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죠? 하숙집에 놔뒀던 제 노트북을 도난 당했어요.”

 

▲ 하숙집에서 노트북을 도난당하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사전에 이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문단속 및 관리가 필요하다. /일러스트레이션 조영현


경찰서에 접수되는 하숙집 절도사건만 해도 일주일에 2~3건이다. 연세대 근처 하숙집 거리는 현재 도둑들의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 싶다. 또한 밤이 되면 하숙집이 밀집해있는 서문 근처는 어두컴컴한 탓에 치한이 자주 출몰한다고 한다. 안전지대라고 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연세대 근처 하숙집의 안전을 진단해 봤다.

 


좀도둑 천국, 해결책은 문단속

  하숙집의 안전에 가장 자주 위협을 가하는 존재는 다름 아닌 좀도둑이다. 김백훈씨(인문계열·06)는 “지난 학기 하숙집에서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지갑에 있던 10만원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하지만 방문을 아무리 철통같이 잠궈도 좀도둑을 피할 수는 없다. 심지어 방문의 열쇠잠금장치를 뜯고 들어와 물건을 훔쳐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도둑뿐만 아니라 칼을 든 강도도 출몰한다. 조윤영씨(간호·06)는 “여름 방학 때쯤 하숙집에 강도가 들었었다”며 “나는 항상 문을 잠그고 자기 때문에 안전했지만, 옆방에 사는 남자와 여자는 더위 때문에 문을 잠그지 않고 자다 흉기에 찔리는 봉변을 당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하숙집 절도사건의 원인은 무엇일까. 학생들은 하숙집의 문단속이 미비한 것을 지적한다. 김씨는 “하숙집 구조가 주인집과 아예 분리돼 있어 관리를 받기 힘들고, 또한 현관문이 개방돼 있어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절도 등의 범죄가 발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문이 열려있거나 중간 문을 항시 닫지 않는 하숙집의 경우 절도를 당할 가능성이 크다. 신촌지구대의 김 아무개 경장은 “대학 하숙촌의 절도는 보통 범인이 젊은 사람일 경우가 많다”며 “열려있는 방을 유유히 들어가서 물건을 집고 나오거나, 뒷담을 타고 베란다로 들어와 물건을 훔치는 경우가 대다수다”고 말했다. 또한 “하숙생들 간에 일어나는 절도사건도 상당부분을 차지해 사전예방이 정말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자주 발생하는 하숙집 절도를 근본적으로 막을 대책은 과연 있을까. 학생들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스스로 조심하는 것과 귀찮더라도 문을 꼭 잠그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문단속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좀도둑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끔찍한 범죄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김 경장은 이러한 주거침입 및 절도사건을 막기 위해 “성능이 아주 좋은 잠금장치를 쓰는 등 방범시설을 업그레이드시키는 방법밖에 없다고 본다”며 “특히 금방 빠지는 샷시보다는 쇠로 된 방범창을 달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서대문경찰서의 생활안전과에서는 CCTV를 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절도 예방책이라고 보고 하숙집마다 CCTV 설치를 권장하고 있다.

서문을 배회하는 치한, 또 하나의 위협

  하숙집의 좀도둑만 멀리 타향에서 살고 있는 연세인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한 여학생은 위층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남자가 거꾸로 매달려 있어서 깜짝 놀랐다는 선배 언니의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여학생들은 속칭 ‘변태’라고 불리는 치한들을 조심해야 한다. 김 경장은 “한번 길을 지나가다 방에서 옷을 갈아입거나 샤워를 하는 모습이 보이면 상습적으로 엿볼 가능성이 있다”며 “축대나 언덕이 주변에 있는 하숙집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이 있는 곳에서는 상대방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도 주변에 높은 지형이 있으면 상대방은 나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1~2층에 사는 학생들은 항시 커튼을 치는 것이 좋다.


  이뿐만 아니라 길거리에서도 치한을 만나는 경우가 많아 위험하다는 학생들도 많다. 유아무개씨는 “얼마전 귀가 도중 변태를 만나서 도망간 적이 있었다”며 “서문 근처의 하숙집들은 여러 갈래의 좁은 골목길들로 나눠져 있고 가로등도 어두컴컴해서 무섭고 위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경찰은 관할지역을 항상 순찰하고 있으며, 특히 서문 쪽 지역을 집중적으로 순찰한다고 한다. 또한 가로등 설치에 관해서 서대문구청 이경호 보안등담당관은 “가로등 설치에 대한 민원이 많이 들어와 설치할 수 있는 곳은 설치했지만, 주변에 주택들이 많이 있는 관계로 주거 생활권 보호 차원으로 가로등을 밝게 달 수는 없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정확히 ‘어디가 어두워서 다니기 불편하다’고 구체적으로 민원을 해준다면 가로등 설치가 가능하다”며 그는 덧붙여 말했다.


  이제 더 이상 ‘낭만의 거리’ 신촌이 아니다. 학교 근처 하숙촌은 각종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 됐다. 경찰의 순찰이나 여러 방범시설의 설치도 중요하지만, 평범함이 진리라는 말도 있듯이 각자가 문단속을 잘하고 늘 조심하는 것이 범죄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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