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인해 망가지고 있는 생태계를 조명한다

▲ 2057년 백양로에는 야자수가 즐비하고 해충 떼가 출몰할지도 모른다. /그림 손혜령

 

 

 

 

 

 

 

 

 

 

 

2057년 9월, 가을이지만 벌써 50일째 하루 최고 기온이 28℃를 넘었다. 해마다 점점 길어지는 여름 때문에 찌는 듯한 더위는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도 서울에서만 6백 명에 육박하고 있다. 정부는 ‘폭염주의보’를 발령하고 노약자를 비롯한 국민들에게 가급적 외출을 자제해줄 것을 당부했지만 더위에는 속수무책이다. 서울이 난대 기후로 변하면서 은행나무와 플라타너스 같은 온대기후의 가로수는 야자수로 대체됐다. 폭염이 오기 전에는 온난화로 인해 훨씬 강력해진 초대형 태풍이 해안지역을 강타해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이질, 장티푸스 등 수인성 전염병까지 발생했다. 또한 겨울이 상대적으로 짧아지고 따뜻해졌기 때문에  해충들의 번식과 성장이 왕성해져 말라리아, 뎅기열 등의 질병 피해도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죽음을 부르는 온난화

지구온난화가 계속된다면 미래에는 실제로 위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여러 연구기관에서 발표한 ‘지구온난화 현상이 지속될 경우의 예측 결과’를 종합해보면 그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유엔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ntergovernmental Panelon Climate Change, IPCC)는 지난 2월 발표한 기후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 중 고온과 관련한 사망자가 가장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한국 환경정책 평가 연구원이 발표한 「미래의 여름철 무더위로 인한 초과사망」 보고서는 ‘2050년 무렵이면 서울에서만 6백명 이상이 사망할 것’이라 예측한다. 폭염이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강희철 교수(의과대·가정의학)는 “폭염 시에는 주변이 더워짐에 따라 체온이 올라가고, 이로 인해 맥박도 빨라지게 돼 탈수 증세가 온다”며, “이를 계속 방치하면 체온조절 중추에 이상이 오기 때문에 의식을 잃고 경기를 일으키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때 체온을 식혀주지 않으면 1시간 내에 사망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2003년 서유럽에서는 폭염으로 2만 7천여명이 사망하는 비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한 곤충들의 생태계도 온난화의 영향으로 점차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서해 백령도와 대청도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서식하지 않는 아열대성 나방이 10여종 정도 발견됐는데, 이 중 말레이시아와 수마트라 등 아열대 지방에만 서식한다고 알려진 남방굴나방과의 나방들이 포함된 것은 놀라운 일이다. 또한 모기, 파리 등의 해충은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더욱 왕성히 활동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한국곤충학회 명집위원장인 우리대학교 한호연 교수(과기대·동물계통분리학)는 “북쪽 지역에서 예전에는 없었던 남방계 곤충들이 종종 발견되고 있다”며 “날이 더워질수록 해충들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변화하는 계절에 따라 멀리 여행을 떠나는 철새들에게도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동은 곤혹스럽기만 하다. 미국 뉴햄프셔주에서는 예년보다 훨씬 따뜻했던 겨울 때문에 계절을 착각한 철새들이 태평양으로 이동할 시기를 놓쳐 떼죽음을 당하기도 했다. 또한 우리나라 강원도 철원 철새도래지를 찾아오는 철새들의 종류와 번식시기에도 변화가 생기는 등의 이상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한국조류보호협회 철원지회 김수호 사무국장은 “철새들의 번식시기가 빨라졌고, 백로류 같은 여름 철새들이 이른 봄인 3월에 찾아온다”며 “철새 도래 시기가 한 달에서 한 달 반 정도 빨라졌다”고 밝혔다. 

온난화로 속타는 산과 바다

그렇다면 지구온난화가 바다 속 생태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국립수산 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차형기 연구원은 “동해에도 예전에는 올라오지 않던 지역까지 난류가 올라오는 경우가 있으며, 따라서 ‘동지나 해역’에 있는 난류 어족들이 동해에서 발견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1968년부터 2004년까지 이 연구소에서 동해 표층수온 변화 추이를 분석한 결과, 지난 37년간 수온이 약 1℃ 정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실제로 한류성 어족인 명태보다 난류성 어족인 멸치, 오징어의 어획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차 연구원은 “1℃의 상승이라도 수온에 민감한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며, “수온은 계속 상승하는 중이지만 해양생물과 온난화의 관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과학적인 분석 자료의 축적이 미비한 실정”이라고 관련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구온난화 현상은 기후 변화에 맞춰 자유롭게 이동하지 못하는 식물들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다. 국립 산림과학원 산림생태과 임종환 박사는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 그에 따라 강수량이 증가하고 대기의 질도 변하기 때문에 산림생태계가 변화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남해안, 제주 지역은 난대림지역이고 그 외 대부분지역은 침엽수림과 낙엽활엽수립이 분포하는 온대림지역으로 이뤄져 있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기후대가 변화해서 평균온도가 4℃ 정도 상승하면 해안지역은 아열대림, 서울을 포함한 대부분 지역은 난대림지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에 야자수가 자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후는 빠른 속도로 변하지만 나무는 심어놓으면 50년에서 1백년 동안 한자리에 머물기 때문에 생존에 적합한 기후대를 따라 이동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기존의 산림은 기후변화에 따라 새로이 남쪽에서부터 번식해오는 다른 식생의 산림과 경쟁해야 한다. 이 때 기존의 산림은 기후에 적합하게 적응하는데 실패해 생존에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임 박사는 “종자가 가볍고 멀리 퍼지는 종은 기후대 변화에 따라 이동이 가능하지만, 씨가 무겁고 큰 종은 기후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될 가능성이 있다”며, “인간의 자연 파괴로 인해 생기는 온난화 현상은 자연 상태에서 진행되는 온난화 현상보다 1백배 이상 진행 속도가 빨라서 생태계에 혼란을 가중시킨다”고 경고했다. 
한편, 지구온난화의 주범이기도 한 이산화탄소가 식물에게는 광합성 양을 증가시키고 비료효과를 가져다주는 긍정적 역할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임 박사는 “온도가 1℃ 정도 상승했을 경우를 시뮬레이션으로 예측해본 결과, 분명히 이산화탄소 증가가 식물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생산량을 증대시켰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 박사는 “온도가 그 이상이 되면 이산화탄소가 포화점에 다다르게 돼, 오히려 피해를 준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모두의 지구랍니다

지구온난화는 인류에 의해 점점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인류의 미래는 분명 어두울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지구온난화는 우리에게만 적용되는 위협이 아닌 지구 전체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재앙이다. 이런 지구온난화 현상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하는 첫걸음은 인류가 지구의 한 구성원에 불과하며, 인류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 역시 지구의 주인이라는 인식을 가지는 것부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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