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면센터 한진규 원장이 말하는 숙면의 비법!

▲ 우리의 주변에는 숙면을 방해하는 요소가 너무 많다. /일러스트레이션 조영현

 

 

 

 

 

 

 

 

 

 

“아무래도 많은 학생들이 나른해하는 아침 강의에는 가르치는 사람도 신나지 않아요.”
지난 2006년 2학기 월요일 1·2교시에 한국 근현대사를 강의한 정진아 교수(문과대·현대사)의 말이다.
‘대한민국 대학교 1학년은 고등학교 4학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바쁜 요즘 대학생들은 학과공부와 취업준비 등에 치여 피로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긴 방학동안 늦잠을 자다가 갑자기 규칙적인 생활로 돌아와야 하는 개강 직후와, 발표와 시험 등이 몰려있는 학기말은 더욱 그렇다. 이처럼 혈기왕성한 대학생들도 여러 가지 원인으로 수면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면장애라 하면 일반적으로 불면증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서울 수면센터 한진규 원장은 “수면의 리듬, 양, 질에 문제를 일으킨다면 어떠한 원인이든지 모두 수면장애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대학생들이 자주 겪는 수면장애에는 어떤 유형들이 있고 해결방법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푹 자면 공부도 쏙쏙

김성봉(전기전자·01)씨는 “지난 2006년 2학기에 프로젝트 때문에 한달간 4~5시간밖에 자지 못했다”며, 끔찍했던 과거를 회상했다. 이처럼 많은 대학생들은 발표나 시험 준비 때문에 밤을 새거나, 새벽녘에 늦은 잠을 청해 수면 리듬이 일시적으로 망가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수면 습관은 뇌의 효과적인 학습활동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잠을 자고 있는 듯하나 뇌는 깨어있는 REM(Rapid eye movement) 수면 단계에 접어들어야 비로소 뇌가 낮 동안 사고한 것을 정리·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원장은 공부 후에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한다면 “실컷 컴퓨터로 숙제해놓고, 저장하지 않아 다 날리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리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한다면 다음날 생활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문제도 있다. 김씨는 “기말고사까지 ‘패닉’상태로 지낸 뒤, 그 후유증 때문에 무기력한 증세가 한동안 계속됐었다”고 말했으며, 실제로도 상당수의 학생들이 시험 기간이 끝난 후 한동안 피로감과 무력감에 시달린다.
그렇다면 대신 낮에 충분한 수면을 취하면 괜찮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낮잠은 오히려 정상적인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한 원장은 “낮잠을 자더라도 낮 3시 이전에 15분만” 자라며, “간식인 낮잠을 자주 찾으면 주식인 밤잠에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푹 자려면 해를 보자

“혼자 살다 보니 나를 통제하고 관리해주는 사람이 없어 수면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불규칙한 생활을 하게 됐다”는 김채수(법학·05)씨. 이런 불규칙한 수면 리듬을 규칙적인 ‘아침형 인간’으로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아침에는 하루 30분씩 기상 시간을 앞당겨 햇볕을 쫴야 한다. 한 원장은 “숙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호르몬은 하루 중 해를 처음 본 후 15시간 후에 분비된다”며, “일찍 해를 볼수록 취침시간이 앞당겨진다”고 말했다. 그리고 낮에는 산책을 하며 햇볕을 쬐는 것도 멜라토닌의 분비를 빨라지게 해 숙면을 돕는다. 또한 저녁부터 형광등 대신 스탠드를 켜서 주위 환경을 어둡게 만드는 것이 좋다. 체온이 떨어질수록 잠이 잘 오기에 잠자기 2시간 전에 규칙적인 족욕이나 반신욕으로 체온을 올려놓은 뒤, 점차 체온을 떨어뜨리는 것도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는 한 방법이다. 한 원장은 “점점 일출이 빨라지는 봄은 아침형 수면주기를 만드는 최적기”라며, “자연주기를 따라서 해를 보는 시간을 앞당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푹 자려면 환경을 바꿔라

주위 환경 때문에 수면장애를 겪는 대학생도 적지 않다. 김아무개(국문·06)씨는 “신촌에 한 주점 윗집에 살았었는데, 특히 주말마다 시끄러워서 쉽사리 잠들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도로나 신촌 유흥가 근처에서 사는 학생들은 과도한 네온 싸인, 소음 때문에 잠 못 이루는 경우가 많다. 이를 환경수면장애라 하는데, 주변의 기온, 빛, 소음뿐만 아니라 습도, 베개의 높이 등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좋은 수면 환경을 위해서는 방안을 어둡게 한 뒤 18~24도를 유지하고, 자신의 수면 상태에 따라 베개나 이불의 위치를 조정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편안히 서 있을 때의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고 누울 수 있게 해주는 베개가 이상적이다. 바로 누운 자세에서 남성은 약 8㎝, 여성은 약 6㎝ 높이에서 편안함을 느낀다고 한다. 또한 방이 건조하면 입을 벌리고 수면을 취하게 돼 미세먼지를 많이 흡입할 수 있으므로 가습기를 통해 일정한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푹 자려면 몸부터 챙기자

수면장애는 신체적인 문제로 생기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비염 같은 호흡기 질환으로 생기는 코골이를 들 수 있다. 호흡기 질환이 있으면 수면 중 흡입되는 산소의 양이 줄어들게 되고, 이내 뇌는 잠에서 깨어나 폐에게 활동량을 늘릴 것을 명령한다. 폐는 많은 양의 공기를 좁아진 기도로 빠르게 흡입하고, 이때 목젖이 떨리면서 나는 것이 바로 코골이 소리다. 한편, 심장은 산소농도가 부족한 혈액을 많이 내보내게 되므로 이를 보충하려고 심장박동을 늘린다. 결국 수면 중에 뇌와 심장을 혹사시키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비염이 있지만 자주 코를 골진 않기 때문에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박원석(경제·01)씨. 하지만 한 원장은 “코를 고는 증상은 각자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꼭 관련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며, “심하지 않다고 방치해둔다면 장기적으로 뇌손상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문 중 최악의 고문은 잠을 못 자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수면은 우리 생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다른 생리적인 현상에 비해 수면에 대해서는 좀더 관대한 것 같다. 먹거리에 관해서는 ‘웰빙’을 추구하지만, 정작 수면에 있어서는 잠을 줄이려고 애쓴다. 한 원장은 “잠은 내일의 창조적인 생활을 위한 필수적인 단계”라며, “최고가 되기를 원한다면 푹 자라”고 조언한다. 이제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더불어 ‘잘 자고 잘 사는 법’에도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낮 졸리움 자가진단표

최근 한 달 동안 나타났던 증상에 체크하자. 점수합계가 13점 이상일 경우 전문의 상담과 정밀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
(0: 전혀 졸리지 않다 1: 조금 졸리다 2: 상당히 졸리다 3: 매우 졸리다)
          활     동                                                   0    1    2    3
1. 앉아서 책을 읽을 때                                   ㅁ  ㅁ  ㅁ  ㅁ
2. 텔레비전을 볼 때                                        ㅁ  ㅁ  ㅁ  ㅁ
3. 공공장소에서 가만히 앉아 있을 때            ㅁ  ㅁ  ㅁ  ㅁ
4. 운행 중인 대중교통수단을 타고 있을 때    ㅁ  ㅁ  ㅁ  ㅁ
5. 오후에 쉬려고 혼자 잠깐 눈을 감았을 때   ㅁ  ㅁ  ㅁ  ㅁ
6. 앉아서 상대방과 대화를 나눌 때                 ㅁ  ㅁ  ㅁ  ㅁ
7. 점심식사 뒤 조용히 앉아 있을 때                ㅁ  ㅁ  ㅁ  ㅁ
8. 강의 중 잠깐 쉬는 시간일 때                       ㅁ  ㅁ  ㅁ  ㅁ
(출처: 『잠이 인생을 바꾼다』, 한진규 지음, 팝콘북스 펴냄)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