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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석]아프리카 사바나로 초대받은 하루
  • 위문희 기자
  • 승인 2006.11.06 00:00
  • 호수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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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태양이 떠오르는 아프리카의 사바나. 심바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프라이드 랜드의 모든 동물들이 모인다. 기린의 위엄 있는 걸음걸이는 죽마를 탄 배우가 그리고 치타의 우아한 자태는 여배우의 유연한 손동작에 맞춰 상상을 뛰어넘는 기발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 때 불쑥 객석 사이사이로 깃대에 꽂힌 화려한 새떼들이 날아들고, 배우 네 명이 한 팀을 이루어 코끼리의 거대한 다리를 움직이면서 관객들 사이에서 무대로 올라온다.


바로 이 1부의 첫 장면이 뮤지컬 『라이온킹』의 백미로 꼽힌다. 각자 특성에 따라 표현된 동물들이 한정적인 무대 공간을 탈피해 1층과 2층 곳곳에서 튀어나와 관객들은 공연 초반부터 박수를 보내느라 여념이 없다. 아프리카의 느낌을 강하게 풍기는 배우들의 짙은 분장 역시 다시 한 번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고조시킨다. 997년 뉴욕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세계에서 9번째로 일본 극단 시키가 지난 10월 28일부터 뮤지컬 『라이온킹』의 한국어판 무대를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상영 전부터 국내 최초 뮤지컬 전용극장을 한국이 아닌 대규모 일본 극단이 사용하고 라이센스 뮤지컬을 올린다는 점 때문에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그러나 화려한 볼거리와 감각적인 무대 덕분에 『라이온킹』은 일단 관객들에게 합격점을 받았다. 줄거리는 어린 사자 심바가 왕좌에 오르기까지의 역경과 모험을 그린 애니메이션과 동일하다. 때문에 장면 장면이 애니메이션과 오버랩되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 특히 무파사의 죽음은 이번 뮤지컬에서 수많은 들소 인형이 쳇바퀴 돌듯 도는 연출과 급박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음향 덕분에 실제 애니메이션보다도 더욱 실감나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렇게 애니메이션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무대에 관객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는다.

▲ 심바의 왕위등극 축하를 위해 모인 동물들 /Diseny 자료사진

역시 라이센스 뮤지컬답게 그들의 자본력과 앞서가는 기술력에 다시 한 번 감탄하면서도 동시에 아직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작품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뮤지컬에 대한 아쉬움도 든다. 국내 뮤지컬 시장은 급성장 하고 있지만 아직은 열악한 뮤지컬 제작환경과 뮤지컬 산업의 보호책 마련이 아쉬운 상황이다. 그래서 한국 뮤지컬 시장을 노리는 다국적 거대 자본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경쟁력이 뛰어난 작품들이 무대에 올라 우리나라 뮤지컬계가 자극받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전환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감각적인 무대 연출에만 시선을 허락 하지 말고 별들이 빛나는 밤하늘 아래 무파사가 심바에게 이야기하는 심오한 윤회(Circle of Life)의 이념을 놓치지 말자. “이 세상은 미묘한 조화를 이루고 산단다. 왕이란 반복되는 생명의 조화 속에서 모든 동물들을 존중해야 해.” 이를 통해 관객들은 아프리카의 대지를 무대로 생명의 순환과 조화의 질서를 전해듣는다. 또한 이미 애니메이션에서 “하쿠나 마타타” “걱정하지마! 될대로 되라지!” 라는 유쾌한 인생철학을 유행시킨 티몬과 품바는 역시나 심바의 성장을 돕는 든든한 역할을 무리 없이 해낸다. 공연의 처음과 마지막을 역동적이고 활기차게 장식하는「Circle of Life」와 「King of Pride Rock」을 풍부한 성량의 우리나라 배우가 한국어로 부르는 감동은 확실히 원곡을 감상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다. 다만 브로드웨이 공연과는 달리 녹음된 연주가 쓰여 라이브 연주의 감이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다.


『라이온킹』은 스타 마케팅 없이 무대에 올라 열연하는 총 50여명의 배우가 모두 주인공이다. 또한 객석 곳곳에서 동물들이 등장하는 신선한 시도 덕분에 관객들 역시 자연스레 극에 동화될 수 있다. 배우와 관객의 호흡이 어느 때보다 조화로운 이번 공연은 끊이지 않았던 박수처럼 관객들의 발길 또한 계속 이어질 것이다.

위문희 기자  chichanmh@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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