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연세대는 문을 굳게 닫았다. 외부 집회로 인해 교내 시설이 걱정된다는 이유였다. 시민들이 거리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외치며 촛불집회를 하고, 한 나라의 대통령이 시민에게 고개를 숙이던 그 때, 연세대는 시설물을 걱정하면서 정문의 모든 문을 닫았다. 취재를 하면서 “어쩔 수 없었다”며 “드문 일이라 당황해 실수한 점은 인정한다”는 학교의 입장을 전하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이해되지 않았다.
그 사건이 일어난 시간은 새벽 0시에서 1시 사이였다. 이 정도면 교내 기숙사의 문도 잠기지 않은 시각이고, 늦게까지 공부를 하던 학생들이 집에 돌아갈 수도 있는 때다. 인원 역시 소수였다. 취재에 따르면 전경에 쫓기던 10~20여명의 시민들이 산발적으로 닫힌 문을 두드리다 흩어졌을 뿐이다. 이 모든 것들을 제치고서라도 학교는 기본적으로 학문이 탐구되고 교육이 이뤄지는 공간인 만큼 모든 이들에게 열린 공간이 돼야 한다. 그런데도 굳이 문을 잠가야 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단지 10여년 동안 ‘이런 일’이 없어서였을까. 혹시, 열린 문에 대한 어떤 두려움을 가졌던 것은 아니었을까. ‘소통’이 두려웠던 것은 아닐까.
그 날 이후 정문은 다시 열렸지만, 연세대로 향하는 문은 아직 여러가지 면에서 굳건히 닫혀 있는 것 같다. 김한중 총장은 언론을 통해 대학평의원회의 불필요성을 주장한다. 학생들은 공청회와 자보를 통해 조금이라도 학교와 소통하려고 애써 문을 두드리지만 묵묵부답이다.‘출입문 자동화 시스템’을 이유로 해고한 경비원 문제에 대해 집회를 열어 정당하게 항의하려 하면, 학교는 ‘집회신고’를 미리 해 버린다. ‘문’을 열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이다. 학교의 구성원으로서 학생들이 ‘어느 정도의 적립금과 수입금이 어디에 투자됐는지’ 알고 싶어 해도, 여전히 학교는 ‘비밀의 문’으로서 침묵을 지킬 뿐이다. 연세대로 향하는 문은 그 날 이후 열리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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