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실런지. 지난 3월 촛불문화제엔 1천명이 덜돼보이는 머릿수가 언더우드 삼거리서부터 대강당을 못 미치게 채웠다. 총학생회에서 발표한 1천7백이라는 공식숫자는 누구도 믿기 힘들었다. 
특히 비정규직과 연세인의 연대는 적어도 과정상으론 형편없었다. 지난 3월 27일 열리기로 됐던 촛불문화제에 비정규직과 연세인의 연대가 결정됐던 건 행사 1주일 전이었던 3월 19일. 그나마 중앙운영위원회에 전달됐던 건 행사 3일전. 학생 자치단위에 전달됐는지의 여부조차 불투명했다. 전달이 제대로 안됐기에 논의도 없었다.
이러한 과정을 확인하는 취재 중이었다. 문제의식 탓이었는지 다소 공격적인 취재를 하던 내가 영 못마땅했던 모양이다. “연대가 뭔지는 알아요?” 비정규직을 고민하는 학생모임 ‘살맛’의 어느 취재원이 문득 소리쳤다. 나는 태연한 척 뭐라고 대꾸했지만 사실 속으론 찔끔했다. ‘뜻 좋은 일에 초치고 있나’라는 회의감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뜻 좋은 일’이 더 좋은 일 됐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제대로 전달돼서 과반공동체에서 논의가 진행됐더라면 어땠을까. 학생들 스스로 몸을 움직여서 현장에 함께하는 순간의 값짐을 생각하면 그 소통의 부재가 얼마나 아쉬웠던지. 바보 취급은 쉽다. 이게 연대라고 ‘우기기’나 왜 연대안하냐고 ‘윽박지르기’는 같이 하자고 ‘설득하기’보다 훨씬 쉽다. 
당시 본관 앞에 모인 학생들은 발언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울먹거리는 목소리가 민망할 정도로 산만했다. 반년이 지난 뒤 다른 취재를 하다가 우연히 그때 그 촛불문화제에 참여했던 학생을 만났다. 그는 “당시 비정규직 노동자와 학생들 간의 연대가 이뤄졌단 사실을 오늘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웹미디어부 김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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