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력상승/ 유·인/ 2009 연애

#1. 공력상승(共力相昇) - 새로운 연세를 여는 희망의 조건
정후보 김도준(국제관계·06)
부후보 김택승(정보통신·06)

“학생회관 3층 세미나실 2호로 오시면 됩니다”


연락을 받고 찾아간 <공력상승>의 선거본부(아래 공력상승)에서는 선거운동기간의 치열함을 엿볼 수 있었다. 책상위에는 이번 선거를 위해 인쇄했다는 500여 장의 리플렛과 서류뭉치들이 수북이 쌓여 있고, 벽면에는 유세계획과 단과대 별 진행 상황 목록이 붙어 있었다.
선본장 신영호(역사문화·02)씨는 “간밤에 치운다고 치웠는데… 좀 더럽죠?”라며 허겁지겁 정리를 한다. 선거본부가 좀 더러운 것은 선거운동을 열심히 한다는 표시이므로 ‘더러울’수록 ‘뜨거운’ 거 아니냐는 기자의 말에 그건 그렇다며 정리하던 손을 거두고 웃는다. 그런데 정작 후보들은 보이지 않고 선본장 혼자 본부를 지키고 있다. 나머지 사람들은 어디 있느냐고 물으니 다들 오후 유세 갔다 돌아오는 중이란다.

들어오자 마자 다음 유세장소를 확인하는 도준씨.

"열심히 만든 리플렛, 꼼꼼히 읽어주세요"

없어서는 안 될 '핵심'유세도구. 이들의 활약상은 잠시 후에.


말 끝나기가 무섭게 발갛게 상기된 얼굴의 후보들이 들어섰다. 들어오자마자 다음 유세장소를 체크하고 잠시 난 짬을 이용해 리플렛을 정리하는 후보들.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이제 리플렛 추리는 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다. 한 쪽 벽면에 나란히 기대 선 기타 세 대는 ‘유세 도구’란다. 그러고 보니 기타 치며 노래하는 선본이 있다는 이야길 들었던 것 같은데, 그게 여기였나 보다. 이런저런 이야기 하는 사이 또 다시 유세 갈 시간이 됐다. 기타를 둘러매고, 청송관으로 출발!

밖에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선본원들은 기타를, 기자는 카메라를 비로부터 사수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수업 시작 전 어수선한 분위기 가운데 강의실에 침입한 이 수상한(?) 세 남자는 곧이어 기타 줄을 퉁기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삽시간에 학생들은 이들에게 집중한다. 자세히 들어보면 가사가 참 재밌다.


♬ 앞에 계신 연세여러분 너무 아름다워요
이제부터 기호1번 소개해~
첫 번째 남자 워우워~키는 162에 마법깔창을 써도 170이 안돼요
하지만 그 키 안에는 커다란 꿈이 있어요
연세인과 함께하는 나노인간
두 번째 남자 워우워~키는 184에 100미터 전에선 완전 모델이에요
하지만 가까이 오면 누구나 침을 뱉네요 제발 그러지 마요 해치지 않아요
그러나 우리 공력상승 학우들 위한 마음은 어느 누구보다 킹왕짱
이제부터 우리 이야기를 진짜 시작하려해~기호1번 공력상승 ♬


중간중간 익살스런 가사에서 학생들의 웃음이 터져나온다. 학생들에게 관심 끄는데 성공.
만족스런 얼굴로 강의실을 빠져나와 다음 유세장소인 ‘성서와 기독교’ 수업의 교수님께 허락을 받는 후보들. 그런데 이번에는 냉담한 반응이 돌아온다. 수업 중에 유세 하는 건 안 되고, 수업이 끝나는 2시간 반 이후에 잠깐 할 수 있게 해 주시겠단다. 계획에 차질이 생겼지만 “항상 있는 일이에요”라며 후보들은 그리 실망하지 않는다. 다음 유세시간 까지 어디로 가 있을지 고민하던 후보들은 공동선본으로 출마한 인문예술대(아래 인예대)<미인도> 선거본부인 인예대 학생회실로 향했다.

기타 치느라 언 손을 따뜻한 난로 앞에서 녹이고 다시 기타를 잡아 드는 그들. 비오는 날 고생이라고, 그래도 원해서 하는 일이기에 즐겁다며 웃음을 잃지 않는 그들이다.



#2. 유인(唯.人) - 사람만을 위한, 학우만을 위한 총학생회
정후보 박철희(의공·05)
부후보 심강섭(역사문화·05)

“저희 청송관에서 유세중입니다”
연락을 받고 곧장 가니 분명 ‘저희’라고 했는데 부후보 강섭씨 달랑 혼자다.
“왜 혼자 다니세요?”하고 기자가 묻자 “저희는 효율적인 분업시스템입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들은 선본원 숫자는 적지만 확실히 각자 일을 나눠서 하고 있는 듯 했다.

 

“선본원이 많이 없나봐요” “저희는 양보다 질. 소수정예죠”

분업이라… 선거운동이라 함은 뭉텅이로 몰려다니는 모습의 대명사가 아니었던가. 신선해 하고 있을 때, 지나다가 마주친 지인이 강섭씨를 응원한다. 이렇게 만나는 한 명 한 명에게도 ‘기호 2번’ 홍보를 잊지 않는 강섭씨. 1학년 학생들이 많이 수강하는 ‘기독교와 현대사회’ 수업에 들어가 교수님께 양해를 구하고 주요 공약을 중심으로 유세를 펼친다. 교수님이 분위기를 잘 마련해 주신 덕에 학생들의 집중 속에서 진행 할 수 있었는데, 이는 운이 좋은 경우다. 

유세를 경청하는 학생들. (사진 속에 춘추 기자가 두 명이나 있다. 찾아보시라)

"자 이제 선거 본부로 가보실까요?"


유세가 끝나고 강섭씨와 함께 간 곳은 학생회관 4층 아이라운지에 위치한 <유.인>선거본부. 밤마다 이곳에서 다음날 유세와 홍보에 대한 회의를 한다. 어찌 보면 다를 바 없는 선본실 이지만 붙어있는 포스터나, 준비하고 있는 리플렛을 보면 선본 특유의 느낌이 배어있다.


종일 유세 다니느라 지친 목을 축이기 위해 음료수를 들이키는 부후보 심강섭씨. 그는 <유.인>선본의 강점으로 ‘자신감’과 ‘솔직함’을 들었다. 오랜 학생회 경험에서 나온 문제의식, 해결방안 모색과 같은 것이 자신감이요, 밝힐 것은 떳떳이 밝히고 잘못한 것은 호되게 꾸지람 듣고 반성하는 총학이 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이번 선거에 임하는 자세가 솔직함이라는 것.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정후보 철희씨가 본부로 돌아왔다. 그는 숨 돌릴 틈도 없이 다음 유세 장소를 배분한다.
“다음 유세 장소는 ‘국제정치경제론’이네요”
“어, 그거 제가 듣는 수업인데. 잘됐다 같이 가면 되겠네요”

강의실에 들어가기 전 유세 내용을 다시한 번 확인하는 철희씨.


이렇게 기자의 전공수업에 유세를 들어온 창희씨. 약 2분 간 열심히 공약을 펼치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시큰둥. 소형 강의실의 전공수업이라선지 아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메아리 없는 외침을 외치는 기분은 서럽지 않을까. 그는 선거운동을 하다보면 가끔 보이지 않는 벽을 보며 혼자 말하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3. 2009 연.애(延.愛) - 새로운 사랑을 말하다
정후보 이충일(물리치료·06)
부후보 이소연(정경경영·06)

“사랑하겠습니다”

 

유세중인 <2009 연애> 후보들.

강의실 유세 취재 후 조모임을 가진 기자는 그 날 저녁, 회의를 하고 있다는 학생회관 4층 아이라운지의 세미나실로 찾아갔다.

이전까지 봤던 선거본부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왜 이렇게 깨끗하지. 아까도 언급했듯 ‘선거본부의 더러움과 정신없음 = 선거운동 열심히 하고 있음’의 논리를 갖고 의아해하는 기자에게 정후보 이충일씨는 사정을 설명했다.
“사실은 이 세미나실을 저희가 계속 선거본부로 사용하려 했는데, 그러다보면 저희 때문에 다른 학우 분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생길 수 있을 것 같아서 과기대 학생회실, 세미나실 등에 적을 두고 때에 따라 이동하면서 활동하는 ‘메뚜기’ 생활을 하고 있어요”
2009 연애는 스무 명 남짓 되는 대규모 선본원들이 항상 함께해서 큰 집단처럼 보인다. 어, 그러고 보니 낮에 있던 수많은 선본원들은 어딜 가고 다섯 명만 남아 회의를 하고 있었다. “저녁엔 핵심멤버끼리 모여 회의합니다. 간부회의랄까(웃음)” 선본원들이 시간을 쪼개 자발적으로 도와주는 것이므로 최대한 조모임이나 동아리 활동 등 개인 생활에는 영향을 받지 않도록 배려한다. 사진을 찍고 있으려니 충일씨가 말했다. “아, 그런데 저보다는 부후보 좀 많이 찍어주세요. 사실 저보다는 홍일점인 부후보가 우리선본의 마스코트죠”


그러고 보니 여섯 후보들 중 유일한 여성 후보다. “그럼 그럴까요” 하며 카메라를 들이대자 어색해하는 소연씨. 자연스럽게 찍히고 싶은데 아무래도 안된다며.

다음날. 선본장 윤형씨의 연락을 받고 청송관으로 갔다. 막 교실유세를 마치고 나오고 있는 데, 지나가던 소연씨 지인이 큰 목소리로 호탕하게 응원을 한다.

"하이파이브!"

앗… 비온다!

청송관에서 종합관으로 이동하는데, 아까부터 하나 둘 떨어지던 빗방울이 점차 커져 빗줄기가 제법 굻어졌다. 선본원들은 피켓을 우산삼아 쓰고 달려간다. 기자도 따라 달린다. 종합과에 도착하니 수업 끝나고 나오는 학생들이 많다.
“좀 있으면 점심시간이니 식당유세를 나갈겁니다”

식당으로, 식당으로
밥 맛있게 드시고 기호3번 꼭 기억해 주세요!

그들은 식당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쳤다.


송은지 기자 lifeholic@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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