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교 문화인류학과 창설되다

2008년 우리대학교에 문화인류학과가 신설됐다. 강원대학교, 서울대학교 등 전국을 통틀어 문화인류학과가 있는 대학교는 열 군데를 넘지 않는다. 문화인류학은 다양한 문화 속에서 인류의 공통점과 특징을 실증적으로 밝히는 학문이다. 문화인류학은 선사적 고고학, 언어학, 민속학, 사회인류학 등을 분과로 갖는데, 민족의 특성을 연구하거나 히피, 폭주족 등 특정한 문화 현상을 연구하기도 한다.

문화인류학과 김현미 교수는 “기존 민속학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문화’를 배우는 문화인류학과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문화를 배운다는 말은 무엇인가? 문화라는 단어에 내포된 의미는 너무 다양해 쉽게 대답할 수 없지만 마빈 해리스의 「문화의 수수께끼」를 통해 약간의 해답을 구할 수 있다.

「문화의 수수께끼」에서 마빈 해리스는 인도의 암소 숭배 사상을 분석한다. 인도의 암소 숭배는 인도 문화에서 암소가 차지하는 비중과 관련있다. 인도는 소를 통해 살아간다. 농사 짓는 데는 물론이고, 교통수단으로도 소를 이용한다. 또한 소의 배설물은 연료나 비료로 쓰인다. 마빈 해리스는 소의 중요성 때문에 송아지를 낳는 암소가 더욱 특별해진다는 해석을 내린다. 이와 같이 문화인류학은 문화에 숨겨진 맥락을 포착해 기존의 잘못된 인식을 고치기도 한다.

근대의 문화인류학이 앞선 예시처럼 지역학과 민속·민족학에 집중했다면, 현대의 문화인류학은 문화 전반을 다룬다. 지역이나 민족에 국한되지 않고, 현재 발생하는 모든 문화 현상에 대해 연구하고 탐구하는 것이다. 외국에 거주하는 한인 1.5세나 2세 연구가 대표적 사례다. 현대에 들어 국가 간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다른 나라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그 와중에 미국에서는 한국인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생겨났고, 그들은 한국과 미국 두 문화 사이에서 성장하게 됐다. 아이들이 문화적 접점에서 자라는 것은 기존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문화 현상이다.

또 다른 문화적 현상이자 연구 주제로는 인터넷이 있다. 인터넷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연구하거나 인터넷 사용자를 연구한다. 특히 온라인과 오프라인 정체성의 괴리가 흥미로운 연구 주제 중 하나다. 온라인 상에서는 현실의 정체성과는 전혀 다른 상상의 정체성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 사용자들이 왜 상상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지, 그런 사용자들이 만들어내는 인터넷 문화는 어떤 것이 있는지 등이 문화인류학의 연구 주제로 부각되고 있다.

문화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것은 문화에 대한 이해력과 포용력이다. 이런 능력이 학과나 전공 공부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물음이 떠오를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타 문화와 많이 접촉하는 국제비정부기구에서 문화인류학자의 능력은 매우 특별하게 여겨진다.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문화정책 및 문화기획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대학교 문화인류학과는 올해부터 창설돼 아직 전공과목이 개설되지 않았다.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신설된 학과라서 이들이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내년부터 전공과목이 열릴 계획이다.

김 교수는 “창의적이고 신선한 시각으로 문화를 바라볼 수 있고 문화를 해석하는데 기쁨을 느끼는 학생이라면 문화인류학 전공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또한 김 교수는 문화는 앉아서 공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속으로 직접 들어가 문화를 직접 느끼고 바라봐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문화에서 벗어난 상태에서의 문화 연구는 그 문화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맥락과 의미를 제대로 잡아낼 수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김 교수는 “인간을 사랑할 수 없으면 문화를 공부할 수 없다”고 말한다. 결국 문화는 인간이며 인간에 대한 애정이 밑바탕이라는 것이다. 문화인류학은 문화를 탐구하지만 근저에는 인본주의적인 생각이 내재돼 있다. 인간을 뜨겁게 사랑할 수 있는 학문, 사람냄새가 풀풀 나는 문화인류학과가 당신에게 열려있다.

최지웅 기자 cacawoo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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