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쉬운 이해를 위해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파릇파릇한 09학번 수시 새내기인 영구. 학과 클럽에서 만난 친구들과 일촌도 맺고 정모도 나가며 꿈같은 자유시간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자랑스러운 나의 학교 한 번 검색해 볼까 하고 포털사이트에서 ‘연세대학교’를 검색해 봤다. 그러자 ‘등록금 동결’과 관련한 수많은 기사들이 쏟아져 나온다. 등록금 동결? 기사를 읽어보니 동결이란, 한 해 등록금을 올리지 않고 전년도 수준으로 유지하는 거라고 한다. 되게 좋은 일인 거 같네. 그런데 왜 연세대는 다른 대학에 비해 늦게 합류한거지? 사실 왜 등록금이 문제가 되는 건지도 이해가 잘 안 된다. 연세대학교면 이 정도는 내야 하는 거 아닌가? 누가 속 시원히 설명 좀 해줬으면~

학교측에 등록금 동결을 촉구하는 펀드감시단 학생들 ⓒ 한국경제


궁금해 하던 영구는 고등학교 선배이자 우리대학교 07학번인 땡칠 선배에게 연락을 했다. 09학번 후배가 됐다고 말하자 기뻐하는 땡칠 선배. 영구의 등록금 동결에 관한 질문에 자기 친구들도 관심 없는 등록금 문제를 새내기가 걱정한다고, 부모님이 기특해 하시겠단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오후에 중도에서 만나기로 했다.



땡칠: 영구야, 오다가 게시판에 붙어있는 큰 종이들 읽어봤니?

영구: 네. 총학생회, 펀드감시단, 아방가르드… 뭐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모두 동결을 넘어서 보다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고 하던데요. 이런 불경기엔 동결이 문제가 아니라 인하를 해야 한다고. 근데 그 종이들은 뭐예요? 아무나 붙일 수 있는 건가?

땡칠: 응. 그거 ‘대자보’라는 건데, 학교 구성원들끼리 소통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어. 불특정 다수, 또는 특정 대상이나 사안에 대한 ‘입장 표명’이라고 해야 하나. 사실 이번 동결에 대해 대자보만 자세히 읽어도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알 수 있을 거야.

영구: 전 사실 인터넷에 뜬 기사 읽으면서 등록금 동결하는 게 마냥 좋은 일인 줄만 알았거든요. 그런데 그 대자보들을 읽어보니 아, 동결이 다가 아니구나 싶더라구요.

땡칠: 음, 분명 동결이 확정된 건 환영할 만한 일이야. 어찌됐든 학생들이 요구하던 일차적인 목표는 이룬 셈이니까. 하지만 이 불경기에 동결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데 대학들이 생색내는거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어. 하지만 대학 입장에서는 등록금을 동결하게 되면 다음 해 벌어들이는 수입 중 적게는 3~40억 원, 많게는 200억 원의 내년도 예산이 실질적으로 줄어드는 셈이거든. 송도캠퍼스, 백양로 프로젝트, Vision2020 등 우리학교가 추진하는 여러 가지 사업이 시작단계에 있는 만큼 예산 확충이 필요한 시점이니까 등록금 동결 결정이 쉽지는 않았을 거야. 경제가 어려우니까 고통분담의 측면으로 국가에서도 동결을 권고하고 있고, 교육부 장관이 대학 총장들 초청해서 만찬도 열었잖아. 등록금 동결하자고. 이렇게 해서 동결이 확산된 것인데 자의로든 타의로든, 떳떳하게든 눈치보면서든 동결을 결정한 대학들도 경제위기 이전에 비해 재정 상황이 어려운 건 마찬가지거든.

영구: 아, 역시 대학은 뭔가 더 복잡하네요. 음, 그럼 등록금 동결을 통해 줄어든 수입은 어디서 채워요? 경기도 어려운데 이러다가 학교 예산 적자 나는 건 아닌지….

땡칠: 적자가 나는 건 아니지. 그동안 모아둔 금액이 있으니까. 이월금, 재단적립금이란 말 들어봤지? 이건 학교에서 미래에 특정한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일정 기금을 적립해 놓은 거야. 우리학교 재단적립금 규모는 2008년 기준 약 2천 730억 원으로 국내 3위를 기록할 정도니까 다른 학교에 비해 ‘부자학교’인거지.

우리학교는 이사회가 없이 재정자립*을 성공적으로 이룬 케이스라고 평가 받고 있어. 하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오히려 이번에 있었던 비자금 횡령 문제와 같은 방만한 재정 운용이 가능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고. 「연세춘추」를 통해 공개한 재정 운용 현황에 따르면 이 재단적립금에서 약 6%를 펀드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한 투명한 공개*가 이루어지지 않았어. 아까 네가 자보에서 본 펀드감시단은 이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 했던 거야. 학교가 펀드에 투자한다고 하니까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네. 사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해. 펀드에 투자할 돈을 교재비 지원 등 학생들에게 직접 돌려달라며 펀드 투자 자체를 비관하는 입장이 있는가 하면, 어차피 재단적립금은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도록 법적으로 묶여있는 부분이 많으니까 펀드에 투자를 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의견도 있어.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안전하게' 투자 해서 손실을 방지하느냐 이겠지. 이 부분에 대해 철처한 감시가 이루어 져야 하는 것이고.

재정자립*
삼성그룹-성균관대, 두산그룹-중앙대, 한진그룹-인하대 등 기업을 운영주체로 하는 여타 대학들과는 달리 우리대학교는 재정자립을 통해 성공적으로 운영해 온 케이스다. 이는 연세대학교가 갖는 한국사회에서의 높은 인지도로 인해 상대적으로 기부금 등을 얻는 데서 어려움이 덜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설립자인 언더우드 집안이 대학의 사적 재산화를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적립금 운용 현황의 투명 공개*
학교는 연세춘추 1598호를 통해 기금운용현황을 공개했다. 하지만 어느 펀드에 어느 정도 넣어서 얼마나 손실을 보았는지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등록금 동결로 인한 재정 공백은 비정규직을 해고하거나 임금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채워 넣을 가능성이 크고, 이것은 또 다른 문제 즉 비정규직 문제와도 연관 될 수 있는 부분이지. 이 문제까지 거론하자면 끝도 없을 테니까 우선 오늘은 여기까지 해두는 걸로 할게.


영구: 와, 정말 이것저것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 있네요. 그럼 이번 동결은 총학생회와 펀드감시단이 이루어 낸 셈이네요? 참, 그런데 펀드감시단은 뭐지?

땡칠: 우선 펀드감시단이 뭔지부터 설명해줄게. 부자대학교 펀드감시단(아래 펀드감시단)은 앞에서 설명한 학교의 재정운영과 적립금 사용 실태, 그리고 펀드 투자에 대한 정보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하며 지난 2008년 5월부터 시작된 학생모임이야. 이번 동결에 대해서는 누가 이뤄낸 것이다, 그렇게 딱 잘라 말할 순 없다고 봐. 물론 이번 등록금 동결 결정에 있어서 총학생회와 펀드감시단의 노력이 컸어. 총학생회에서는 직접 총장님과 대화하고 등록금 동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도 열었고, 펀드감시단에서는 3일간 학생 3천여 명의 서명을 받으며 참여를 촉구하기 위한 노력도 많이 했으니까. 하지만 기사를 읽어봤다면 알겠지만 뒤늦게 우리학교가 등록금 동결을 결정하게 한 결정적인 이유는 얼마 전 우리학교 교직원의 비자금 횡령설이 언론에 노출된 것일 가능성이 크다는 추측도 있거든. 동결 할 거였다면 왜 다른 학교들 할 때 같이 하지 않았겠어. 직원들이 횡령을 시도할 정도의 눈먼 돈은 있어도 학생들을 위해 풀 자금은 없느냐, 자금 운영 방침이 대체 어디에 무게가 실려 있느냐는 등의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급히 동결을 결정한게 아니냐는 거지.

ⓒ 한겨레


영구: 아, 그 기사 읽었어요. 학교 홈페이지에도 그 문제 관련해서 공지사항 떠 있던데. 그럼 어떻게 하면 등록금 동결 이상의 합의를 이뤄낼 수 있는거예요?

땡칠: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 우리학교는 등록금을 동결해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어. 그런데 그 다음해부터 매년 2~3%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했을 때 높은 수준인 약 10%씩 등록금을 올려왔거든. 이걸 보면 내년엔 동결하더라도 그 다음 해에 더 큰 폭으로 올릴지 모르는 일이니까, 당장의 동결이 미봉책에 불과할 수도 있는 거야. 총학생회와 감시단에서는 이런 부분에서 지속적으로 감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이거지. 그런데 학생사회에서조차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부족한 게 사실이야. 예산과 관련된 부분이 워낙 어렵고 복잡한 내용이기도 하고, 학자금 대출이든 우선 등록금 내놓고 취업해서 갚으면 되지 않느냐는 거지.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취업문이 바늘구멍인데 졸업하고 바로 취업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잖니. 그럴 경우엔 졸업하자마자 빚더미에 앉게 되는 거고.

영구: 으아… 전 아직 멀었지만 그래도 무섭네요. 사실 제 또래만 해도 모이면 벌써부터 취업 이야기가 나온다니까요. 1학년 때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제가 생각하는 대학 생활은 그런게 아닌데 말이죠. 휴~전 아무튼 1학년 때 이것저것 많이 경험 해 보려구요. 선배들이 그러라고 하더라구요. 좀 딴소릴 했네. 그나저나, 그럼 이 등록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거죠?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결국 대화잖아요.  

땡칠: 그 ‘대화’가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거야. 학교와 학생간의 원활한 대화를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학생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식적인 통로가 생겨야겠지. 등록금 책정을 위해 열리는 ‘등록금책정위원회’가 있어. 펀드감시단 측에서는 이 논의 과정에 학생이 참여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어. 펀드감시단장 김영민(물리˙05)씨하고 이야길 나누어 봤는데, 그는 “학교의 엄연한 구성원인 학생이 학교의 중요한 의사결정과정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부재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라며 “보다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이러한 학생 참여 통로를 확충하는 게 우선시 되어야 할 겁니다”라고 말하더라구.

또한 지난 10월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이 우리학교 광복관 모의법정에서 등록금 문제의 해결방안에 대해 강연을 했었거든.“학생을 가르치는 것에 대해서는 대학에 자율권을 주되 운영은 국가가 하고 소득 수준에 따라서 등록금을 차등 부과해야 한다” 또 “등록금을 현 수준의 1/12로 낮추고 선진국처럼 등록금 후불제를 도입해야한다”고 하시더라구. 난 들으면서 그런 제도가 실제로 가능하다는 사실에 놀랐어. 정말 이상적이지? 아직 멀었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다른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제도인 만큼 장기적인 목표로 삼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불가능하다고 볼 수만은 없겠지.  

총학이나 펀드감시단이 보여준 열정과 법적 회계학적 지식을 더한다면 이번 문제를 해결해 가는데 금상첨화가 되리라는 게 내 개인적인 결론이라면 결론이야. 논리적으로 납득할 만 한 명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요구한다면 학교 측도 학생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지 않을까. 그리고 장학금, 학생 의견 전달 통로의 확충 등과 같은 정당한 학생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겠지. 이런, 오늘 나 혼자만 너무 많이 말한 것 같네. 미안.^^;  

영구: 아니예요. 제가 물어봤는데요 뭘. 선배 덕분에 많은 것을 알았어요. 하지만 아직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많네요. 이 문제를 놓고 친구들과 부모님과도 이야기 해 보려구요. 고마워요 땡칠 선배!

 

글 송은지 기자 lifeholic@yonsei.ac.kr

사진 박선종 기자 ganzinam@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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