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하는 사람들은 어딜 봐도 표가 난다. 의도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몸짓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문화부 기자인 나의 취재원들은 모두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다. 그들의 사랑엔 어떤 것도 걸림돌이 되지 못한다.

 지난 1605호 「연세춘추」에 실렸던 ‘서울 퍼스트 플레이 페스티벌’의 박장렬 운영위원장을 인터뷰할 때의 일이다. 평소 예술인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던 나는 연극연출가이자 축제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 위원장의 근사한 모습을 예상했다. 하지만 인터뷰 당일 마주한 박 위원장은 내가 머릿속에서 그렸던 근사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여기저기 흙이 묻은 외투에 손에는 목장갑까지 끼고 있었다. 그는 연습실 이전 때문에 이삿짐을 나르다 왔다고 했다.

박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연습실 건물 옥상에서 이뤄졌다. 대학로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옥상에서 나눈 대학로의 연극 이야기는 그야말로 ‘진국’이었다. 우리나라 연극계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연극연출가인 박 위원장이 연출에만 매진할 수 없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경제위기는 연극에 대한 사람들의 수요를 대폭 줄였고 이는 연극인들의 창작활동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관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스타캐스팅과 자극적인 내용의 작품들이 난무하고 작품성 있는 순수연극은 발도 들여놓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렇게 열악한 작업환경이지만 그는 순수연극에 대한 사랑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란다. 연극을 말하는 그의 눈에서 작품을 향한 ‘사랑’을 읽을 수 있었다.

취재를 하다보면 우리나라의 어려운 예술작업환경을 몸으로 느낀다.  내가 만난 취재원 중에는 교육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스스로 디제잉을 터득한 DJ, 제대로 된 작업실 하나 갖추지 못한 설치미술가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환경이 예술가들의 작품에 대한 사랑을 막지는 못한다. 박 위원장의 허름한 모습이 그의 눈을 더욱 더 빛나 보이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듯 내 취재원들은 늘 나를 감동시킨다. 그리고 가르쳐준다. 무언가를 사랑한다면 그들처럼 해야 한다는 것을.

문화부 박소영 기자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