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시간강사, 그들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다

▲ 지난 16일 국회의사당앞에서 교육지원쟁취특별위원회의 김동애 위원장이 253일째 천막 논성을 버리고 있다.
대학의 시간강사, 그들의 어려움을 이야기 하다
지난 2월 11일 서울대 박아무개 강사가 자살했다. 2003년 서울대 백아무개 강사 자살, 2006년 서울대 권아무개 강사 자살에 이어 세번째 자살이다. 지난 3월 27일에는 지방사립대에서 시간강사로 일하던 한아무개씨가 미국에서 자살했다. 연이은 자살의 이면에는 교원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수백명의 학생들을 가르쳐야하는 시간강사의 커다란 딜레마가 존재하고 있다.

왜 그들은 무리하게 강의를 맡을 수 밖에 없는가

 10년 넘게 시간강사를 해온 김아무개 박사는 한때 강의시간이 일주일에 15~16시간까지 달한 적이 있었다. 많은 강의시간으로 그는 모든 강의를 준비하기 어려웠다. 김 박사는 “나름대로 노력한다해도 수업을 원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방에 있는 대학과 서울에 있는 대학을 오가며 일주일에 19시간씩 강의를 하고 있다는 이아무개 강사 역시 “수업시간에 학생이 제출한 레포트를 점검할 시간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편차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시간강사들은 과다한 강의를 맡을 수밖에 없다. 생계를 유지하기에는 급여가 빠듯하기 때문이다. 시간강사들의 급여는 강의 시간 단위로 계산된다. 올해 우리대학교 시간강사의 시급은 5만600원, 고려대학교는 5만300이다. 지난 2007년 서울대의 시간강사 기본 강의료는 3만5천원이었다. 재정이 좋지 않은 지방대학으로 갈수록 상황은 더 열악해진다. 지난 2007년도  영남대학교는 3만9천원, 전북대학교는 3만5천원이었다.

 그나마 시급이 높은 편인 우리대학교의 경우 강사가 한주에 6시간의 강의를 맡으면 한달 동안 121만4천4백원의 수입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4인 가족 최저생계비가 126만원임을 감안한다면 이는 결코 많은 액수가 아니다. 자신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 시간강사들은 여러 학교를 다니며 강의를 맡을 수밖에 없다. 이에 김 아무개 박사는 “이런 상황에서 강의의 질을 보장할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 하지만 대학은 시간강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예산상의 한계을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대학교 교무처 학사지원부 이보영 부장은 “강사들의 처우를 개선해야한다는  이야기는 들리지만 현재 학교 재정의 어려움도 고려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교원이 아니다

하지만 단순히 낮은 시급 때문에 수많은 시간강사들이 좌절하는 것은 아니다. 시간강사들을 ‘사회적 자살’로 이끄는 근본적 원인은 교원으로서 그들의 법적 지위가 확보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자연스레 그들의 대학사회에서의 지위도 불안해진다. 

 현재 추산되는 전국의 강사는 5만여 명으로 대학강의의 적게는 30%, 많게는 70%까지 담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대학교의 경우 2008학년도 1학기 신촌캠퍼스의 전체 수업 중 35.5%를 821명의 시간강사가 담당하고 있다. 교양 수업 경우 절반은 시간강사들이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강사가 대학의 교육과정에 대해 의견을 개진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법적으로 교원의 지위가 없기 때문이다.

 시간강사는 강좌를 주체적으로 선택하거나 개설하지 못한 채 대학으로부터 강의를 위탁받을 뿐이다. 다음 학기에 해당 강의를 또 맡을 수 있을지 없을지도 알 수 없다. 시간강사들은 대학으로부터의 일방적인 통보를 기다려야한다. 강의가 없는 방학 때는 강의료를 받지 못한다. 교원이 아니란 이유로 시간강사들을 대상으로 한 4대 보험을 적용하지 않는 대학도 상당하다. 학자이자 교육자로서 어떤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 채 불리한 계약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체 수업 중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지만 대학평의회의 구성원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것도 교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시간강사를 교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대학사회의 구조는 시간강사를 수동적 교육자로 만들어 버린다. 서울 지역에서 시간강사를 하고 있는 김아무개 박사는 “지도할 수 있는 환경과 공간이 부족하고 교육자로서 입지도 부족하다보니 선뜻 나서서 가르치기 어렵다”며 “교원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분위기 속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것들만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제는 학생들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할 때

그러나 시간강사들이 대학 당국을 향해 문제를 제기하기 쉽지 않다. 수많은 강의에 따로 시간을 내기 어려울 뿐더러 대학사회가 비판에 대해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8년 전 자신에게 부당한 처분을 내린 대학을 향해 문제를 제기했던 김 아무개 강사는 “그 당시 교수들이 무슨 전염병환자처럼 나만 보면 피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학교 비정규교수노조 임성윤 분회장 역시 “대학사회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대학에서 쉽게 클 수 없다”며 대학사회의 폐쇄적 면모를 꼬집었다.

 물론 시간강사제도를 교수훈려의 기회로 삼자는 취지 역시 존재한다. 하지만 문제는 현실속의 시간 강사들이 학문연구와 대학연구에 집중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시간강사문제는 대학교육의 질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학생들의 수업권 침해로 이어진다. 19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256일째 천막농성을 벌이는 교원지위쟁취특별위원회 김동애 위원장은 “지금까지 정규직, 비정규직 교수들을 믿어왔지만 안됐다”며 “이제는 학문후속세대인 학생들이 나서야할 때다”라고 말했다.

 지난 14일에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대학원을 졸업한 한 유학준비생의 1인 시위가 있었다. 학문후속생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는 박강성주씨는 “학문에 대한 열정이 자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사회구조를 알아야한다”며 “비극적 현실에 대한 최소한의 안정장치가 빨리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간강사 문제의 해결은 학문의 열정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글 김용민 기자 sinsung704@

사진 김가람 기자 super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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