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레이션 석주희
로봇 강아지, 로봇 청소기 등 어느새 우리 주변을 차지한 로봇이 하나둘 늘고 있다. 20세기의 영화와 상상 속에만 존재하던 물체들이 실제로 나타나는 것이다. 사실 우리의 생활 속에서 로봇을 발견하기 전부터 로봇은 우리와 공존해 왔다. 자동차 조립 등 각종 산업현장에서 쓰이는 로봇들이 바로 그것이다. 그들은 단순히 반복되는 일을 하며 인간을 대신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로봇은 종래의 단순 반복적인 기능에서 벗어나 직접적으로 사람의 활동을 도와주는 로봇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로봇이 상을 차린다?!

‘노인을 위한 도우미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 중인 KIST 인지로봇연구단 전창목 연구원. 그는 주로 로봇팔을 이용해 물건을 조작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연구를 한다. 그는 쉬운 예로 문고리를 돌리는 것을 들었는데, “문고리를 돌리는 것은 인간에게 너무나 쉬운 일이지만, 로봇은 조금이라도 조작이 어긋나면 손잡이가 부러질 수 있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컵 등을 테이블에 부드럽게 내려놓는 연구도 하고 있다. 전 연구원은 “현 단계에서 실행은 할 수 있지만, 인간만큼 자연스럽지는 못하다”며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 중에 있다”고 전했다.
도우미 로봇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부분 외에도 다양한 분야와의 공동연구가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음성연구 분야와 시각연구 분야를 들 수 있는데, 음성연구에서는 사람이 음성을 통해서 직접 로봇에게 명령을 내리는 연구가 진행 중이고, 시각연구에서는 카메라를 통해 인간의 눈을 대신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도우미 로봇은 이런 연구의 합작품으로서 현재는 노인에게 간단한 상을 차려주는 정도를 목표로 한다. 전 연구원은 “노인이 말로 명령을 내리면, 로봇팔 조작을 통해 냉장고 문을 열고, 카메라를 통해 그릇에 담긴 음식을 확인해 상을 차려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도우미 로봇이 상용화된다면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장차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위험한 일은 로봇에게

이렇듯 인간을 가까이에서 도와주는 목적을  위해 개발 중인 로봇이 있는가 하면 인간을 대신해 위험한 일도 마다하지 않는 로봇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김문상, 강성철 박사의 주도 아래 KIST 인지로봇연구단에서 개발한      ‘ROBHAZ(롭해즈)’다. 이에 대해 이우섭 연구원은 “롭해즈는 험한 지형을 효율적으로 주행할 수 있는 로봇으로 임무에 적합한 장비를 장착해 다양한 위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구조용 로봇’과 ‘군 및 특수 경찰에서 사용 가능한 야간 감시 및 폭발물 제거 작업 기능을 가진 로봇’으로 개발돼있다. 롭해즈는 이미 이라크 자이툰 부대에 제공됐는데, 인간을 대신해 위험한 작업을 수행하며 우리 병사들의 안전을 확보하는 임무를 훌륭히 수행하기도 했다.
이와 비슷한 맥락의 연구가 우리대학교 정밀제어 연구실에서도 ‘부정지형 주행로봇, 협소구역 주행로봇 연구’란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김태현(기계공학·석사3학기)씨는 “부정지형 주행로봇 같은 경우는 흔히 알려진 화성탐사 로봇을 가리키는 것이고, 협소구역 주행로봇은 사람이 가기 힘든 파이프 내부를 탐색하거나 밀폐된 공간에서 조난자를 찾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로봇을 가리킨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인간을 대신해서 위험한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에 대한 연구가 대학과 일반 연구소 등에서 다각도로 이뤄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동물의 행동 매커니즘에서 영감을 얻어 로봇을 만드는 ‘바이오 로봇’ 분야도 있다. 우리대학교 김대은 교수(공과대·바이오 로보틱스)는 ‘생물학과 로봇학의 중간적 입장에 있는 것이 바이오 로봇’이라며 “동물의 움직임을 통한 연구인만큼 우선 생명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 기술의 한 예로 ‘쥐 수염 로봇’을 들 수 있다. 우선 쥐에 대해 살펴보면, 쥐는 야행성 동물이며 시력이 다른 동물에 비해 좋지 않지만, 수염을 통한 촉각으로 사물을 인지할 수 있기 때문에 재빨리 움직인다. 김 교수는 “이를 로봇과 연계해서 개발하면 눈의 역할을 하는 카메라가 사용되기 힘든 어두운 하수구 같은 장소에서 촉각을 통해 장애물을 파악할 수 있다”고 그 효용성을 설명했다. 이렇게 생명체의 장점을 로봇에 접목하는 연구에 대해 김 교수는 “그 동안 로봇 연구자들 중에는 인공지능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한 사람이 많았지만 수월하지 않았다”며 ‘현재 생명체를 연구함으로써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 추세’라고 의의를 밝혔다.

대신맨? No~It's Simman!

앞서 살펴본 로봇의 다양한 기능은 ‘교육’을 위해서도 활용된다. 가까운 예로 우리대학교 연세시뮬레이션 센터의 ‘Simman(Simulation man의 준말)’을 살펴볼 수 있다. Simman은 우리대학교 의·치대생과 간호대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에서 환자 역할을 하는 로봇으로 외형이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맥박도 만져지고, 혈관에 주사도 놓을 수 있다. 또한 컴퓨터 프로그램과 연계돼 있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여러 질병을 설정해두면 환자에게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상황을 학생들이 실습해볼 수 있다.
코디네이터 조수진씨는 “Simman이 만약 심장이 안 좋은 상태로 설정되면 ‘가슴이 아파요’라고 직접 말하는데, 이때 의사가 청진을 하면 실제 신장이 좋지 않은 환자의 경우와 똑같은 호흡음을 들려준다”며 Simman 기능 중 하나를 설명했다. 이렇듯 Simman은 환자의 실제 증상을 완벽히 재현하며 ‘대신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여기서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실습에 참여한 학생들의 잘못된 치료로 Simman이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조 씨는 “학생들이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여기에 바로 Simman의 활용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로봇은 이미 많은 분야에서 인간과 함께 하고 있다. 우리의 교육을 책임지는가 하면, 때로는 곁에서 힘이 도와주는 친구가 돼 주기도 하고 우리의 안전을 지켜주는 수호천사가 되기도 한다. 이제 사람만이 아니라 로봇과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해서도 힘을 써야할 시점이다.


/김유민 기자 kym206@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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