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달력을 유심히 살펴보면 다른 달보다 무엇을 기념하는 날이 많다. 그 중에서 지난 9일은 562번째를 맞는 ‘한글날’이었다.
하지만 ‘공휴일’이 아니어서 그런지 어느 순간부터인지 머릿속에서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는 일은 멀어진지 오래다. 한글날은 단순히 한글을 ‘기념’하는 날이 아니다. 훈민정음의 반포를 기념하는 날임과 동시에 우리나라에서 과학적으로 만들어진 한글 창제 정신을 기리고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는 중요한 ‘국경일’인 것이다.
그러나 현재 한글날의 위상은 부끄럽다. 한글날의 역사를 살펴보면, 1946년 한글 반포 500돌을 맞이해 당시 정부는 뜻 깊은 한글날을 공휴일로 정했다. 하지만 지난 1990년 정부는 지금의 행정안전부인 총무처에서 선진국에 비해 공휴일이 많다는 이유로 법정 공휴일 축소 문제와 관련해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했다. 그 이후부터 계속 ‘한글날’이 단순한 기념일로만 인식되기 시작됐다. 지금의 한글날이 단 하루 동안 ‘한글날 기념행사’로만 보도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한 국가의 말과 글은 그 나라의 뿌리다. 하지만 지금 한글은 ‘푸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한글의 위상을 알리는 발전 사업에 적극 힘쓰도록 해야 한다. 세계 공용어인 영어보다 우리의 뿌리인 ‘한글’이 중요하다.
「연세춘추」를 비롯한 각 언론기관이 올바른 한글사용에 앞장서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 맞춰 「연세춘추」는 순한글체를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언제부터 「연세춘추」에 영어, 한자어가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다. 신문의 지면을 책임지는 취재2부장으로서 나 자신에 끊임없는 질책을 해본다.
지난주부터 한 포털사이트에서는 한글날에 맞춰 자신들의 영어로고를 한글로 바꿔 메인에 띄우고 있다. 이러한 좋은 캠페인들이 정말 단순성 행사를 그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이제 곧 다시 돌아올 한글날과 위상을 높여야 할 한글의 밝은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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