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야 오늘이 금요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옷을 챙겨입고 학교로 향했다. 정문을 통과해 백양로를 걸었다. 아직도 쌓여있는 「연세춘추」를 보며 한숨짓고, 걸려있는 ‘플랑’들을 훑었다. 취재원에게 연락 온 것은 없는지 핸드폰도 뒤적거렸다. 총학생회실이 있는 학생회관 앞에 와서야 나는 우뚝 섰다. ‘아 나는 이제 「연세춘추」 기자가 아니구나.’

1년 반. 무려 1년 반 동안 갈망했던 일이었다. 이젠 수업에도 늦지 않을 수 있고, 남의 일에 굳이 간섭하지 않아도 된다. 친구들과의 약속을 취소하지 않아도 되며, 반 총회나 엠티에도 맘 편하게 참가할 수 있다. 빼앗겼던 학점, 친구, 가족을 모두 되찾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하지만 생각했던 것처럼 마냥 좋지는 않다. 공허함. 채워지지 않은 무언가가 날 괴롭힌다. 「연세춘추」가 없는 대학생활이 처음이라 다시 신입생이 된 느낌이다. 생생한 스포츠 보도를 하기 위해 뛰어다녔던 연고전, 알아듣진 못해도 앉아있어야 했던 노벨포럼, 동료들과 밤새며 함께 초조해 했던 총학 선거, 처음으로 참여해본 등록금 집회와 파행될 뻔 한 아카라카까지 모두 추억이 됐다. 그리고 그 추억이 나를 붙잡아 발을 떼기 힘들다.

특징이 없어 별명이 없던 나에게 「연세춘추」는 ‘춘동’이라는 귀여운 이름을 붙여줬다. 학교에 대해서 잘 알게 해줬고, 조직 생활도 경험하게 해줬다. 그리고 어떤 조직이든 문제점이 있고, 해결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해줬다. 학내에는 개선해야 할 많은 사항들이 존재한다. 「연세춘추」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것들을 뒤로한 채 비겁하게 떠나는 나를 대신해 동료들과 후배들이 잘해 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취재1부 이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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