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26일째, 그 현장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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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펴지지않을 것 같은 얼굴. 나들이 가 듯 밝은 분위기의 자원봉사자들 속에 손동희(70) 할머니는 그렇게 앉아있었다. “앞 길이 막막해. 앞으로 10년은 이렇게 바다가 죽어있다는데 뭐 먹고 살아” 끈질긴 인내를 요하는 기름제거 작업 지난 2007년 12월 7일 삼성 중공업 소속의 해상 크레인과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가 충돌했다. 이로 인해 태안의 바다가 기름으로 뒤덮여 석화양식·도수업·어업·펜션업 등이 큰 타격을 입었다. 이에 전국에서 복구를 위해 도움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학암포 해수욕장은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방제작업이 많이 진행된 상태였다. 지금은 주로 바위의 기름을 닦아내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계속해서 바위의 기름을 닦아내도 성과가 눈에 드러나지 않아 자원봉사자들의 인내를 요한다. 우리대학교 신과대 학생회를 중심으로 법대·이과대 학생들이 참여한 봉사단도 바위에 낀 기름을 천조각으로 닦아냈다. 바위를 닦는 작업이 조금 익숙해진 학생들은 “물이 들어오면 바위 사이의 기름들이 바닷물을 오염시킨다”며 바위틈의 기름찌꺼기만 집중적으로 제거하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바위를 닦아내는 이 작업을 3개월 정도 더 해야한다.
다양한 모습의 자원봉사 인터넷 카페를 통해 자원봉사활동을 오기도 한다. 고려대학교 이은보라(정외·02)씨도 ‘태안사랑 봉사단(http://cafe.daum.net/taeanlove)’을 통해 복구작업에 참여했다. 이 씨는 이전에 다른 포털 사이트의 자원봉사 카페에서 돈을 입금한 후에 카페가 없어져버리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선의로 모인 돈을 악용한 사람에게 배신감도 느꼈을 법한데 다시 자원봉사 신청을 했다. 이 씨는 혼자 오니 오히려 일에 집중할 수 있다며 끊임없이 바위를 닦는 작업을 했다. 여전히 모항은 검은 바다였다 기름유출사고의 주 피해지역 중 하나인 모항 지역은 학암포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곳곳에서 기름이 꽉 찬 대형 양동이들이 눈에 띄었다. 기름으로 미끄러운 자갈을 파헤치면 또다시 기름으로 범벅이 된 땅이 나타났다. 학암포에서는 나지 않던 역한 기름 냄새가 여전히 남아있었다. 방파제 옆에는 방제작업에 사용되고 버려진 흡착포, 천쪼가리들이 포대에 담겨 산을 이뤘다.
자원봉사자들의 손길 역시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늦은 오후, 가득찼던 바닷물이 빠지고 작업이 다시 시작될 때 즈음 겨우 3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남아있었다. 오전에 모항을 찾은 수천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물이 빠질 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돌아간 것이다. 남아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가 과장은 “차마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방제작업을 하는 고마운 분들이다”라고 말했다. 창원에서 올라왔다는 문영섭(44)씨는 아들과 함께 모항을 찾았다. 툴툴 거리는 아들을 달래며 작업을 하고 있는 문씨는 태안 사태가 남의 일같지 않게 느껴졌다고 한다. 그는 “눈물이 날 것 같다”며 “수해는 복구하면 끝나지만 이번 사태는 몇 년을 계속 가지 않느냐”라고 말을 이었다. 물가에서는 흡착포 작업이 진행됐다. 기름이 떠있는 바다에 흡착포를 적신 후 건져 바닷물을 짜면 기름만 남는다. 이 작업만 5시간째라던 한 자원봉사자는 “초기 대응만 잘했으면 이곳 해안까지 기름이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부 대책 본부의 안일함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그의 뒤로 기름덩어리가 유난히 심하게 떠있는 바다가 보였다. 검은 바다는 여전히 더 많은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을 필요로 했다. 기름으로 오염된 지역의 완벽한 복원이 이뤄지기까지는 수십년의 세월이 필요하다고 한다. 한순간의 사고로 일어난 기름 유출은 바다를 업으로 하는 이들의 생계를 앗아갔다. ‘기름유출사고로 무기한 휴업합니다’라며 한 횟집에 걸려있던 현수막의 문구는 완벽한 복원이 이뤄지기까지 앞으로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말하는 듯했다. /글 김용민 양아름기자 diddpq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