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일문화연구원의 허문영 박사의 특강을 듣고있는 통일한마당 학생들

지난 2007년 5월 하나원(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에서 나온 새터민 송옥씨는 올해 인문계열 신입생으로 입학했다. 하지만 언어의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은 여전하다. 그는 “강의를 들을 때 한국어 자체가 익숙하지 않아 모국어라기보다 외국어로 들린다”며 아직 강의를 듣는 데 다소 어려움을 느낀다고 했다. 송씨는 역사학을 전공할 계획이다. “남과 북이 하나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게 역사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올해 3학년에 편입한 새터민 이선영(가명)씨도 “지금은 괜찮지만 처음엔 영어 수업이 어려웠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체계적으로 공부하는 법을 체득하고 있는 남한 학생들과의 경쟁이 힘들다고 했다. 하지만 개방적이고 긍정적 성격으로 인간관계에 있어서 문제는 없다. 이씨는 “여기 애들이랑 나이차가 나서 걱정했는데 오히려 호흡이 잘맞는다”고 말했다. “하나원에서 나온지 1년 5개월밖에 안됐고 아직 어리버리한 상태다”라고 말하지만 그는 적극적인 태도로 대학 생활의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있다. 

 현재 우리대학교에는 40여명의 새터민이 재학 중이다. 최근 3년간 우리대학교 입학전형에 지원한 새터민만 131명이다. 올해는 15명의 새터민이 우리대학교에 입학했다.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에서 대입을 지도하고 있는 채혜성 교사는 “대학은 건전한 문화를 접하며 사회를 준비할 수 있는 곳이다”며 “새터민에게 대학은 완충장치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대학사회는 새터민들이 남한 사회를 준비하고 적응을 도와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새터민의 대학 생활에 대한 정확한 실태는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 새터민의 대학 입학을 따로 국가에 신고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통일부는 정확한 현황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 탈북청소년을 대상으로 장학 사업을 운영하는 우양재단 등 민간단체에서 비공식적으로 집계한 통계만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지난 2007년 11월 우양재단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까지 수도권 지역에 있는 34개 4년제 대학교에 입학한 새터민의 총 누계 수는 302명이다.

 한편 우양재단이 자료를 집계한 결과 34개 대학 중 11개 대학이 새터민 입학전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새터민을 한명도 뽑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새터민 특례 입학전형을 만들어 놓았을 뿐 홍보도 하지 않은 채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우양재단의 노희정 사회복지사는 “학교에서 새터민들의 입학을 인식하지 않고 있다”며 대학 당국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요구했다. 여명학교의 채 교사 역시 “대학에서 새터민 학생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잘 안돼있다”며 “새터민 학생들이 어떤 과정을 겪으며 대학에 왔는지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멘토링 제도처럼 새터민이 주체가 돼 문화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대학에서 마련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새터민 지원 제도가 잘 마련됐다고 평가받는 서강대는 새터민 대학생을 대상으로 멘토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 새터민들이 영어를 어려워하는 점을 고려해 새터민 학생으로 반을 구성해 교양영어수업을 진행한다. 한동대에서는 팀 단위로 대학 생활을 하는 제도를 통해 새터민들이 남한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자연스럽게 제공받는다. 학교 차원에서 장학금 우선 지급이나 식대지급같은 재정적 도움을 주기도 한다.

 학교 당국의 지원뿐만 아니라 새터민 동아리도 이들이 대학 사회에 적응하도록 도움을 준다. 지난 2003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우리대학교의 ‘통일한마당’은 새터민 대학생들과 남한 대학생들이 함께하며 문화의 벽을 허무는 대화  공동체다. 이번 학기부터 동아리에 참여했다는 대학원생 이희승(기독교윤리·석사2학기)씨는 “만남을 통해 남과 북 서로를 알 수 있었고 통일에 대한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새터민 대학생들은 각종 특강이나 행사를 참여?기획하며 남한 사회의 문화를 접한다. 지난 8일에는 새터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통일연구원 허문영 박사의 특강이 있었다. 13(화)일에는 평양민속예술단 공연을 백양관에서 주최할 예정이다. ‘통일한마당’ 회장 문정훈(노문·01)씨는 “이번 공연을 통해 남한 학생들과 새터민 대학생들이 통일에 대해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문화적 이질감을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학생들에게 새터민들은 낯선 존재들이다. 그런 새터민들이 조심스레 대학 사회에 말을 걸기 시작한다. 함께하자고. 이제 우리가 그들에게 답할 차례이다.

글 김용민 기자 sinsung704@
사진 김지영 기자 euphoria@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