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우리은행 양일동 부지점장은 ‘독점제휴’라는 말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타 사 카드를 사용할 때는 송금 수수료가 부과될 수 있다’는 사항이 있어 우리카드만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양씨는 “30년간 연세대와 우리은행 간에 누적돼 온 전산인프라가 있기 때문에 다른 은행들이 시도를 한다 해도 어차피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이 들어오면 처음부터 시작하는 비용을 메꾸기 위해 이자를 더 높게 받으면 받았지 더 낮출 리는 없다는 말이다. 일면 맞는 말이긴 하지만 이런 이유로 우리대학교 내에 있는 모든 금융관련 사항을 우리은행이 독점하다시피 하는 사실이 당연시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우리은행측은 “만약 돈이 된다면 다른 회사에서 왜 진작 안 했겠느냐”며 등록금 카드납부제가 이윤창출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하지만 학자금에도 일반 대출과 동일하게 수수료를 적용하는 것을 보면 이윤창출이 목적이 아니라는 말이 무색하다.

또한 요즘은 한 계좌에 자동이체, 전화요금 등 많은 것이 연결돼 있기 때문에 일단 개설한 계좌는 쉽게 바꾸지 않는 경향이 있다. 즉 대학생 때 우리은행 계좌를 쓰기 시작하면 졸업 후에도 계속 우리은행 계좌를 이용할 확률이 높다. 이에 따라 대학교 안에 입점한 은행은 ‘잠정적 장기 고객 확보’라는 이점을 얻게 된다. 전북대와 독점제휴를 맺은 비자카드는 이러한 이점을 인정하고 할부 이자를 면제해 6개월 무이자 할부를 제공하고 있다. 단기적인 이익에 집착하지 않고 장기적 이익을 보는 것이다.

이렇듯 좋은 의도를 가지고 시작했어도 여러 가지로 지적되는 문제들 때문에 대학들이 등록금 카드납부 제도를 도입했다가 한학기만에 포기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1998년 이후 등록금 카드납부제를 시행했다가 중단한 대학은 지난해까지 100곳에 달했다. 하지만 등록금 카드납부 제도는 기실 편리한 제도이기에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2만마일 학생집행위원장 이씨는 “학생들의 불만이 은행이 제도를 포기하는 빌미가 돼서는 안 된다”며 최대한 낮은 수수료로 유지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pilogue. ‘취지’는 누구나 좋다

우리은행 연세대점은 본사의 반대를 무릅쓰고 등록금 카드납부제도를 추진했다. 학교는 수수료를 낮추기 위해 최선의 노력중이다. 취지는 누구나 좋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은 그 좋은 취지를 무색케 한다. 등록금 카드 납부제는 상거래 차원이 아닌 교육 및 연구기관이라는 대학의 본질적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 즉 대학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 기업과는 다르고, 이 때문에 일반 가맹점에서는 불가능한 수수료 면제가 가능할 수 있다. 교육은 사고파는 상품이 아니며, 학생은 이러한 상품의 소비자로 한정될 수 없다.

 

송은지 기자 lifeholic@yonsei.ac.kr
 사진 구민정 기자 so_cool@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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