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가끔 내 기사가 읽히지 않길 바란다. 기자가 기사를 안 보길 바라다니 우스운 소리지만, 내 기사가 취재원들에게 ‘싫은 소리’임을 알기 때문이다. 기획취재부 기자인 나는 학내 문제를 발굴해 비판하는 기사를 주로 쓴다. 치부를 파헤쳐야 하는 특성 때문에 취재원과의 마찰도 잦고, 기사가 나간 후 ‘싫은 소리’를 되돌려 받는 일도 다반사다.

이번 호 ‘환경기획’ 취재과정에서 생활협동조합(아래 생협)과 (주)아워홈 관계자들이 식당과 자판기 세균을 측정한 ‘샘플’을 빼앗는 사건이 발생했다. 우리대학교 환경친화기술센터 연구원들이 측정한 것을 ‘손가락으로 찍어 측정했는지 어쨌는지 모르니 전문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10여명의 관계자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에 겁도 났지만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물러설 수가 없었다. “식당은 학생들 것이 아니다”라는 생협 차장의 말에 “그럼 누구 것이냐”고 같이 언성을 높였다. 결국 나는 샘플을 돌려받지 못한 채 식당에서 쫓겨났다. 이후 생협 측은 비용을 부담해 줄 테니 ‘사전 통보한 기간’ 동안 ‘생협과 식당 관계자가 참관한 상태’에서 재측정을 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의해왔다. 그러나 그런 조건에서의 재측정은 의미가 없다 판단했고 기사는 남은 샘플 결과만으로 채워졌다.

대부분의 취재원들이 자신이 속한 조직이나 제도에 ‘싫은 소리’를 할수록 공격적이 된다. 덕분에 나는 학내에 적을 하나씩 늘려간 셈이다. 반대로 싫은 소리하기 좋아하는 사람도 없다. 기자라고 다를까. 이 사건 이후 난 회의감에 시달렸다. 그러나 그 와중에 1586호에서 내가 쓴 ‘사회봉사과목 전담부서 부재’ 기사 덕분에 곧바로 전담부서가 개설됐다는 희소식이 들렸다. 결국 난 불편함을 압도하는 ‘싫은 소리’의 가능성을 긍정할 수밖에 없었다. 

기획취재부 김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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