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레이션 석주희
고대 이집트인들은 사람이 죽으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시체를 모두 미라로 만들었다. 이렇게 시신을 미라로 만드는 이유는 ‘육신이 원형 그대로 보존돼야 저승에서 영원불멸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또한 미국의 유명한 정치가인 벤자민 프랭클린도 친지에게 보낸 편지에서 ‘물에 빠져 죽은 사람들을 먼 훗날 소생시킬 수 있도록 시체를 미라로 만들면 어떨까?’라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이처럼 ‘죽지 않고 영원히 살고 싶다’는 바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인류의 소망이었다. 
영생을 위한 인류의 노력은 아주 먼 고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기술력이 현재와 같은 속도로 발전한다면 ‘21세기의 미라’로 불리는 냉동인간도 머지않아 출현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러나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기술과는 별개로 냉동인간의 개념 자체는 이미 우리 실생활에 친숙히 다가와 있다. 냉동인간은 소설이나 영화에서 흔히 다뤄지는 소재이며, 실례로 지난 2005년에는 냉동인간의 사랑을 다룬 『그녀가 돌아왔다』라는 제목의 드라마가 방영되기도 했다.    
한편, 지난 1993년 개봉된 『데몰리션 맨』에서 ‘데몰리션 맨’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경찰 스파르탄(실베스터 스탤론 분)이 냉동인간으로 변하는 과정이 나온다. 주인공은 옷을 벗고 냉동감옥으로 들어가자마자 순식간에 냉동인간이 된다. 그리고 냉동인간에서 깨어날 때도 마찬가지로 너무도 쉽게 깨어나 버린다. 이는 단순히 인간을 얼리기만 하면 냉동인간이 된다는 생각이 깔려있음을 알 수 있는 장면이다. 실제로 이런 일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냉동인간은 적어도 그렇게 쉽게 만들어지진 않는다. 비교적 몸의 구조가 간단한 금붕어의 경우는 급속도로 냉동시킨 후, 다시 해동을 하더라도 되살아날 수 있다. 하지만 포유동물의 경우는 지난 200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개를 2℃에서 4시간 동안 냉각시킨 것이 최장기록일 정도로 성공하기가 어렵다.
그 후, 에틴저 교수의 뜻을 이어받은 과학자들에 의해 ‘인체 냉동보존기술’이라는 새로운 의료기술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는 현재 불치병에 걸려서 사망한 자들의 시신을 의학이 더욱 발전한 미래까지 원형 그대로 보존함으로써 그 병을 치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알코르 생명재단(http://alcor.org)’은 지난 1972년부터 세계 최대의 인체 냉동보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이곳에 약 1백여 명의 냉동인간이 보관돼 있다.
알코르 생명재단에서 밝힌 냉동인간을 만드는 과정은 이렇다. 우선 이들은 고객이 사망하면 시신을 얼음통에 넣어 신진대사가 늦춰지게끔 저온의 환경을 만든다. 그 다음에는 심폐소생장치로 호흡과 혈액순환을 복구해서 산소부족으로 뇌세포가 손상되는 것을 막는다. 그리고 정맥 주사로 세포의 부패를 지연시킨다. 이런 과정이 끝난 다음, 시신을 미국 애리조나 주의 알코르 생명재단 본부로 이송해 기계로 혈액을 모두 뽑아내고 그 자리를 얼지 않는 부동액으로 채운다. 혈액은 대부분 물로 이뤄졌기 때문에 냉동과정에서 부피가 커져 혈관을 파괴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85% 가량이 물로 이뤄진 세포의 경우, 급속 냉동 시 세포내에 얼음결정이 생길 수 있으므로 이를 막기 위해 냉동탱크에서 시체를 영하 1백96℃로 천천히 냉각시킨다.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냉동인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아직 냉동인간을 해동시킬 기술이 없는 상태에서 보관해놓은 것일 뿐, 그들이 정말로 깨어날 수 있을지 없을지의 여부는 아직 미지수로 남아있다.
한편, 나날이 발전해가는 기술에 비례해 생명윤리에 관한 우려도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지난 2004년 이후 문제가 되고 있는 줄기배아세포부터 복제인간이나 장기매매 등은 인류에게 커다란 희망과 고민을 동시에 던져줬다. 박이문 특별초빙교수(학부대학·철학)는 “자연의 순환적 흐름을 거스르면서까지 영생하며 사는 것이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개인적으로는 더 오래 사는 것이 즐거울지 모르겠지만 결국에는 공허함만 남게 될 것이고, 사회적으로도 인간이 물건처럼 다뤄질 가능성이 있는 등 많은 문제가 야기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죽음이란 제대로 보존되지 못해서 다시 살아날 수 없는 상태일 뿐’이라고 죽음의 정의를 내리는 알코르 생명재단. 인류를 이른바 ‘냉혈 인간’으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질병으로 고통 받는 차가운 현실을 뛰어넘어 따뜻한 내일을 맞이하도록 할 것인지 냉동인간 기술 개발의 귀추가 주목된다. 

/김정하 기자 boychun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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