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미디어부에서는 추상적인 개념에 대한 기사를 쓰게 되는 경우가 잦다. 「연두」78호 ‘당신 앞에 있던 그녀도 시체였을 수 있다’ 기사에서는 ‘공포의 근원’에 대해, 「연두」 80호 ‘우리는 어느 나라 사람일까?’ 기사에서는 ‘외국인의 정의’에 대해 다뤘다. 이런 내용을 다룰 때 독자들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자극적인 소재를 도구로 기사를 풀어나간다. 여기서 문제는 독자에게 자극적인 소재가 기자에게도 마찬가지로 매력적이라는 점이다. 자칫 기사의 본질을 흐릴 우려가 있어 정신을 바짝 차려야한다.

「연세춘추」 1596호 ‘우리가 본 우주는 진실일까?’ 기사를 쓸 때였다. 천체 이미지처럼 가장 과학적인 존재에도 과장이 있으니 어떤 것이든 맹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전달하고자 했다. 기사에서 도구로 삼았던 것은 천체 이미지 편집과정이었다. 밋밋하고 까만 하늘 사진이 화려한 빛깔의 천체 이미지로 거듭나는 과정에 대해 알아보는 과정에서 관측 천문학의 매력에 솔깃해져버렸다. 재미있다고 느낀 부분에 집중해 취재하다보니 기사의 본래 목적에서 멀어졌다.

초고를 작성하고 보니 기사 전반에서 천체 이미지 편집과정을 풀어 적고 있었다. 취재가 잘못 돼도 한참 잘못됐다는 것을 마감 직전 편집국에 와서야 깨달았다. 말하고자 했던 것은 천체 이미지의 ‘진위여부’였는데 기사에는 천체 이미지 ‘처리기술’을 나열했다. 과학 실험 교과서에나 실릴 내용이었다. 결국 편집국에 앉아 처음의 기획의도에 맞춰 기사를 급조했다.

그 기사의 예시가 꽤나 매력적이었는지, 지금까지의 기사 중 대중성으로는 가장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기사 내용에서는 실패했다고 본다. 취재원으로부터 ‘취재 내용에 대해 오해했다’며 메일이 왔다. 화려한 예시 뒤에 허접한 문제의식을 숨기려했다는 것은 금방 들통 났다.

기사는 세부적 요소를 일일이 풀어 적는 레시피가 아니다. 기자는 문제의식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정리해야 하는 의무를 지닌다.

웹미디어부 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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