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에 의해 전쟁터로 떠밀린 아이들이 울고 있다

“우간다와 수단의 국경선에 있는 외딴 마을에는 특히 반군의 횡포가 심하다. 밤이 되면 이들에게 납치 되지 않기 위해 많은 아이들이 수 킬로미터가 넘는 읍내까지 도망간다. 이를 우간다에서는 ‘Night Commute’라고 하는데, 아이들은 읍내에서 밤을 샌 후 아침이 되면 집으로 가는 일을 매일 되풀이 한다.”

“여자아이들의 경우는 더 비참하다. 내가 만난 아이는 9살에 반군에 납치돼 18살에 탈출했는데, 그 동안 반군의 아이를 셋이나 낳았다. 탈출 당시 첫째 아이가 9살이었다. ‘Child Mother’, 아이가 아이를 낳은 것이다.”
이는 국제아동원조단체인 ‘월드비전’ 후원관리팀 김경연 과장이 지난 2004년 우간다에서 만난 소년병(child soldiers)의 이야기다. 소년병은 군대 및 전쟁과 관련된 일을 하는 18살 이하의 모든 아동을 뜻한다. 지난 2006년 국제연합아동기금(United Nations Children's Fund, UNICEF)이 조사한 소년병의 수는 전 세계적으로 30만 명. 이들은 군대 내의 허드레 일뿐만 아니라 직접 전장에 투입돼 살상을 경험하며, 여자아이들의 경우 성적 노리개 역할까지 한다.

소년병은 미얀마, 콜롬비아 등 제3세계 아동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서아프리카 지역은 분쟁과 전쟁으로 인해 아이들이 부모를 잃은 후 굶주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반군에 가담하는 경우가 많다. 우간다의 경우 지난 1986년부터 정부군에 맞서는 반군이 부족한 병력을 충원하기 위해 아이들을 납치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김과장은 “아이들은 힘이 없고 부려먹기 편하기 때문”이라며 “대량으로 유포된 소형자동소총은 가볍고 조작이 쉽기 때문에 아이들도 배울 수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소년병, 끌려가서 무엇을 하나?

군에 들어간 남자아이들은 사격연습, 소총조작 등의 전쟁 대비 훈련과 정신교육을 받는다. 마을을 약탈하거나 정부군과의 대립이 있을 경우 이들을 바로 전쟁에 투입시키기 위해서다. 군인들은 아이들의 목숨을 위협하면서 살인을 강요한다. 아이들은 같은 마을 사람들을 죽이라고 강요받기도 하는데, 이 때는 자신이 죽기 싫어서 총을 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은 몇 차례 살상을 겪고 나면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죽인다”며, “심지어 여자아이들을 성폭행하는 일도 죄책감 없이 자행한다”는 또다른 국제아동원조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 김인숙 부회장의 말처럼 소년병은 전쟁을 겪으며 점차 폭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한편 군대에 있는 소녀들은 낮에는 집안일을 하고 밤에는 폭행과 강간을 당하는 것이 일상이다. 남자아이들이 유사시 전투에 투입되기 위한 것이라면 여자아이들은 군인들의 성적 노리개로 이용되는 것이다. 실제로 어떤 부대의 경우 소년병 중 40%이상이 여자아이로 이뤄져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서아프리카를 조사한 결과, 군에서 강간을 당한 32%의 소녀 중 38%는 성병에 감염됐고 66%는 아이를 출산해 홀로 양육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이들은 마음까지 피로 얼룩졌다

김과장은 “보초를 서다가 대변을 묻으려고 땅을 파는 동작을 도망가는 것으로 오해받아 총을 맞고 장애를 얻은 아이도 있었다”며 “이러한 아이들에게 사람에 대한 믿음을 기대하기란 어렵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피가 난무하는 전쟁터에서 소년병이 입은 마음의 상처는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을 때 더 깊어진다”며 아이들의 아픔을 전했다. 소년병이었던 아이들은 전쟁이 끝나도 갈 곳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고향에 돌아가더라도 이미 동족을 살인한 배신자로 낙인찍히거나 적의 아이를 가졌다는 이유로 멸시와 차별을 받기 때문이다.

이렇게 타인의 비난으로 인한 상처 외에도 개인이 갖게 되는 정신적 상처 또한 엄청나다. 전쟁에 가담함으로써 겪는 트라우마는 판단력이 형성되지 않은 12세 이전의 아동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이에 대해 김경희 교수(생과대·심리학)는 “아동은 인과관계를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이 저지른 가혹한 행위들이 모두 자기 탓이라고 자책한다”며 “어릴수록 상처가 뚜렷하게 남고, 완전히 치유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인지와 정서가 발달하는 시기에 겪는 폭력적인 경험은 앞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김과장 역시 “전쟁을 겪었던 대부분의 아이들은 무기력해져있다”며 “무력분쟁이 발발했을 때 갓난아기였던 아이들도 사람들이 총을 쏘는 그림, 자기가 끌려가는 그림 등의 잔인한 상황을 묘사한다”며 전쟁이 아동들에게 미치는 후유증이 심각함을 설명했다.

월드비전, 세이브더칠드런 등은 현재 분쟁지역에 소년병을 위한 재활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이들은 심리치료와 함께 소년병이 사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초교육과 기술교육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런 재활프로그램은 해당 국가차원에서 마련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부분의 분쟁지역들이 정치적 혼란과 절대빈곤의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김부회장은 “실례로 콩고는 소년병을 위한 재활프로그램이 2억불 가량 들 것으로 추정되지만 국가는 이를 감당할 수 없다”며 “전체 비용의 12%정도만 국제사회에서 지원받고 있다”며 분쟁 국가들의 열악한 상황을 전했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하거늘!

지금도 세계의 많은 아이들이 전쟁터에 끌려 나가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운명에 처해있다. 학교에서 공부하고 즐겁게 뛰어 놀아야 할 아이들이 피로 물든 전쟁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아이들 역시 우리가 보듬어야할 아이들이다. 김 부회장은 “아동은 어른들의 목적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권리의 주체로서 인식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아직도 아이들의 권리는 전쟁이란 명분 아래 유린되고 있다.


/조근주 기자 positive-thinking@yonsei.ac.kr
/자료사진 월드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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