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야마 살롱, 월요일의 남자, 도킨스의 망상, 조선이 버린 여인들

1. 아오야마 살롱
'사람이 잘 찾은 적 없는 지하실 같은 느낌'이라고 하면 무슨 느낌인지 아실까요? 『아오야마 살롱』에 대한 제 느낌이 저렇습니다. 어둡고 눅눅한 공간, 그 안에는 어쩐지 남들이 '버린' 이야기가 있을 것 같지 않으세요? '성'은 넘쳐나지만 '사랑'만은 금지라는 회원제 고급 살롱 '아오야마 살롱'에 바로 그런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만약 그에게 진정한 사랑을 받았다면 나는 아마 마이를 낳지 않았을지도 몰라. 마이가 필요하지 않았겠지" 이런 식으로 이 소설 속에는 소위 '적나라한' 표현들이 많이 등장하는데요, 그만큼 '있는 그대로'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는 뜻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자인 고이케 마리코의 소설을 읽은 대다수의 여성 독자들이 '내 마음을 읽혔다'고 말하는 걸 보면 그녀의 소설 속에는 '있는 그대로의 관계, 감정' 들이 드러나는 게 아닐까요? 누군가 알아주길, 또는 드러내 주길 기다리며 감추고 있었던 그 마음을 『아오야마 살롱』에서 찾아보는 걸 어떨까요.
* 아오야마 살롱, 고이케 마리코 지음, 송수영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2. 월요일의 남자
'칙릿(chick-lit)' 소설을 아시나요? '칙릿'은 주로 2~30대 여성 독자층을 대상으로 그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입니다. 『월요일의 남자』도 칙릿 소설 중에 하나인데요, 기억상실증에 걸린 명품으로 치장한 여자 이자벨과 자신을 그녀의 약혼자라고 밝힌 잘생긴 이탈리아 남자 파비오가 벌이는 흥미진진한 로맨스가 주된 이야기입니다.
결혼식을 앞둔 여자가 기억을 상실한 뒤 겪는 이야기라고 하면 너무 진부한 소설이라고요? 저도 사실 그런 생각을 했지만 이 소설은 그런 진부함마저 잊게 해줄 정도로 확실히 재미있었어요. 곳곳에 등장하는 개성이 뚜렷한 조연들, 무엇보다도 등장인물들의 대화나 심리묘사가 참 재밌었습니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제게는 남주인공인 잘생긴 파비오를 상상해보는 것도 이 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였답니다.
개강 때문에 갑자기 복잡해진 머리를 식히기 위해, 가볍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을 찾으셨다면 『월요일의 남자』를 읽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물론 '나는 심오한 주제를 다룬 문학이 좋아!'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빼고요.
* 월요일의 남자, 에바 필러 지음, 서유리 옮김, 새론북스

3. 도킨스의 망상 - 만들어진 신이 외면한 진리
제목 그대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에 대한 비판적 평가서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지 않은 무신론자라면(또는 만들어진 신의 지지자라면) 유신론자의 변명 정도로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은이의 방대한 지식과 그의 주장을 뒷받침해 주는 설득력 있는 근거들은 독자가 도저히 그의 책을 단순히 유신론을 위한 변명으로 치부할 수 없게 하는 요인입니다.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을 먼저 읽고 맥그라스의 『도킨스의 망상』을 읽거나, 이 책을 읽은 뒤에 『만들어진 신』을 읽는다면 책을 읽는 재미가 더 깊어질 것 같습니다. 도킨스와 맥그라스, 신의 존재에 대해 서로 정반대의 입장에서 논의하고 있는 두 사람이 모두 옥스퍼드 이학박사 출신이라는 것도 흥미로운 사실입니다. 과학자 중에 독실한 기독교인이 많고 또 도킨스처럼 무신론자인 사람들도 있는데, 왜 그런지 두 책을 읽고 나면 어느 정도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 도킨스의 망상-만들어진 신이 외면한 진리, 알리스터 맥그라스 , 조애나 맥그라스 지음, 전성민 옮김, 살림

4. 조선이 버린 여인들-실록이 말하지 않는 이야기
엄격한 가부장제도 아래 힘들게 살아갔던 조선시대 여인들 중에, 역사의 조명을 받지 못한 가운데서도 알려진 여인이라면 뛰어난 재능을 빛내던 몇 안 되는 여인들이 전부일 겁니다.
하지만, 『조선이 버린 여인들』의 주인공은 그런 특별한 여인들이 아닙니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그녀들은 가문도, 재능도 없이 조선시대 신분사회의 밑바닥을 지키고 있었던 하층민 여성들입니다.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은 고사하고 제 목숨 지키는 것도 힘들었던 노비, 기녀, 첩, 비구니, 무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우리가 주목하지 않았던 그녀들을 돌아볼 수 있게 해줍니다.
단, 하층민 여인들의 평범한 일상을 기대하고 보신다면 조금 충격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주로 간통, 살인, 사기 등 사건에 연루된 여인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건 중심으로 구성된 책이라 전형적인 역사 교양서 같은 느낌을 주지 않는 참신한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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