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겨울자락 끝에 피어난 새순이 봄빛처럼 파랗게 자라고 있다. 문득 작년 이맘때가 생각난다. 새내기가 된 아들은 입학하기도 전에 대학생활로 바빠졌다.

아들과 함께 새내기 대학생 

대견함과 함께 섭섭함이 밀려오는 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자식의 빈자리였다. 고달픈 입시를 위해 아이와 함께 보낸 동고동락의 3년, 입시가 끝나서 홀가분한 마음 한 켠에 이제는 아이와 나눌 공감이 없어져서 어쩌나 하는 서운함이 묘하게 교차되고 있었다. 언제까지나 품안의 자식일 수 없건만 갑자기 독립해 가는 아들을 생각하니 허전한 심정이 들었다.

그런데 이런 행운(?)이 어디 있을까. 학부모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더니 신입생 학부모를 위한 ‘학부모대학’을 개설한다는 것이었다. 첫 수혜자가 된 나는 선착순 마감이라는 말에 서둘러 등록을 마쳤다. 자녀를 자랑스런 연세대에 입학시키는 기쁨과 함께 학부모인 나도 연세캠퍼스에서 교수님들의 명강의를 들을 수 있는 특전을 누리게 됐다.

마침 아들과 강의 시간이 같아서 화요일이면 함께 등교를 하였다. 백양로에 들어서면 아름다운 캠퍼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벚꽃과 개나리가 만발한 꽃향기도, 붉게 물든 단풍도, 낙엽이 쌓이는 교정도 모두 언더우드상 앞에서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계절이 바뀌는 캠퍼스를 함께 느끼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아직 대학생활이 미숙한 아들에게 학부모대학을 통해서 들은 학교에 대한 정보와 교수님들의 강의 중에 자녀에게 도움이 되는 유익한 내용들을 필기를 해서 전해주었다. 대학생이 되면 갑자기 대화거리가 없어 단절이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이 시대에 자녀와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감이 얼마나 있을까. 

여고 교실 같았던 학부모대학 

우리는 화요일을 기다렸다. 아들은 지하철에서 시달리지 않고 승용차로 편안히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서서히 품속의 자식을 떠나보내는 마음으로…. 이렇게 한 해를 지내면서 우리는 동문(?)이 되어 학교에 대한 자부심과 애교심까지 깊어졌으니 이런 행복이 또 어디 있겠는가.

만남은 언제나 소중하지만 학부모대학에서 인연을 맺은 학부모님들은 더욱 그랬다. 어느 곳에 가서 강의를 들은들 이런 결속력과 동질감을 가질 수 있을까. 처음엔 자녀들을 통해 연세대에 느끼는 자부심만으로도 충분히 하나가 되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친숙함과 반가움까지 넘쳐서 강의실은 꼭 여고교실 같았다. 

생각하면 지난 일 년은 젊음을 되찾은 시간이었다. 장미향 가득한 오월엔 노천극장에 모여 아카라카 축제를 즐겼고, 연고전 때는 잠실종합운동장에서 비를 맞으면서도 학생들과 함께 목이 터져라 응원가를 불렀다.
그 젊음의 열기 속에 어디선가 있을 자녀들을 생각하면서 느꼈던 뿌듯함과 짜릿함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또 수료식을 앞두고 헤어지기 아쉬워 떠났던 졸업여행. 소녀들처럼 환한 모습으로 사진을 찍었던 경포대에서의 바닷가의 풍경과 추억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

 지나고 보면 스무살을 다시 보낸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 나이에 어디에서 그런 느낌들을 되살리며 살까. 이 모든 것이 배움의 자리를 마련해 준 대학 덕분임을 알기에 <학부모대학>의 회장으로서  모든 학부모들을 대신하여 학교에 감사를 드린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그들의 마음도 나와 같았기 때문이다.

다시 만났던 스무살, 연세대 고맙다

지난 1년, 학부모대학에서 수준 높은 강의를 들으며 교양과 정보를 얻었고, 자녀와의 소통을 배웠고, 또 학부모들과의 좋은 만남과 교제를 이뤘다.
학생에게는 물론 학부모에게까지 평생교육의 의미를 실현시키는 연세대가 고맙고 또 자랑스럽다. 전국의 어느 대학에서도 실시하지 않는 <학부모대학>을 처음으로 개설운영하고 있는 연세대는 명실공히 세계속의 대학이라는 자부심을 가진다.
운영하면서 힘드실 대외협력처 직원 분들께 감사함을 전하며, 해가 거듭할수록 더욱 발전하는 <학부모대학>이 되길 바란다.
문득 축제 때와 연고전 때 학생들과 하나가 되어 불렀던 응원가의 한 귀절이 생각난다.
 “사랑한다~ 연세~♪”

2008년 학부모대학 총학생회장
이미경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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