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후배에게서 문자가 왔다. “선배, 이번기사 영양가는 없는데 참 감동적이네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수필이 아니라 기사를 썼는데, 영양가 없이 ‘감동’만 있는 기사라니.    

「연두」 81호 ‘원주캠 비정규직 대량해고사태, 그 후 1년’기사를 취재할 때다. 배경지식이 부족하던 나는 취재원인 노동조합원이 하는 말을 좀처럼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연세춘추」 기자로서의 이미지가 실추될까 두려워 “아, 네” “그렇군요” 등의 추임새를 연발하며 무의식중에 나의 무지를 감추려 애썼다.
그렇게 30여 분의 통화 끝에 내 취재수첩에 남은 건 도저히 알아볼 수 없이 휘갈겨놓은 글자들 뿐 이었다. 게다가 새로이 알게 된 사실에 쉽사리 감정이입을 해버린 나는 학교 측의 의견은 묻지도 않은 채 민주노총에서만 자료를 잔뜩 받았다.

아무리 읽어도 머릿속에서 정리는 안 되고, 몇 시간을 끙끙대다가 결국 취재자료는 거의 활용도 못한 채 단순 사건 나열식의 기사를 쓰고 말았다. 기사가 나간 뒤, 독자들의 외면은 부메랑처럼 돌아와 나를 때렸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무엇이 잘못됐는지 곰곰이 되짚어 보다가 깨달았다. 취재를 시작할 때 ‘문제의식’ 없이 무작정 들이댔던 것이다.     

웹진 「연두」에 기사를 쓰는 웹미디어부 기자인 나는 가독성을 고려해 비교적 가벼운 문체로 독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문제의식 없이 단순히 ‘썰’만 풀어놓은 기사는 독자들에게 외면을 받거나 따끔한 댓글을 통해 심판을 받는다.

댓글로 실시간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커다란 보람이자 매서운 채찍질이 되는 셈이다. “그래서 네가 이 기사에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라는 물음에 때로 꿀 먹은 벙어리가 돼버리는 내겐, 사건의 핵심을 찌르는 명확한 ‘문제의식’이 언제나 문제다.


웹미디어부 송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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