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다음 작전지는 중원고구려비. 이 곳은 생각보다 왜소했다. 남북 통틀어 유일한 고구려비지만 이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아낙들의 빨래판으로
쓰였다고 한다. 때문에 상당히 많이 닳아 없어져 비의 앞면과 옆면 부분 정도만 읽을 수 있다. 이 비는 고구려·백제·신라 삼국의 관계를 밝히고
있는 귀중한 자료로 여겨진다. 고구려가 백제 수도인 한성을 장악하고 충주 지역까지 남하했음을 알 수 있는 기록이기도 하다. 하지만 중원고구려비
주위는 상당히 황량했다. 한반도를 넘어 중국, 러시아까지 위협했던 용맹한 고구려가 결국 망하고 말았던 것 같은 쓸쓸함이 비 주위를 감싸고 있는
듯 했다.
잠시 고구려의 기상을 맛본 뒤 중앙탑을 보러 발걸음을 돌렸다. 중앙탑의 정식 명칭은 중원 탑평리 칠층석탑으로 통일신라 때
만들어졌다. 국보 제6호로 그 크기는 웅장했다. 통일신라의 국력을 드러내고자 했던 신라인들의 마음이 서린 것 같다. 석불귀가 부피로써 ‘큼’을
자랑했다면 중앙탑은 높이로써 ‘큼’을 자랑한 것이 인상깊다.
돌아오는 길은 노곤했다. 그러나 단돈 만원으로 고구려·백제·신라 삼국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어 뿌듯했다. 만원으로 갈 수 있었던 충주. 계절이 계절이니만큼 단풍의 화려한 수놓음도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했지만
무엇보다도살아 숨쉬는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움직인다는 것은 어디서도 쉽게 얻지 못 할 경험일 것이다.
박물관 문화유적 답사란? ‘박물관 문화유적답사’는 우리대학교 재학생 및 교직원을 대상으로 지난
2006년 3월부터 시작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학기 중에는 거의 매달 이뤄지며, 답사비는 1인당 1만원이다. 박물관 학예연구실 채세병
과장대우는 “회의를 거쳐 사전 답사 후 답사장소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된다”며 “좋은 프로그램인만큼 교직원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연세대학교 박물관((02)2123-3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