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트 열풍이 한창이다. 리스트란 물품이나 사람의 이름 따위를 적어놓은 목록과 명단을 일컫는다. ‘블랙’ 리스트라 불리는 것도 있다. 블랙리스트란 감시가 필요한 위험인물들의 명단을 적어놓은 리스트다. 이는 수사기관에서 위험인물의 동태를 파악하기 위해 자주 사용된다.

최근 신종 리스트들이 판을 친다. 이 신종 리스트가 좋은 인사를 적어놓은 리스트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장자연 리스트’, ‘박연차 리스트’ 모두 블랙리스트에 가까운 것들이다.

장자연 리스트에는 술접대와 성상납을 요구한 방송계, 기업계 등 10여명의 명단이, 박연차 리스트에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금품을 건낸 정·관계인사의 70여명이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장자연, 박연차 리스트에 대한 최대 관심사는 이 리스트들을 공개해야하느냐 말아야 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되고 있다. 리스트를 공개해야 하는 이유로는 ‘알 권리를 보장해야한다’, ‘공익을 위해 불가피하다’ 등에 대한 내용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리스트 공개만이 문제의 해결책은 아니다.

우리나라 헌법 제27조 4항에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규정화 돼있다. 무죄 추정의 원칙은 모든 피의자나 피고인은 무죄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시민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원칙이다. 무죄 추정의 원칙은 자백만으로 유죄 판결을 하던 재판의 폐단을 방지하기 위해 프랑스 혁명 이후에 탄생한 제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원칙은 공중의 호기심 앞에 흔들리고 있다.

모든 상황에 있어 ‘알권리’는 보장받아야 하는 것일까. 그들의 알권리의 충족을 위해 리스트에 포함돼 있는 인사와 가족들이 받는 사생활 침해와 정신적 피해는 어떻게 보장 받을 것인가. 그것은 죄가 밝혀진 이후에도 늦지 않다. 그들이 죄가 있건 없건 인간으로서 보호 받아야 할 인권과 사생활은 지켜져야 할 것이다.

안형선 취재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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