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부 기자인 나는 본격적인 ‘취재’에 앞서 어떤 사안에 대해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먼저 ‘기획’을 한다. 그러나 모든 기획을 완벽히 끝내고 취재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 기획의 큰 틀만 잡은 채 취재에 나선다. 취재 과정을 통해 객관적인 시각을 얻고, 옳고 그름을 분별해 그 틀 안에 채워 넣을 부분을 얻어 나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취재원들은 인터뷰 전 기사의 방향을 구체적으로 말해주기를 요구한다. 낯선 기자에게 쉽게 자신의 속내를 터놓지 못하는 취재원의 마음이 이해는 간다. 그러나 취재원과 인터뷰 후 종합적으로 판단해 기사의 방향을 정하기 때문에 섣불리 기획의도를 말하기가 어렵다.

또한 취재원의 솔직한 답변을 듣기 위해서도 기획의도를 자세히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기획취재부의 특성상 취재원이 속한 조직 또는 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파고들어야 한다. 그러나 기사 방향을 미리 제시했을 경우 취재원은 몸을 사리고 진실을 말하는 데 있어 머뭇거리기 때문에 대략적인 기사의 취지만 언급해야 하는 것이다.

인터뷰 마칠 즈음해서 초고를 보여 달라고 요구 하는 취재원도 종종 있지만 초고를 외부에서 검토하는 것은 기획의도를 미리 밝히는 것과 더불어 취재윤리에 어긋나는 사항이다.

지난 「연세춘추」 1605호 “단과대 학생회비 꼭 내야 하나요?” 기사가 나간 이후 취재원인 단과대 학생회장들로부터 취재 윤리 및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가 들어왔다. 그 중 하나는 전화취재에 대한 불만이었다. 기자는 전화취재를 통해서는 심도 있는 인터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처음부터 전화취재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취재 당시 각 단과대 새터 기간으로 학생회장들과의 전화취재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안타까운 건 취재윤리와 방식에 대한 논란 속에 기사에서 말하고자 했던 진실이 가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독자에게 다가가야 할 진실이 그 본질을 흐리는 논란 속에 가려져서는 안될 것이다.

기획취재부 장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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